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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밖에 나오면 해치겠다" 살인청부업자…협박죄만 인정된 까닭은? [디케의 눈물 148]


입력 2023.12.14 04:39 수정 2023.12.13 18:46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중국인, 살인청부 의뢰 받고 피해자 협박…법원 "살해 고의 단정 어려워", 살인예비혐의 무죄

법조계 "살인예비 인정될 만한 증거와 고의성 없어…흉기 구매해 소지했다면 인정됐을 것"

"범행 전 착수행위 있었다는 것 증명돼야…구체적인 공모 및 살인계획 등 증거 있어야"

"살인예비 인정되는 경우 많지 않고 처벌 사례 적어…범행 대부분 발각 안 돼"

ⓒgettyimagesBank

살인 의뢰를 받은 뒤 피해자를 찾아가 "집 밖에 나오면 해치겠다"며 협박하고 감시한 살인청부업자에 대해 법원이 협박죄만 인정하고 살인예비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법조계에선 흉기를 구매하거나 살인을 위한 구체적 계획을 수립하는 등 객관적인 외적 행위가 없었기 때문에 무죄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살인예비가 인정될 만한 증거와 고의성이 없었다는 것인데, 만약 이 업자가 흉기를 구매해 소지했다면 살인예비 혐의가 인정됐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11단독 정원 부장판사는 최근 살인예비, 건조물수색, 협박,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55)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의뢰인으로부터 한 사업가를 살해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피해자의 아파트 주차장으로 향했다. 수행비서를 통해 피해자와 접촉한 A씨는 살인청부 사실을 전하며 "내가 지시하는 대로 집안에만 있어야 한다. 외부 활동을 하면 청부받은 대로 당신을 해칠 수밖에 없다"고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이후 A씨는 피해자가 집 밖으로 나서지 못하도록 감시했고 이튿날 의뢰인으로부터 대가로 3500만원을 받았지만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붙잡혔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의뢰를 거절하고 피해자에게 적당히 상해만 입히기로 약속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청부살인을 언급하며 피해자를 협박하고 겁먹은 피해자를 이용해 청부살인을 교사한 자들로부터 금전적 이익을 취득했다"면서도 "청부살인을 단정할 만한 증거가 없고 진정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사 출신 임예진 변호사(아리아 법률사무소)는 "살인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객관적인 외적 행위가 없었기 때문에 무죄가 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이 사례에선 살인예비 혐의가 인정될 만한 증거와 고의성을 갖추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다만, 만약 A씨가 미리 흉기를 구매하고 범행 당시 이를 소지한 상태였다면 살인예비가 인정되거나 협박죄에 한해 판단이 달라졌을 수 있다"며 "흉기를 소지했을 경우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이 가중적용되는데 이 경우 7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김예림 변호사(법무법인 심목)는 "살인예비죄가 성립하려면 범행에 이르기 위한 착수행위가 있었다는 것이 증명돼야 한다. 가령, 살인의뢰를 받았을 때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공모를 한 형태가 있거나 범행 장소에서 피해자를 살해할 목적으로 특수한 행위를 했다면 혐의가 성립했을 수 있다"며 "A씨가 살인의 목적을 갖고 구체적 행위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규 변호사(법무법인 공간)는 "누군가를 살해할 목적으로 흉기를 구입한 뒤 피해자 주거지 인근에서 기다렸다면 대면하지 않았어도 살인예비 혐의가 성립할 수 있다"며 "그러나 실제로 예비 음모가 인정되는 경우는 많지 않으며 처벌 사례도 적다. 대부분의 피해자는 누군가 자신에게 범죄를 가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범행 자체가 발각되지 않아서다"고 전했다.


신민영 변호사(법무법인 호암)는 "법리적으로 격론이 예상되는 주제다. 살인죄의 경우 살인 혹은 살인미수에 이르지 않아도 예외적으로 준비 단계인 살인예비 혐의를 따로 두고 있는데 살인예비는 살인미수 보다도 입증이 애매할 때가 많아서다"고 말했다.


이어 "스토킹처벌법 위반의 경우 피해자의 명시적 거절 의사가 있어야 하고 스토킹 행위가 반복적으로 이뤄졌어야 한다. A씨의 경우 단순히 협박 후에 피해자의 주거지를 지켜보기만 했기 때문에 무죄 판단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피해자의 잠재적 의사에 반한 경우도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학계에서 분분해 향후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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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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