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체포의 명분: 마약과 국가안보
주권 침해인가, 정당한 법 집행인가
왜 1월 3일이었나: 반복되는 ‘심판의 날’
김정은에게 던지는 전략적 메시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한 '확고한 결의' 작전 진행 상황을 참모들과 함께 지켜보고 있다. [.ⓒ 트럼프 트루스소셜 계정
신년 초, 국제사회는 충격적인 장면과 마주했다. 2026년 1월 3일 새벽 3시 30분,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Nicolás Maduro) 대통령과 그의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Cilia Flores)가 미국 특수부대 델타포스(Delta Force)에 의해 전격 연행된 것이다. 두 사람은 즉시 미국 본토로 이송돼 뉴욕 브루클린 메트로폴리탄 구치소(Metropolitan Detention Center, MDC)에 수감됐다.
작전 직후, 백악관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의 사진과 함께 단 한 줄의 문구가 게시됐다. “FAFO(Fuck Around, Find Out)”. 누군가에게는 통쾌한 정의의 실현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노골적인 공포 정치의 신호로 읽힌 이 메시지는, 단순한 조롱이나 즉흥적 언사가 아니라 트럼프 2기 미국 외교·안보 전략의 압축된 선언에 가까웠다.
마두로 체포의 명분: 마약과 국가안보
마두로는 2013년 우고 차베스(Hugo Chávez)의 후계자로 집권한 이후, 13년간 반미·사회주의 노선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담했다. 포퓰리즘(populism) 정책의 실패로 베네수엘라는 2018년 연간 물가상승률이 수백만 퍼센트에 달하는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을 겪었고, 국가는 사실상 붕괴 상태에 빠졌다.
세계 최대 수준인 약 3000억 배럴, 전 세계 매장량의 약 17%에 해당하는 석유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석유 산업의 국유화와 구조적 부패(corruption)로 생산량은 전 세계의 0.8% 수준으로 추락했다. ‘자원의 저주(resource curse)’가 가장 극단적으로 구현된 사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정타는 2020년 3월 미국 법무부의 기소였다. 미 정부는 마두로가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과 결탁해 수백 톤 규모의 코카인(cocaine)을 미국으로 밀반입한 혐의를 공식 제기했다. 트럼프는 이를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미국 시민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간접적 공격(indirect attack), 즉 국가안보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규정했다. 1500만 달러의 현상금이 걸린 국제 수배자였던 마두로는 결국 ‘미국의 자위권(self-defense)’이라는 논리 아래 압송됐다.
주권 침해인가, 정당한 법 집행인가
국제관습법(Customary International Law)에 따르면, 현직 국가원수는 외국 법원의 형사 관할권으로부터 면책특권(immunity)을 가진다. 이 점에서 마두로 체포는 명백한 주권 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논리는 단호하다. 미국과 EU를 포함한 다수 국가들은 2018년 베네수엘라 대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마두로를 합법적 대통령이 아닌 불법 집권자(illegitimate ruler)로 간주해 왔다. 대신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Juan Guaidó)를 임시 대통령(interim president)으로 공식 인정했다.
이 논리에 따르면, 미국은 ‘외국의 국가원수’를 체포한 것이 아니라, ‘미국 시민을 위협하는 초국가적 마약 카르텔의 수장’을 체포한 셈이 된다. 법적 지위에 대한 해석 차이가 곧 작전의 정당성 논리로 직결된 것이다.
왜 1월 3일이었나: 반복되는 ‘심판의 날’
미 국방부는 작전 시점을 두고 “군사적 준비 태세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1월 3일이라는 날짜가 갖는 상징성을 간과하기는 어렵다. 1990년 1월 3일은 파나마의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Manuel Noriega)가 미군에 체포된 날이며, 2020년 1월 3일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카셈 솔레이마니(Qasem Soleimani) 사령관이 미군 드론 공격으로 제거된 날이다.
