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안철수에게 건넨 책에 써준 문구는?
박 "정치즐거움 함께 만들길 소망" 안 "라이벌이란 생각 안해"
“‘정치의 즐거움’을 함께 만들어가기를 소망하며. 박원순 드림.”
박원순 서울시장이 안철수 무소속 의원에게 건넨 자신의 대담집 ‘정치의 즐거움’ 첫 페이지에 쓰인 문구다. 안 의원과의 ‘정치적 연대와 경쟁’ 시그널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박 시장이 직접 손으로 눌러써서 전한 메시지다.
박 시장은 7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독자와의 대화’ 행사에서 안 의원과 마주했다. 지난 6월 14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13주년 기념행사에 나란히 참석한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마주 앉은 20여분 간 주고받은 대화의 행간 마다 ‘정치적 교감’이 묻어났다.
특히 안 의원은 박 시장의 대담집 내용 가운데 ‘정치의 희망’을 말한 대목에 밑줄을 그었다고 소개했다. 자신의 ‘새정치’와도 맞닿는 부분이다. “내게 바람이 있다면, 시민들에게 정치의 희망을 드리는 것이다. 정치 때문에 시민이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내용이다. 안 의원은 “박 시장이 정치를 하는 의미에 대해 진심을 담아서 핵심을 말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안 의원은 자신의 ‘새정치’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3대 미스터리’라고 하는데...”라고 소개하며 “새정치는 없던 것을 새로 만드는 게 아니다. 새정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의 답과 정치가 뭐냐는 질문의 답은 같다. 정치가 원래 해야할 일을 하는 것이다. 정치가 무엇인지는 미스터리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가운데 자리 양보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양보할 때 어땠나?"
박 시장은 ‘채권자’인 안 의원에게 이날 행사 중앙 자리를 양보했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안 의원에게 후보 자리를 넘겨받아 ‘부채’가 있는 박 시장이다.
박 시장은 안 의원이 사회자의 소개를 받고 입장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놔주고 중앙 좌석에 앉을 것을 권했다. 안 의원은 몇 차례 손을 가로저으며 사양했지만, 박 시장의 권유에 결국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박 시장은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부채가 생긴 점을 직접 언급하며 질문을 던졌다.
“내가 백두대간에서 수염도 못 깎고 내려와서 안 의원님을 만났는데, 그때 만나러 가면서 ‘정말 (후보단일화 등)합의가 될까’ 생각을 많이 했다. 당시에 나보다 아주 인기가 더 있었는데, 양보를 했다. 그때 양보를 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가?”
이에 안 의원은 “그 순간이 또 와도 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라며 “두 사람이 선거에 나오면 결국 한 사람만 당선될 텐데, 그렇게 돼서 우리나라의 귀중한 인적자원 한 쪽이 소실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안 의원이) 서울시장 나간다는 이야기를 (알았으면) 나도 안 나왔을 것”이라며 “나도 어찌됐든, 아름다운 양보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 가지고 있다”고 했다.
안 의원은 행사 후 ‘박 시장과 라이벌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생각은 전혀 없다”며 “예전부터 알던 분이고,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굉장히 특별한 관계가 됐다”고 말했다.
나에게 박근혜 대통령이란? "자석 같은 존재다"
아울러 박 시장은 자신의 가정생활 등 소소한 일상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내놨다.
박 시장은 ‘목소리가 좋다’는 칭찬에 “목소리가 특이한 것은 틀림없다”며 목소리 때문에 자신을 알아본 택시 기사에 대한 일화를 털어놨다.
“한번은 주말에 모자를 눌러쓰고 북한산을 다녀왔다. 누가 알아볼까봐 땅만 보고 다녔다. (등산하는 동안) 아무도 몰라봤다. 성공한 것이다. 그런데 택시를 타고 ‘000을 가자’고 했더니 택시 아저씨가 목소리만 듣고 ‘(시장님) 변장하셨네요’라고 하더라.”
아울러 평소 업무 때문에 가정에 소홀했던 점을 스스로 인정하면서 “그래도 이때까지 이혼도 안 당한 것은 다 비결이 있다. 처음부터 너무 잘해주면 이게...”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이같은 전략이 ‘생존전략’이라고 했다.
그는 ‘나에게 아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아내는 ‘안해’다. 내 안에 있는 태양이다”라고 재치 있는 답변을 했다.
그는 ‘나에게 박근혜 대통령이란’이라는 질문에는 “자석같은 존재”라고 답했다. N극과 S극으로 서로 성질이 달라도 서울시장과 대통령이라는 업무관계 특성상 ‘붙어야 한다’는 의미다. 박 시장은 “그래서 내가 부지런히 국무회의도 나가서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며 “서울시가 정부에 요구할 게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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