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 음료' 3잔 가져간 카페 알바, 업무상 횡령?…법조계 "평소 폐기 처리 방식 등 살펴봐야"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입력 2026.03.31 13:53  수정 2026.03.31 13:53

카페 아르바이트생, 점주로부터 업무상 횡령 등 혐의 고소당해

알바 "제조 실수로 인한 폐기 처분 대상 음료" vs 점주 "폐기 처분 대상 음료도 돈 지불해야 한다고 알려"

법조계 "폐기 처리된 음료, 타인 소유 재물로 볼 수 있는지는 의문"

"평소 점주가 직원들에게 어떻게 지시했는지 따라 기소 여부 달라질 수 있어"

ⓒ데일리안 AI 이미지 삽화

충북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아르바이트생이 음료 3잔을 가져간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법조계에서는 업무상 횡령 혐의 성립 여부와 관련해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던 중 횡령해야 하는바, 폐기처리된 음료가 과연 타인 소유의 재물이라고 볼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보관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면서도 "(해당 음료가) 실제 폐기 대상이 맞는지, 이전에는 폐기 대상을 어떻게 처리해 왔는지, 다른 아르바이트생 사례 등도 살펴봐야 혐의 유무를 정확히 판단 가능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3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아르바이트생 A씨는 지난해 5~10월쯤 B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인력난을 겪는 같은 브랜드의 C 매장에서 종종 파트타임으로 파견 근무를 했다.


그런데 A씨는 지난해 12월 C 매장의 업주로부터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C 매장의 업주는 A씨가 지난해 10월 2일 오후 10시 34분쯤 퇴근하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등 1만2800원 상당의 음료 3잔을 무단으로 제조해 챙겨갔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A씨는 "해당 음료는 모두 제조 실수로 인한 폐기 처분 대상이었고, 폐기되는 음식물은 직원들이 알아서 처리해 왔다"면서 "점주도 이를 용인하는 분위기였다"고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C 매장 점주 측은 "폐기 처분 대상 음료에 대해서도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알려왔다"며 "내부 지침을 보더라도 음료를 멋대로 처분해도 된다는 조항은 없다"고 반박했다.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점주 측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최근 A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당초 경찰은 A씨를 경미범죄심사위원회에 회부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점주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A씨가 범행을 부인해 이 위원회 심사 대상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사실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확산하면서 해당 매장 점주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지자, B 매장과 C 매장 점주들은 억울함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B 매장 점주는 A씨가 자신의 매장에서도 무단으로 음료를 제조, 지인에게 제공해 선처를 해줬음에도 A씨 측이 오히려 자신을 고소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로고(자료사진) ⓒ연합뉴스

해당 점주는 A씨가 약 5개월간 근무하면서 지인들에게 총 35만원어치의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고객의 포인트를 대신 적립하는 등 매장에 큰 손해를 끼쳤다고 했다.


직원들로부터 이 사실을 듣고 지난해 10월 9일 추궁하자, 범행을 시인한 A씨가 자필 반성문을 써 제출하고 합의금 명목으로 550만원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A씨 측이 얼마 지나지 않아 B 매장 업주를 공갈과 협박 혐의로 고소했고, 이에 대응해 C 매장 업주가 A씨를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A씨는 B 매장에서 무단으로 음료를 제공한 적이 없으며, 당시 강요와 협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반성문을 쓰고 합의한 것이라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B 매장 점주는 공갈·협박 혐의에 대해 불송치 처분을 받았다. 현재 A씨에 대한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보완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혐의 유무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른 아르바이트생의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도윤 변호사(법무법인 율샘)는 "일단 폐기 처리된 음료가 횡령죄 대상이 되는지가 쟁점이라고 보인다"며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던 중 횡령해야 하는바, 폐기 처리된 음료가 과연 타인 소유의 재물이라고 볼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보관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폐기 처리하면 버리거나 점주의 판단하에 처분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평소에 피의자를 포함한 직원들에게 점주가 어떻게 지시했는지에 따라 기소 여부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피해 금액이 1만2800원이라는 건데, 어차피 폐기된 음료이니 경제적 가치를 따질 수 있는지, 이 피해 금액이 맞는지도 의문"이라고 부연했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임의로 가져간 게) 3잔이 전부인지, 아니면 증거로 확인된 사실이 3잔인 건지는 정확히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며 "또한 실제 폐기 대상이 맞는지, 이전에는 폐기 대상을 어떻게 처리해 왔는지, 다른 아르바이트생 사례 등도 살펴봐야 혐의 유무를 정확히 판단 가능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전 간식 절도 사건에서 검찰이 곤란을 겪었기 때문에 이번에 바로 기소하지 않고 보완수사를 요구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폐기 예정이어도 소유권은 여전히 점주에게 있고, 따라서 아르바이트생이 점주의 허락 없이 (음료를) 가져가면 원칙적으로는 재산범죄 성립이 가능하다"라면서도 "검찰이 보완수사를 지시한 이유는 폐기 여부 확인과 폐기 예정 음료에 대해 임의로 처분이 가능했던 매장 관행이 존재하는지, 폐기 예정 음료였다는 것과 관련해 아르바이트생에게 불법영득의사의 고의가 있었는지에 대해 좀 더 판단이 필요하다는 취지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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