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기초연금 지급 계획 '빨간불'인데도 여야는 공방으로 등져
‘기초연금법’ 제정안 처리가 여야 정쟁으로 불발되면서 7월부터 기초연금을 지급하려던 정부의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장 7월부터 기초연금이 지급되기 위해서는 2월 국회통과가 필요했지만,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현재 6월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초연금 지급 시기는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기초연금 지급에 필요한 예산 5조2000억원을 확보하고도 여야가 법안을 합의하지 못해 연금지급을 기다리는 노인층은 발만 동동 구르게 된 것이다. 노인빈곤율이 4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의 국가에서 “노인을 도마에 올려놓고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기초연금 도입이 시급한 이유는 노인층에 대한 사회보장대책 취약성에 있다는 지적이다. 2012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의 상대빈곤율은 49.3%로 OECD 평균(12.8%)에 비해 4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국민연금 도입이 1988년에 이뤄져서 현재 노인 중 30%가 평균 30만원의 혜택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국민연금에 가입할 기회가 없었던 이들이 60세를 넘어서도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적은 연금만을 받는 ‘노인 빈곤’문제도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여야 모두 기초연금 도입과 기초노령연금 인상 등 노후소득보장 확대 공약을 낳았다. 즉, 기초연금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야가 공감하고 있다는 것.
문제는 기초연금 논의가 정치공학으로 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되,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 연계해 매월 10만~20만 원을 차등 지급하자는 방안인 반면, 민주당은 국민연금과 연계하지 말고 65세 이상, 소득 하위 80%에 일률적으로 20만 원씩 지급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노인부양비 2014년 17명에서 2060년 80명으로 증가 '젊은 세대의 짐'
여당은 기초연금 지급에 따른 재정부담이 큰 만큼 국민연금과 연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향후 재정부담에 대한 해법 대신 “국민연금-기초연금 연계 반대”, “대통령 공약 후퇴 반대” 등 정치구호를 앞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초연금 도입의 핵심고려 대상은 ‘후세대 부담’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초연금은 전액 국고로 지원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미래 세대들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전체 노인에게 약속한 ‘기초연금 공약’을 포기하겠다고 사과까지 한 상황이다. 이는 ‘퍼줘야하는’ 정치공학이 아닌 미래세대에 대한 부담 등 정부 재정 상태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경종으로 울렸다.
국민들의 시선도 지속가능한 복지시스템의 확립을 위한 ‘복지공학’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맞춰졌다. 경향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3~4일간 전국 성인 6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정부안을 지지한다’는 의견이 47%였고, ‘민주당안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34.1%였다.
더욱이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노인의 수를 의미하는 노인부양비는 2014년 현재 17.3명이지만, 2060년에는 80.6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젊은 세대의 짐이 갈수록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연금은 백년대계…3월 국회열어 기초연금법 처리해야"
이와 관련, 김성숙 국민연금연구원장은 “생활이 어려운 많은 어르신들은 기초연금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며 “기초연금법이 확정되지 않으면 당장 오는 7월에 기초연금을 지급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그들의 상심이 벌써부터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도 “기초연금법 처리 지연 문제는 정치적 야합에만 몰두하고 있는 국회가 과연 입법부라는 이름으로 불릴 자격이 있는지 반성해야 하는 일”이라며 “7월 지급이 시급한 기초연금법안에 대해 3월 국회를 개원해서라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여당은 3월 임시국회를 열어 기초연금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6일 송파구 삼전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현장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을 위한 법을 포함해 기초연금법, 장애인연금법 등 ‘복지 3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주기를 부탁한다”고 기초연금법안의 임시국회 처리를 요청했다. 문 장관은 “연금은 백년대계”라며 정치셈법으로 백년대계를 재단하는 정치권을 꼬집기도 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도 같은 자리에서 “3월 국회를 잠시라도 열어서 복지3법을 처리해야 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겨냥, “기초연금을 모든 어르신한테 20만원씩 빚내서 나눠주는 게 새정치인지 분명히 답해야 한다”며 “새정치에 진심이 있다면 민생법안 처리에 조건 없이 나서야한다”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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