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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파만으로 값비싼 MRI·CT 대신할 수 있는 ‘비법’ [메타물질③]


입력 2023.11.15 07:00 수정 2023.11.19 17:3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CAMM, 초음파 5배 증폭 메타물질 개발

인체 두개골과 유사한 물질 대상 실험

개발 성공할 경우 CT·MRI 일부 대체

저렴한 비용·간단한 검사·환자 부담↓

이학주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장이 메타물질을 활용해 초음파를 증폭, 사람 두개골 내부를 진단하는 실험을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암 발생의 3분의 1은 예방이 가능하고, 3분의 1은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다. 나머지 3분의 1도 적절한 치료를 하면 완화가 가능하다.”- 세계보건기구(WHO).


인간은 죽음 앞에 모두 공평하다. 다만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다르다. 사고로 어느 날 갑자기 세상과 이별하는 경우가 있고, 오랜 지병 끝에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있다.


현대 의학 기술은 질병을 하나하나 정복하고 있다. ‘암(cancer)’만 하더라도 위암 등 일부는 더는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 아니다. ‘장족의 발전’이라 부를 만큼 치료 기술이 진일보해 사후 관리만 잘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질병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핵심은 시간이다. 특히 암과 같은 중대 질병은 얼마나 빨리 발견하느냐가 관건이다. ‘조기에만 발견하면 치료 못 할 병이 없다’는 어느 종합병원 의사 말처럼 어떤 병을 얼마나 빨리 찾아내느냐가 생사를 가르고 있다.


현대 의료계에서는 환자 몸속을 들여다보기 위해 다양한 장비를 동원한다. 대표적으로 초음파와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법(MRI)이다.


CT는 주로 장기의 종양성 질환이나 골절, 장기 내 출혈을 파악할 때 쓴다. CT는 10여 분간 여러 번에 걸쳐 엑스선 촬영을 진행한 후 컴퓨터로 이미지를 조합해 인체 횡단면에 대한 입체 영상을 만드는 원리다.


CT는 X선(방사선)을 이용해 거의 모든 질병 검사에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 해도 방사선에 노출된다는 게 단점이다.


MRI는 뇌혈관이나 뇌종양을 확인하기 위한 두경부 검사나 척추 검사에 주로 사용한다. MRI 결과물은 조직에 따라 서로 다른 음영과 밝기로 나타난다. CT로는 확인이 어려운 근육이나 인대, 피하지방과 같은 연부 조직의 이상을 확인하는 데 효과적이다. 반면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게 문제다.


초음파는 사람 속을 들여다보는 기술 가운데 가장 저렴하고 간편하다. 초음파는 사람 귀에 들리지 않는 높은 주파수의 음파를 인체 내부로 쏘아 보내 반사되는 음파를 영상화하는 원리다. 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혈관 내부 혈류도 측정할 수 있다.


메타물질, 초음파로 CT·MRI 역할 일부 가능


초음파의 단점은 명확하다. 초음파는 인체 깊숙한 곳의 상태를 파악하기 힘들다. 대한초음파의학회에 따르면 비만이 심한 경우 초음파가 지방층을 잘 투과하지 못하여 영상을 얻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때는 값비싼 CT나 MRI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만약 초음파가 기존보다 5배 이상 깊은 곳까지 투과할 수 있다면 어떨까? 사람 두개골 내부를 초음파로 들여다볼 수 있다면 비용은 물론 촌각을 다투는 뇌혈관질환을 조기 발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하다.


‘메타물질’을 연구하는 파동에너지극한제어연구단(CAMM)은 최근 기존 초음파의 영향 범위를 5배가량 증폭할 수 있는 물질 개발에 성공했다.


메타물질은 전자기파, 역학파와 같은 파동의 파장보다 작은 인공 구조물을 만들어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물성을 구현하는 차세대 소재다. 물질이 갖는 본연의 성질(물성)을 변형하거나, 자극을 줘서 새로운 물성을 갖게 만드는 방식이다. 기존 물성을 변형시켜 제어하고자 하는 목표물(음파, 전자파, 초음파 등)에 맞춤형 성질을 갖도록 하는 물질이다.


CAMM은 한국기계연구원 내 연구실에서 현재 사람 두개골과 유사한 성질의 물체를 대상으로 초음파 증폭 성능을 실험 중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초음파와 두개골 사이 ‘메타물질’을 끼워 넣으면 메타물질이 초음파를 증폭시켜 두개골 깊은 곳까지 침투한다. 현재 사람 뇌와 비슷한 환경을 연출하기 위해 물속에서 실험을 진행 중인데, 일반 초음파보다 5배가량 증폭되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아직 메타물질을 이용해 초음파를 두개골에 직접 쏘진 않았다. 실험용 두개골 수급이 매우 어려운 만큼 연구진은 충분한 사전 실험을 거쳐 최종 단계에서 두개골에 직접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만약 해당 메타물질이 개발에 최종 성공한다면 초음파만으로 CT나 MRI 검사를 상당부문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소비자(환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빠른 시간에 더욱 정밀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CAMM 관계자는 “아직 두개골 투과 시험을 거치지 않은 상태라 섣불리 결과를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최대한 유사한 재질의 물질을 대상으로 사람 두뇌와 가장 흡사한 환경을 구성해 실험하는 만큼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순살 아파트 찾아내고 실내외 소음 잡아내는 ‘이것’ [메타물질④]에서 계속됩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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