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에서 한 20대 남성이 전 여자친구 집에 무단침입한 뒤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故이효정 씨의 유가족이 "제2의 효정이가 생겨선 안 된다"며 교제폭력에 관한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지난 14일 '교제폭력 관련 제도 개선 요청에 관한 청원'이란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효정이 엄마'라고 밝힌 A씨는 "행복한 일상이 4월 1일 아침 9시 스토킹 폭행을 당했다는 딸아이의 전화 한 통으로 무너졌다"며 "20대의 건장한 가해자는 술을 먹고 딸아이의 방으로 뛰어와 동의도 없이 문을 열고 무방비 상태로 자고 있던 딸 아이 위에 올라타 잔혹하게 폭행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응급실을 간 사이 가해자는 피해자 집에서 태평하게 잠을 자는가 하면, 10일 딸 사망 후 11일 긴급체포에서 풀려나 13일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다니며 '여자친구랑 헤어졌다. 공부해서 더 좋은 대학 가서 더 좋은 여자친구를 만나겠다'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A씨는 "이제 21살밖에 안 된 앳된 딸이 폭행에 의한 다발성 장기 부전 및 패혈증으로 4월 10일에 거제 백병원에서 사망 선고를 받았다"며 "청천벽력과 같은 현실에 부모와 가족들은 극심한 슬픔과 충격에 빠져 있다"고 토로했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장례기간에 조문도 오지 않으며 용서를 구하는 전화 한 통도 없었다고.
이어 "가해자가 저희 집 주소도 알고 있고 가족들의 심신도 피폐해져 결국 이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제2, 제3의 효정이가 더는 있어선 안 된다. 우리 가족과 같은 고통을 받으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A씨는 "국과수 부검 결과 효정이는 가해자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가해자는 상해치사, 주거침입, 스토킹으로만 기소되었다"며 "사람을 죽여놓고도 형량이 3년 이상의 징역밖에 안 돼 형을 살고 나와도 가해자는 20대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효정이는 경찰에 11회나 신고를 했지만 어떤 보호도 받지 못했다"며 "경찰에서 번번이 쌍방폭행으로 처리해 풀어줬고, (가해자)김 씨는 더 의기양양해져서 제 딸에게 '이제는 주먹으로 맞는다' '너 죽어도 내 잘못 아니래'라고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A씨는 "경찰은 (가해자)김 씨의 범죄를 스토킹 범죄로 처리해서 피해자 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었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서 "수사기관에서 교제폭력을 단순 쌍방폭행으로 종결시키지 못하도록, 신고 단계에서 신변보호조치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수사 매뉴얼을 전면적으로 개선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국회에서 지금 당장 교제폭력 가해자들이 제대로 처벌받고, 피해자들은 보호받을 수 있는 교제폭력처벌법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아울러 "국회의원들이 '교제 관계를 정의하기 어렵다'며 탁상공론을 하며 법제 개선을 외면하는 동안에도 수많은 교제폭력 피해자들이 살해당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지금 당장 반의사불벌 폐지, 피해자보호조치를 포함해 제대로 된 법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