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 관세 25%?…李정부는 ‘너무 모른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1.28 09:30  수정 2026.01.28 09:30

상대를 너무 모른다

미국에 말 통하는 인사가 없다

트럼프의 ‘변형 세컨더리 보이콧’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P=연합뉴스
트럼프 또 변덕인가?

안도의 한숨을 쉬는 사이, 발등에 큰불이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또 변덕을 부렸다. 한국이 약속을 제때 지키지 않으니 애초 공언한 대로 자동차, 목재, 의약품 등에 15%가 아닌 25% 관세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경주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3500억 달러(약 500조원)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하고 관세를 낮춰줬는데, 왜 한국 국회가 관련법(대미투자특별법)을 빨리 통과시키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부랴부랴 위성락 안보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 공동 주재로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캐나다에 머물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미국에 급파했다고 한다.

상대를 너무 모른다

우리가 경제 안보, 경제 외교를 상대의 관점에서 보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진 문제며, 상대를 몰라서 생긴 문제기도 하다. 트럼프는 상대가 자신에게 100% 충성하지 않거나, 적과 가까워지는 기색이 보이면 즉각 보복하는 참을성 없는 인물이다. 2주 전 주한 미국 대사를 통해 투자 약속을 조속히 이행하라는 경고 겸 독촉 서한을 한국 정부에 보냈다는데, 왜 트럼프가 격노했는지 짐작이 된다. 2주 전이면,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와 시진핑과의 정상회담 성과를 자랑하던 시점과 맞물린다.


연초 이재명 대통령의 첫 해외 정상 방문이 중국 시진핑이었다. 중국 방문 날짜도, 하필이면 베네수엘라 마두로를 체포한 직후였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자신이 팔뚝 근육을 잔뜩 부풀려 힘을 과시했는데, 이재명 대통령이 보란 듯이 시진핑과 사진을 찍은 자체로 불쾌했을 것이다. 공식 외교라인인 주미 대사를 통해 서한을 전달할 것은 트럼프 성격에 많이 참아준 것이다. 그다음 정상회담은 다카이치 일본 총리였다. 트럼프에게는 전화 통화 하나 없이.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1층에서 미국과 안보, 2층에서 중국과 경제”라고 답변해 트럼프의 의구심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와중에 김정관 통상산업부 장관이 리튬, 니켈 등 배터리 핵심 광물에 대한 협력을 모색하기 위해 캐나다를 방문한 것이다.


최근 캐나다는 카니 총리가 중국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하면서 미국과 관계가 급랭했고, 트럼프는 캐나다에 100% 관세로 캐나다를 겁박하기까지 했다. 김정관 장관의 캐나다 체류는 트럼프에게 ‘한국이 미국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다른 대안(캐나다-중국 라인)을 찾고 있다’는 신호를 줬을 수 있다. 상상은 자유지만, “중국산 광물을 캐나다를 거쳐 한국이 세탁한다” 혹은 “반(反)트럼프 전선을 구축한다”고 의심하기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 의심 많고 시샘 많고 지기 싫어하는 트럼프가 가만있을 리 없다. ‘중국과 멀찌감치 거리 둬. 아니 중국과 가까운 나라도 멀리해.’

미국에 말 통하는 인사가 없다

김민석 총리가 미국에서 밴스 부통령을 만나고 귀국한 직후 트럼프의 성명이 나왔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 김민석 총리는 이재명 정부의 권력 서열 2위며, 밴스 부통령 역시 트럼프 행정부 내 권력 서열 2위다. 2인자 회담 직후 대형 사건이 터졌다는 것은, 언론 보도와는 달리 김민석 총리가 밴스 부통령을 설득하거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했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김민석 총리는 하버드 케네디 스쿨을 다닌, 현 정부 내 드문 미국통인데 말이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미국에 말 통하는 인사가 없어 생긴 문제다. 트럼프 주변에 핫라인 가진 정부 인사가 없어 김정관 장관이 러트닉을 만나러 가야만 한다. 핫라인이 구축돼 있었다면 굳이 날아갈 필요도 없이 해결할 수 있었다. 아니 미리 설명해 트럼프의 의심을 살 필요조차 없었다. 1990년대 미스터 엔으로 불리던 사카키바라 같은 인물이 있어 직접 대화할 수 있었다면 그냥도 넘어갈 수 있었다. (본보 27일자, 김구철의 소프트파워 외교 ‘李 정부, 국제금융전문가를 키워라’ 참조)

트럼프의 ‘변형 세컨더리 보이콧’

최근 트럼프는 “이란이나 베네수엘라와 거래하는 모든 국가나 개인에게 25% 관세를 매기겠다”고 선언했다. 금융 거래를 끊거나 미국 시장에서 퇴출하는 것이 과거 방식이면, 이제는 ‘고율 관세’를 휘둘러 제3국이 제재 대상국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강제한다. 과거의 미국이 금융 ‘세컨더리 보이콧’을 전가의 보도로 내세웠다면, 현재의 미국은 관세 세컨더리 보이콧을 시행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중국제품이 ‘제3국’으로 둔갑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우회 수출(Rerouting)에 매우 민감하다. 트럼프는 “캐나다가 중국 물건을 미국으로 보내는 하역항(Drop Off Port)이 된다면 100% 관세를 매기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캐나다가 최근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하며 관세 인하 등에 합의하자, 캐나다를 중국의 우회 수출 통로로 규정한 것이다. 하물며 ‘한국-캐나다-중국’으로 이어지는 삼각 연대는 트럼프가 극도로 예민해 할 수밖에 없는 시나리오다.

미국 정부를 설득하라

한국에 대한 25% 관세 엄포도 한국을 때려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것이다. “한국 국회가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핑계일 뿐이다. 이런 판국에 25% 관세를 물고 3500억 투자하지 말자는 주장은 무책임하고 반애국적이다. 트럼프가 캐나다에 대해서처럼, 한국을 거쳐 미국에 들어간 중국산 상품 한두 개 적발하고 100% 관세를 물리면 어떡하려고?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하겠다는 정부의 기본 방침은 잘 잡은 것 같다. 약속을 지키겠다는 한국 정부의 의지와 절차를 미국에 잘 설명해야 한다. 의심 살 행동 피해야 한다. 올해 설을 얼마나 편안하게 맞느냐는 트럼프의 관세 25% 엄포에 얼마나 잘 대응하느냐에 달렸다.

글/ 김구철 금강대 연구교수·전 TV조선 선거방송기획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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