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던 '벌금형' 심형래, 방송 활동 가능?
'임금체불' 벌금형으로 방송 복귀 전망
이미지 타격 극복 여부 가장 큰 관건
어차피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아 실형은 피했지만 실제 선고 받은 판결은 징역 10월에 사회봉사명령 80시간이었다.
심형래 측이 항소하면서 가장 절실하게 원했던 부분은 바로 집행유예까지 면하는 것이다. 1심에서 징역 10월을 판결 받았을 지라도 집행유예 2년을 받아 실형은 면했지만 심형래가 절실하게 징역형에 따른 집행유예가 아닌 벌금형을 원했던 이유는 판결 결과가 방송 출연 여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임금을 체불해 재판에 회부된 심형래는 지난 8월에 열린 항소심에서 "돈을 벌어 꼭 변제하겠다"고 호소하며 지불 각서와 탄원서, 그리고 진술서 등을 함께 증거로 제출했다. 이를 통해 심형래가 간절히 재판부에 요청한 것은 "집행유예 선도만은 막아달라"였다.
그 이유는 집행유예를 받을 지라도 징역형 판결이 확정될 경우 방송 출연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변제를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하고 이를 위해 방송에 출연해야 하는 데 집행유예를 받으면 방송 출연이 어려워지는 이유였다.
항소심 법정에서도 심형래는 “코미디부터 다시 시작하겠다. 1만 원이든 2만원이든 출연료를 받는 데로 변제하겠다”며 “난 지금 연기를 해야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인데 집행유예가 떨어지면 하고 싶어도 방송 출연을 할 수 없다. 꼭 갚겠다. 제발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결국 1심의 집행유예보다 가벼운 벌금형을 받아야 방송에 출연할 수 있고 그래야 돈을 벌어 채무를 변제할 수 있다는 것이 심형래 측의 호소였다.
심형래의 절실한 호소가 통했는지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2부(판사 정인숙)은 지난 10일 오전 10시 408호 법정에서 열린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된 심형래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벌금 1500만원 형을 판결했다. 집행유예를 피한 것이다.
우선 재판부는 개인 재산 전부를 회사 운영을 위해 쓴 점은 참작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문제가 된 임금 체불 이전의 사안이라 이를 본건인 채무 변재를 위한 직접적 노력으로 볼 수는 없어 책임 조각 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1심 판결 이전까지 합의하지 못한 근로자 23명 가운데 19명과 이미 합의를 마친 부분과 이들이 체불 임금을 받기 위해서는 심형래 본인의 재기가 필요하다는 부분을 감안해 감형하게 됐다고 밝혔다.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선고될 경우 방송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밝혔다. 결국 재판부에게 심형래의 호소가 통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추가 합의가 이뤄진 부분도 주효했다. 심형래는 모두 43명의 직원의 임금을 체불했는데 이 가운데 20명은 1심 판결 이전에 합의를 마쳤다. 그렇지만 절반이 넘는 23명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1심 판결에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이 나왔던 것이다. 그렇지만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 19명과 추가적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43명 가운데 39명과 합의를 마친 부분을 법원에서 감형 요인으로 받아들인 것. 이를 위해 심형래는 직원들에게 방송 활동 등을 통해 체불 임금을 지불하겠다는 각서를 쓰고 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형래 개인의 경제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지난 1월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파산신청을 한 심형래는 지난 달 7일 법원으로부터 파산 결정을 받아 170억 원의 채무를 면책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파산했으며 함께 일했던 직원들의 임금을 체불해 법정에 까지 선 심형래에게 이제 마지막 재기의 방법은 방송 출연뿐이다.
전설의 코미디언으로 엄청난 인기를 누린 심형래는 영화감독 겸 제작자로 변신해 한국 형 컴퓨터그래픽(CG)로 다양한 영화를 만들어 한국은 물론 미국 시장에도 진출했었다. 그렇지만 결국 그의 영화 사업은 일단 실패로 일단락됐고, 이제 다시 첫 출발점인 코미디언으로 다시 시작하려 하고 있다.
문제는 그의 방송 출연이 여전히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사업이 망해 영구아트무비를 폐업하고 직원들의 임금을 체불한 소식이 알려지는 동안 심형래의 이미지에는 심각한 타격이 있었다.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는 코미디언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치명적인 이미지 타격이었다.
