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기술 획득 '속도'에 집중
"합리적 가격으로 대량생산해
일부 잃어도 괜찮아야"
책임있는 기술 사용 요구도 커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 등을 계기로 국제정세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군사 분야에서의 신기술 적용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마련된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외면하고 다극질서를 추동하는 국가들의 경우 인공지능(AI) 등을 군사 분야 '게임 체인저'로 여기는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다.
특히 기술집약적인 '중후장대형 무기체계'에 초점을 맞췄던 과거와 달리, 효율성이 뛰어난 '가성비 무기체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국제사회 차원의 관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카라 아베크롬비 미국 국방부 정책부차관 대행은 최근 서울 한 호텔에서 진행된 서울안보대화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남중국해 일대 활동, 홍해 경유 상선을 겨냥한 공격, 북한의 불법적 핵·미사일 개발 등을 언급하며 "규칙 기반 국제질서가 복합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군사적 우위를 당연하게 여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아베크롬비 부차관 대행은 "갈등 상황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기 때문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지금 산업 부분에서는 AI·자율·바이오·우주 기술 등에서 많은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과거에는 국방부가 기술 진전을 이끌어왔지만, 오늘날의 민간은 관료주의적 속도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에 일했던 방식에서 이제는 변화할 수밖에 없다"며 "기술을 빨리 획득하고 또 적극적으로 개발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비전통적 방산 물자 제공 업체 및 행위자들을 끌어안는 한편, 단계별로 진행됐던 기술 도입 과정들을 한 데 묶어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베크롬비 부차관 대행은 "더 빨리 실패하고 거기에서 배우고 적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플랫폼은 가격적으로 합리적이어야 한다. 또 그것을 대량 생산함으로써 교전 상황 혹은 전쟁에서 일부를 잃어도 괜찮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관련 주요 성과로 '레플리케이터(복제기)'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통상 7~8년가량이 걸리는 일을 1년 만에 해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자율 시스템을 토대로 더 적은 인명 피해, 더 적은 비용을 감수하고 더 빨리 '전투기'를 배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닐스 힐머 독일 국방부 사무차관 역시 "우리가 깨달은 것은 '굉장히 빨라야 한다'는 것"이라며 "어떤 경우에는 꼭 100%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60% 정도로도 충분한 경우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러시아가 자랑하는 흑해 함대가 우크라이나의 저가 드론 공격에 기능 부전 상태를 겪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버넌 코커 영국 정무 부장관은 "상대적으로 저가인데 신기술이 전장에서 혁신을 가져온 것이 드론의 이용"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드론으로 러시아 흑해 함대를 상당 부분 무력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코커 부장관은 "사실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위기를 겪어 도입한 방법"이라며 "신기술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한 사례다. 거대하고 비싼 장비만 전략적 우위를 준다는 생각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책임감 있는 속도로 혁신 이뤄야"
AI 등 신기술을 접목한 무기체계의 실사용 문턱이 낮아질 거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책임감 있는 기술 사용에 대한 요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아베크롬비 부차관 대행은 "책임감 있는 속도로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며 "책임감 있는 행동을 위해서는 역량 강화와 규범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방부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책임감 있게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미국이) 툴킷을 공개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더 안전하고 책임감 있는 AI 활용과 관련된 대통령령을 발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힐머 사무차관은 "기회와 위험 요소가 다 있다"며 "우리가 모범적으로 (기술을) 활용하려면 장점에 대해서도 알아야겠지만, 전장에서 모두가 책임 있게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