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세번째 채상병 특검법' 법사위 소위 회부 강행
與 "채상병 특검에 대한 野 진정성 탄로…정쟁용 확실"
일각선 "韓, 제3자 추천 특검 대한 부담 덜었다" 목소리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을 향해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특별검사가 야권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비토권을 활용해 본인들이 원하는 특검을 임명한다는 개념 자체가 '무늬만 제3자 추천 특검'이란 주장이다. 민주당이 제3자 추천안을 내기 전에 발의했던 기존 채상병 특검법마저 강행하면서 제3자 추천안을 수용할 의지가 없는 것이 확인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민주당은 그저께 제3자 추천 특검안을 발의해놓고 그 안을 제끼고 먼저 발의했던 더 험악한 자신들의 특검안을 상정했다"며 "도대체 제3자 추천 특검안을 발의한 이유가 무엇이냐"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나마 제3자 추천 특검안은 제3자 안도 아니다. 대법원장의 손을 빌려 결국 민주당이 특별검사를 선택하겠다는 것"이라며 "이쯤되니 민주당은 해병대원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려는 의지가 없고, 객관적인 중립성이 있는 특검을 수용할 의사도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 것"이라는 비판이다.
이날 언급된 '제3자 추천 특검안'이란 민주당 등 야5당이 전날 발의한 채상병 특검법이다. 해당 법안에는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고, 민주당과 비교섭단체 야당이 이를 2명으로 추리면 그 중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제3자'인 대법원장이 특검을 추천하기는 하지만 야당에 후보 선택권 및 거부권을 준 것이 핵심이다.
야권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전날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채상병 특검법'을 법안심사소위로 회부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회의에 불참했음에도 또다시 소위 회부를 강행한 것이다. 해당 법안은 특검 대상에 이른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을 추가해 이전 두 차례 법안보다 내용이 한층 악화됐다. 구명 로비 의혹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먼트 대표 등이 김건희 여사 등에게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다.
당내에선 이날 최고위에서 나온 지적에 동조하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진짜 제3자 특검을 받을 생각이 있었다면 이번 법사위에서 그 안을 소위로 넘겼어야지, 굳이 그 전 안을 회부할 이유가 없다. 말 그대로 정치쇼"라며 "이런 것만 봐도 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을 정쟁적 요소로만 이용하고 있다는 게 분명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당 일각에선 한동훈 대표가 '제3자 추천 특검안'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3자 추천 특검안을 먼저 제안한건 한 대표가 맞지만, 민주당이 이를 정쟁 요소로 이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한 대표 입장에선 해당 특검안을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이 충분하다는 분석에서다.
아울러 한 대표는 민주당이 제3자 추천 특검안을 내놓자 "제 입장은 그대로"라는 입장을 내놓은바 있다. 당내 분위기도 비슷하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CBS라디오에 나와 민주당 측이 발의한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을 두고 "수박 특검법이다. 겉과 속이 다른 특검법"이라며 "실질적으로 한 대표를 움직이거나 또 한 대표의 뜻을 존중하는 우리 당 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다"고 불수용 의사를 밝혔다.
곽규택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야당에 '비토권'을 부여하면서 '무늬만 제3자 추천'으로 전락했다. 결국 민주당이 미는 인사에게 특검을 맡기겠다는, 사실상 본인들 마음대로 하겠다는 심산"이라며 "이번 특검법 발의로 지난 여야 대표 회담 때 나왔던 민생협치와 정치복원의 다짐이 무색해졌다. 국민을 우롱하는 '무늬만 제3자 추천' 특검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또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한 대표는 공수처 수사를 지켜본 뒤 특검을 하는 것이 옳다는 발언을 꺼내면서 민주당이 꺼낸 제3자 추천 특검안을 무의미한 안으로 만들었다"며 "민주당이 패착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이제 국민들은 민주당이 무슨 안을 꺼내든 채상병 관련한 입장이 탄핵으로 모일 것이라고 보게 될 것인 만큼 한 대표 입장에선 부담감을 덜어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