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옷을 새로 사기보다, 이미 가진 아이템을 다시 꺼내 조합하게 되는 달이었다. 한겨울의 무게감은 조금씩 덜어내고 싶지만, 아직은 공기가 차가워 쉽게 가벼워질 수는 없는 시기. 실내와 실외를 오가는 일정이 반복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겹쳐 입기 좋은 옷’에 손이 자주 갔다.
그래서 이번 #PICK3는 눈에 띄는 신상품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반복해 입게 된 것들이다. 특별한 날을 위해 고른 옷이 아니라, 평범한 하루 속에서 가장 자주 손이 갔던 아이템들, 2월이라는 애매한 계절을 가장 안정적으로 버텨낸 조용하지만 확실했던 선택을 정리해본다.
ⓒ앤유
이번 달 가장 먼저 꺼내 이야기하고 싶은 아이템은 앤유의 ‘레이스 디테일 레이어드 원피스’다. 2월처럼 두께는 줄이고 싶지만 스타일의 깊이는 놓치고 싶지 않은 시기에 특히 유용했던 선택이다.
얇게 떨어지는 슬립 형태에 밑단 레이스가 더해진 디자인으로, 단독으로 입기보다는 ‘겹침’을 전제로 만들어진 원피스다. 니트 아래로 레이스가 살짝 드러나거나, 데님 위에 겹쳐 입었을 때 특유의 부드러운 대비가 생긴다. 단순히 한 벌을 더 입는 개념이 아니라, 룩에 공기층을 만드는 역할에 가깝다.
무엇보다 이 아이템의 장점은 레이어드의 난이도를 낮춰준다는 점이다. 길이감이 과하지 않아 팬츠와 매치해도 답답하지 않고, 밑단 레이스가 자연스럽게 포인트가 되어 별도의 액세서리 없이도 분위기가 정리된다. 그레이 니트나 브이넥 스웨터 아래에 겹치면 밑단이 부드럽게 드러나고, 오버핏 아우터 안에 입으면 실루엣에 리듬이 생긴다.
레이어드 팁을 덧붙이자면, 상체는 톤을 눌러주고(그레이·네이비·브라운 계열), 하체는 데님이나 슬랙스로 균형을 잡는 방식이 가장 안정적이다. 여기에 롱부츠를 더하면 하단이 단단해지면서 레이스의 가벼움이 더 또렷해진다.
특히 2월처럼 상·하의가 무난해지기 쉬운 시기에는 이런 ‘안에서 보이는 한 겹’이 전체 인상을 바꾼다. 과하게 꾸미지 않았는데도 스타일에 깊이가 생기는 이유다. ‘단순한 원피스가 아니라, 조합을 확장해주는 아이템’ 이 레이스 레이어드 원피스는 2월 옷장에서 가장 자주 꺼내게 된, 조용하지만 확실한 포인트였다.
ⓒ온앤온
다음으로 추천할 제품은 온앤온의 ‘스웨이드 자켓 (NEL5XJ809_97)’이다. 2월처럼 겨울의 끝자락과 봄의 초입이 겹치는 시기에 자주 손이 갔던 아우터다. 코트만큼 무겁지 않으면서도, 재킷보다 부드러운 질감 덕분에 계절의 온도를 자연스럽게 낮춰준다.
스웨이드 특유의 매트한 표면감은 룩에 깊이를 더한다. 광택이 강하지 않아 차분하게 정리되고, 베이지 톤은 피부 톤을 부드럽게 살려준다. 전체 실루엣은 클래식한 테일러드 형태에 가깝지만, 소재 덕분에 인상이 딱딱해 보이지 않는다. 셔츠나 니트 위에 걸치면 단정한 출근 룩으로 이어지고, 레이스 원피스 같은 페미닌한 아이템 위에 매치하면 분위기가 한층 정돈된다.
