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쉬운 어린이책?
아동도서전 찾는 어른들·늘어나는 그림책 서점
2030세대부터 시니어까지 함께 즐겨
‘그림책’은 그림과 글이 합쳐진 책의 형태를 뜻한다. 국어사전에 ‘어린이를 위해 주로 그림으로 꾸민 책’이라고 설명돼 있는데, ‘그림’이 ‘중심’인 만큼 아직 글에 미숙한 어린이 독자들에게 더 ‘적합한’ 책으로 여겨졌다.
그림책이 ‘어른’ 독자들도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인식은 2020년부터 시작됐다. 2020년 ‘K-할머니’ 열풍을 타고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가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며 큰 호응을 받는가 하면, ‘마흔에게 그림책이 들려준 말’, ‘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 등 어른 독자들을 겨냥한 일부 그림책이 흥하면서 2030세대가 그림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백희나 작가가 ‘알사탕’으로 아동문학계의 노벨문학상이라고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드 추모상을 수상하며 그림책의 위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혼자 노는 아이 동동이가 신비한 알사탕을 통해 주변 존재들의 속마음을 듣게 되는 마법 같은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소통’에 대한 메시지를 통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마음도 어루만졌다. 실험적인 시도로 그림책을 보는 재미를 배가하는 이수지 작가는 2022년 한국인 최초로 안데르센상을 수상하는 등 ‘스타 작가’들이 어른 팬들까지 아우르면서 그림책이 전 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는 장르로 인식이 확대됐다.
현재 그림책은 아동문학의 하위 장르로 분류되고 있어, 그림책만의 판매율은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어른과 아이의 독자 비율 역시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일련의 상황으로 어른 독자 확대는 추정할 수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아동도서전인 제1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은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긴 축제’라는 평을 받았었다. 5만명의 관객이 참석한 이 도서전에는 어른 독자들도 꽤 눈에 띄었는데, 대표 스타 작가인 백희나, 이수지 작가의 참여가 결정적인 이유로 꼽혔었다. 두 작가는 이 도서전에서 사인회도 진행했는데, 이때 수십 명의 어른 독자들도 어린이 독자들과 함께 줄을 서며 직접 사인을 받았었다.
그림책 전문 서점의 확대도 그림책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케 하는 예다. 1990년 그림책 전문서점 초방 책방이 문을 열 때만 해도 그림책을 전문적으로 선보이는 서점은 드물었지만, 지금은 전국에 120개가 넘는 그림책 전문 서점이 운영될 정도로 탄탄한 독자층이 구축됐다. 대부분 그림책 전문 서점에서는 어린이 독자는 물론, 어른 독자를 겨냥한 그림책을 함께 선보이고 있다. 이와 맞물려 그림책을 함께 읽고 즐기는 모임, 나아가 그림책을 통해 마음을 들여다보거나, 성찰하는 그림책테라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그림책 관련 활동들도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
원주그림책센터에서 발간하는 ‘그림책 연감’에 따르면 국내 창작 그림책의 숫자는 2024년 625종으로, 2016년 284종, 2017년 437종과 비교했을 때 큰 폭으로 늘어났다. 그림책 출판에 참여한 참여 출판사의 숫자 또한 2016년 102개 출판사에서 2024년 147개로 늘어났다.
그림책 전문서점 고래뱃속 관계자는 이 숫자를 그림책을 향한 늘어난 관심의 지표라고 말하며 “볼로냐 아동 도서전에 참가해 보면 예전에 비해 한국관을 찾는 다른 나라의 출판관련자들이 확실히 늘어나 그림책 위상이 높아진 걸 실감할 수 있다”며 “ 2025년 볼로냐 아동 도서전에 지금까지 중 가장 많은 우리 출판사가 참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출판사 관계자는 그림책을 향한 관심이 커지고, 독자층이 확대되는 이유에 대해 “어른들이 읽어도, 느끼는 바가 있다는 것을 많이들 알게 되신 것 같다”면서 “또 그림책은 확장성이 있다. 그림책테라피를 통해 마음을 치유하기도 하고, 혹은 미술과 접목해 그림책을 직접 제작하기도 한다. 뻗어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이런 적극적인 행사를 찾는 어른 독자들이 많이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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