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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엮이기 싫어 피 흘리는 아내 두고 테니스 치러간 남편…검찰 송치


입력 2023.10.12 09:27 수정 2023.10.12 09:28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경찰, 유기 혐의만 적용해 불구속 송치…의붓딸 "계부에 살인미수죄 적용해 달라"

자녀 변호인 "경찰, 사건 당일 쓰러진 자리만 촬영…증거 보전 위한 골든타임 놓쳐"

"처벌불원서만 받으면 사건 종결되는 가정폭력법 허점 때문에 이런 결말 이르러"

경찰 "압색 통해 증거 충분히 조사해…현장 남은 흔적도 과학수사 통해 감정 마쳐"

ⓒ연합뉴스

집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아내를 방치한 채 테니스를 치러 나가 중태에 빠뜨린 혐의를 받는 60대 남편이 검찰에 넘겨졌다. 남편은 가정 폭력에 연루되기 싫어 쓰러진 아내를 방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인천 강화경찰서는 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60대 A 씨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5월 9일 오후 6시 12분께 인천시 강화군 자택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50대 아내 B 씨를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 씨는 테니스를 치기 위해 옷을 갈아입으러 집에 들렀다가 쓰러진 아내를 보고 사진을 찍어 의붓딸에게 보낸 뒤 구호 조치 없이 곧바로 외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에는 B 씨가 화장실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모습이 담겼다.


B 씨는 의붓딸의 신고로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사 상태에 빠져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 7월 A 씨가 아내를 다치게 한 뒤 방치했다고 보고 유기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B 씨의 머리 부상과 관련한 의학적 검증이 필요하다며 반려했다.


이후 경찰은 2개월 동안 보완 수사를 하면서 유기치상에서 유기로 혐의를 변경해 A 씨의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경찰 수사 결과 B 씨가 쓰러진 당일 A 씨의 폭행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고 의료계의 법의학 감정에서도 부상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B씨 자녀들은 A 씨에게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은 상황)에 의한 살인미수죄를 적용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을 대리하는 법률사무소 빈센트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B 씨가 쓰러진 자리만 3장 촬영했고 사건 당일 유력한 용의자인 A 씨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증거 보전을 위한 골든 타임을 놓쳤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녀들이 경찰에 B씨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는데도 20일이 지나서야 휴대전화 수거 요청을 했다"며 "경찰은 사건 발생 후 이틀 뒤 현장을 다시 찾았지만 A 씨가 집을 말끔히 청소한 뒤였다"고 부연했다.


자녀들은 A 씨가 2013년 B 씨와 재혼한 이후 가정폭력 사건으로 3차례나 경찰에 형사 입건됐으나, A씨를 협박하고 회유해 처벌불원서를 받아냈다고도 주장했다. 실제 A 씨가 집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진 지난 5월 9일 사건 당일에도 B 씨의 가정폭력 사건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는 알림 문자가 온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앞선 경찰 조사에서도 "예전에도 가정폭력으로 신고된 적이 있다”며 “아내하고 그런 일로 더 엮이기 싫어서 그냥 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법률사무소 빈센트의 남언호 변호사는 "처벌불원서만 받으면 사건이 종결되는 가정폭력 법 제도의 허점 때문에 이 같은 결말에 이르렀다"며 "A 씨는 아내의 중태를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방치해 뇌사에 이르게 했기에 부작위에 의한 살인미수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초동수사 부실 지적에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를 충분히 조사했고 혈흔 등 현장에 남은 흔적도 과학수사로 감정을 마쳐 놓친 증거는 없다"며 "정식 수사로 전환한 뒤 A 씨의 휴대전화도 임의 제출받아 충실히 조사했다"고 밝혔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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