이 자켓의 장점은 ‘레이어드의 마지막 정리 단계’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안에서 레이어드를 여러 겹 쌓더라도, 겉에서 스웨이드가 한 번 눌러주며 전체 실루엣을 안정적으로 묶어준다. 특히 원피스+데님 같은 조합 위에 더하면 텍스처 대비가 생기면서 스타일이 또렷해진다.
활용 팁을 덧붙이자면, 이너는 톤온톤으로 맞춰 부드럽게 이어가고, 하의에서 질감이나 길이 차이로 리듬을 주는 방식이 가장 세련되다.
또한 소매를 가볍게 롤업해 손목을 드러내면 답답함이 줄고, 초봄까지 이어 입기 좋다. 무게감은 덜고, 분위기는 남기는 아우터. 온앤온의 스웨이드 자켓은 2월 옷장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활용됐던, 전환기의 기준점 같은 아이템이다.
ⓒ여밈
마지막으로 2월 한 달 동안 가장 자주 들었던 아이템은 여밈의 ‘Belted Boat Bag (Black)’이다. 옷이 가벼워질수록 가방의 역할은 더 또렷해진다. 이 보트백은 룩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중심을 잡아주는 구조 덕분에 자연스럽게 손이 갔다.
이름 그대로 배처럼 길게 떨어지는 수평 실루엣이 특징이다. 군더더기 없는 블랙 레더에 벨트 디테일이 더해져, 단순하지만 밋밋하지 않다. 벨트의 메탈 아일렛이 은근한 포인트가 되어, 미니멀한 룩에 작은 긴장감을 만든다. 과장된 로고 없이도 디자인의 의도가 분명한 점이 인상적이다.
수납력도 실용적이다. 가로로 넉넉한 구조라 지갑·파우치·선글라스 등 기본 소지품을 여유 있게 담을 수 있고, 입구가 크게 열려 사용성이 좋다. 데일리 출근 룩은 물론, 원피스+재킷처럼 여성스러운 조합 위에 들어도 무게를 잡아준다. 특히 레이스 디테일이나 밝은 톤 의상과 매치했을 때 블랙이 전체를 정리해주는 역할을 한다.
레이어드가 많아질수록 액세서리는 단순할수록 좋다. 이 보트백은 복잡한 조합을 한 번 눌러주는 ‘마침표’ 같은 아이템이다. 2월처럼 스타일이 겹쳐지는 시기, 마지막 균형을 만들어주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결국 이번 달에 고른 세 가지 아이템은 모두 ‘겹쳐 입기 좋은 구조’와 ‘계절의 경계에서의 활용도’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두꺼움으로 버티는 방식이 아니라, 조합을 통해 완성되는 실용성에 가깝다.
앤유의 레이스 디테일 레이어드 원피스는 2월 스타일의 확장을 보여준 아이템이다. 니트·스웨트·재킷 안에 더해지는 한 겹의 텍스처로 룩에 깊이를 만들었고, 단조로운 겨울 옷장에 변화를 줬다. 온앤온의 스웨이드 자켓은 부드러운 표면감으로 상체를 정돈해주며, 레이어드 위에 자연스럽게 얹히는 아우터 역할을 해냈다. 그리고 여밈의 belted boat bag은 겹쳐 입은 룩을 한 번 정리해주는 블랙의 힘으로, 전체 인상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번 #PICK3는 강한 유행이나 과한 포인트보다, 조합의 가능성과 반복 착용의 안정감에 더 가까운 선택이었다. 기온은 아직 낮지만 스타일은 조금 가벼워지고 싶은 2월. 옷을 ‘더 입는’ 대신 ‘잘 겹치는’ 방향으로 접근했을 때 자연스럽게 손이 가던 아이템들이다.
다음 달에도 실제로 입어보며 체감한 기준으로, 또 한 번의 현실적인 선택을 기록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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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 어반에이트 패션 크리에이터, 아나운서minjeoung7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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