트럼프에게 1월 3일은, 미국에 대적하는 독재자와 반미 세력에게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공식을 각인시키는 일종의 전략적 기념일로 기능한다.
미국의 실질적 목표: ‘트럼프 보완원칙(Trump Corollary)’
이번 사건의 핵심은 체포 그 자체가 아니다. 진짜 주목해야 할 지점은 2025년 11월 발표된 트럼프 2기 국가안보전략서(National Security Strategy, NSS)에 명시된 이른바 ‘트럼프 보완원칙(Trump Corollary)’이다. 이는 먼로 독트린(Monroe Doctrine)을 21세기적으로 재해석·강화한 개념으로, 아메리카 대륙에 중국과 러시아 등 외부 세력의 전략적 개입을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현재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은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가 장악하고 있다. 중국은 약 40%의 지분을 보유한 상태에서 베네수엘라 석유의 87%를 저가로 확보하며 마두로 정권의 생명선을 유지시켜 왔다. 트럼프는 작전 직후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을 전면 재편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중국이 희토류를 통해 글로벌 경제안보를 위협해 왔다면, 미국은 에너지 자원을 통해 역으로 중국의 전략적 목줄을 쥘 수 있음을 실력으로 과시한 사례라 할 수 있다.
김정은에게 던지는 전략적 메시지
트럼프는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했다. “콜롬비아도 매우 병든 나라다. 코카인을 제조해서 미국에 파는 것을 좋아하는 병든 남자가 통치하고 있는데, 그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기자회견에서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시선이 단지 남미에만 머물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특유의 에너지와 사업가적 도전 기질을 지닌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를 새로운 시각에서 검토하고 있을 것이다. 그중 북한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한민국보다 북한 김정은을 더 많이 언급했을 것이다. (실제로 AI로 검색한 결과 최소확인 가능한 언급 횟수로 김정은 4회, 이재명 3회)
아마도 김정은도 마두로 사건 이후,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장면을 공개하며, 핵무기가 필요한 이유는 최근의 지정학적 위기와 다단한 국제적 사변들이 설명해 주고 있다며 경계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경주 정상회담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의 러브콜을 거부한 것이 뒷맛이 씁쓸하겠지만, 걱정 안 해도 될 듯싶다. 마두로는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았으나, 김정은은 국가수반으로 인정하여 2018년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도 하지 않았는가?
그럴지라도 미국의 쪽집게식 제거 작전의 능력을 보았으니, 미국을 상대로 마냥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핵이 있어 안전할 것 같지만, 핵이 있어 미국의 압박과 적대적 시선을 받아야 하는 부담을 동시에 갖고 있을 것이다. 2026년 김정은의 속내가 복잡할 것이다.
결론: 시장을 수호하는 ‘비즈니스 경찰(Business Policeman)’
트럼프 2기의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미국을 ‘깡패국가(rogue hegemon)’로 묘사한다. 그러나 보다 냉정하게 보면, 그 본질은 시장 질서를 방어하려는 전략에 가깝다. 이근 서울대 교수의 분석처럼, 국제질서는 더 이상 패권국이 규칙을 관리하는 안정된 체제가 아니라, 각자도생의 무정부적 경쟁 환경으로 이동하고 있다. 가장 적나라한 각자도생의 장이 시장이라고 이근 교수는 지적한다. 트럼프는 이 각자도생의 무대인 시장 경제 체제(market economy system)를 유지하기 위해, 이를 교란하는 수정주의 국가(revisionist states), 즉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미국은 앞으로도 시장 시스템을 위협하는 세력에 대해 강력한 응징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 속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가치를 공유하는 대한민국의 선택은 단순한 외교 노선을 넘어, 국가의 미래 생존 전략을 좌우하는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다. AI와 우주 산업을 둘러싼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지금, 미국과의 공고한 연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번영을 담보하기 위한 현실적 필수조건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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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인배 전 통일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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