방송 출연 공백도 크다. 영화 제작자와 감독으로 종종 토크쇼 등에 출연하긴 했지만 예능 MC 경험은 거의 없다. 코미디언으로 KBS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특집 방송에 몇 차례 출연하긴 했지만 KBS 희극인실 출신의 전설적인 코미디언으로 특별출연했던 것이다.
레전드인 그가 다시 방송 일선에 서야 한다. 기본적으로 코미디언으로 재기하려면 ‘개콘’에 출연하는 방법이 있지만 요즘 젊은 후배 개그맨들이 주축이 된 ‘개콘’에 그가 낄 수 있는 자리가 있을 지는 미지수다. 기본적으로는 KBS가 그에게 ‘개콘’ 고정 출연의 기회를 줄 지 여부도 확정적이지 않다.
기본적으로 한 번 구설수에 올랐던 심형래에게 KBS를 비롯한 공중파에서 과연 출연 기회를 줄 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체크 포인트다. 게다가 그가 코미디언으로 방송 활동을 할 당시에는 코미디언들은 각각의 소속된 방송사 프로그램만 출연했었다. 따라서 심형래에게는 KBS의 이미지가 강하다. MBC나 SBS 출연이 쉽지 않은 까닭이기도 하다.
주병진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토크쇼로 오랜만에 방송가로 컴백했듯이 심형래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예능 프로그램 MC가 되는 방법도 있다.
실제로 심형래는 지난 2011년 KBS에서 특집프로그램으로 제작한 ‘심형래쇼’에 출연한 바 있다. ‘개콘’ 등에 출연하는 KBS 희극인실 후배 코미디언들과 과거 심형래가 출연한 개그 코너를 재구성한 코미디 프로그램이었는데 반응은 꽤 좋았다.
그렇지만 이 부분 역시 쉽지 않다. 요즘 예능계는 변화가 빠르고 트렌드에 민감하다. 토크쇼 역시 ‘힐링’을 내세운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정도가 유일하고 다른 토크쇼들은 대부분 막을 내렸다. ‘주병진쇼’는 물론이고 고현정이 전면에 나선 ‘고쇼’도 폐지됐다. 그나마 잘 나가던 ‘승승장구’도 문을 닫았고 국민 MC 강호동을 내세운 ‘무릎팍도사’ 역시 예능계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물론 심형래의 경우 토크를 전면에 내세운 쇼가 아닌 코미디를 전면에 대세운 쇼가 가능하다. 그렇지만 요즘 시청자들의 트렌드와 그의 슬랩르틱 코미디가 조화를 이룰 수 있을 지는 미디수다.
잠정 은퇴를 선언한 뒤 1년여 만에 컴백한 강호동도 아직 완벽하게 제자리를 찾았다고 보기 힘들 만큼 경쟁이 치열한 예능계에서 심형래에게 어떤 역할이 주어질 지는 미지수다. 그래도 방송가에선 친정 KBS가 심형래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는 예상이 이어지고 있다. 심형래가 어느 정도는 KBS 윗선과의 친분이 있는 데가 친정이라는 인연도 깊다. 또한 구설수로 인한 이미지 하락을 직원들에게 체불한 임금을 갚기 위한 방송 출연이라는 명분이 어느 정도는 상쇄해 줄 수도 있다.
방송가에선 심형래의 컴백이 공중파 방송이 아닌 종합편성채널이나 케이블 채널을 통해 이뤄질 수도 있다. 특히 심형래를 단독 인터뷰한 JTBC를 통해 컴백할 가능성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JTBC가 강용석 변호사를 기용한 ‘썰전’이 큰 히트를 쳤으며 손석희를 보도부문 사장으로 영입해 앵커로 기용하는 등 과감한 출연자 기용을 하고 있어 심형래 깜짝 영입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케이블 방송의 경우 심형래 기용이 상당한 화제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특히 케이블 업계의 선두주자인 CJ E&M은 심형래가 감독 및 제작에 주연까지 맡은 영화 ‘라스트 갓파더’를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는 등의 인연을 맺은 바 있다.
방송을 통해 체불 임금을 변제하는 등 재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심형래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브라운관에 다시 나타날 것인지, 방송가는 이제 레전드 코미디언 심형래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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