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민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인터뷰
대한가정의학회 의사 7~8명 기내서 긴급 대응
“의사로서 해야할 일을 했을 뿐…환자 건강 궁금해”
김철민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지난 3월 24일 인천발 마닐라행 비행기에서 환자의 에어웨이(airway)를 확보하고 환자 소생시킨 후, 기장과 회항여부 등을 상의하며 응급상황이 발생한 비행기 안 현장을 조직적으로 지휘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닥터콜을 듣자마자 망설일 이유가 없었습니다.”
3월 24일, 상공을 날던 기내에서 발생한 긴박한 응급 상황.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인 김철민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그날의 기억을 이렇게 회고했다.
이날 대한가정의학회 소속 의사들은 세계가정의학회 아시아태평양지역 학술대회 참석차 인천발 마닐라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당시 김철민 교수를 비롯해 7~8명의 가정의학과 의사들이 타고 있었다.
이륙 직후 갑작스러운 응급 상황이 발생했다. 한 외국인 여성이 화장실 앞에서 쓰러졌고, 의사를 찾는 ‘닥터콜’에 이들은 즉시 환자에게 달려갔다.
김철민 교수는 2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당시 환자는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경련을 보이며 혀를 물어 기도가 막힌 상황이었다”며 “즉시 기도를 확보하고 응급키트를 요청해 기도 삽관을 시도했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설명했다.
환자의 체구가 크고 혀가 뒤로 말려들어가 초기 삽관이 어려웠지만, 기내에 비치된 기도 확보 기구(I-gel)를 활용해 기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후 앰부백(Ambu bag)으로 산소를 공급하자, 환자의 자발 호흡이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환자는 우측 뇌경색이 의심되는 상태였다. 응급처치 이후 의식과 호흡이 회복되고, 떨어진 혈압도 정상 범위에 근접했다. 의료진은 약 3시간 30분 동안 응급처치를 이어가며 환자의 곁을 지켰다.
김 교수는 “의사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 당연한 책무”라며 “닥터콜을 듣고 망설일 이유 없이 바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이어 “한 사람이 기도를 확보하면 다른 사람은 앰부백을 누르고, 또 다른 의료진은 혈압을 확인하는 등 팀워크가 중요하다”며 현장 협업이 결정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사실 이런 일을 굳이 알리고 싶은 마음은 크지 않았다”면서도 “현장에서 어떤 처치를 했는지보다, 그 환자가 이후에도 무사히 치료를 잘 받고 회복했는지가 더 궁금하다”며 환자를 향한 마음을 드러냈다.
승무원의 신속한 대응도 큰 역할을 했다. 김 교수는 “닥터콜이 빠르게 이뤄졌고 응급 장비도 즉시 준비됐다”며 “승무원들이 침착하게 상황을 관리해준 덕분에 처치가 원활했다”고 이들을 높이 평가했다.
일반 승객의 역할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는 “응급환자를 발견하면 즉시 승무원에게 알리고, 호흡과 맥박을 확인한 뒤 필요시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해야 한다”며 “응급 상황일수록 승무원과 주변 승객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장 응급 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었던 비결은 사전 교육이다. 대한가정의학회는 응급 교육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오고 있다. 김 교수는 “기내에서 생길 수 있는 응급 상황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들을 평소에 진행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 같은 응급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전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 여행 전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이동 중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여행 중에는 탈수를 예방하기 위한 충분한 수분 섭취와 함께, 장거리 비행 시 주기적인 스트레칭으로 혈전 발생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당뇨·고혈압·호흡기 질환 환자는 각 질환에 맞는 사전 관리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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