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고객정보 이미 해외까지"…믿지못할 수사당국
유출은 있었지만 유통은 없었다는 검찰 주장 스스로 뒤엎어
카드업계에서도 정부 주장 더는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
카드 3사에서 유출된 개인정보 8050만건이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보 '유출'은 있었지만 '유통'은 없다고 알려왔던 검찰이 스스로 기존 수사결과를 뒤엎은 꼴이다.
15일 금융권과 검찰에 따르면, 신용평가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전 직원 박모씨는 카드 3사를 돌며 1억400만건의 고객정보를 빼내기 전 8050만건의 고객정보를 훔쳤다. 카드사별로는 국민카드 5370만건, 농협카드 2430만건, 롯데카드 250만건이다. 이들 정보는 박씨가 나중에 훔친 1억400만건과 대부분 겹친다.
검찰 수사 결과 박씨는 훔친 카드사 고객정보 8050만건을 조씨에게 팔아넘겼다. 조씨는 2012년 8월부터 1년간 이씨 등 두 명에게 7300만원을 받고 다섯 차례에 걸쳐 카드사 고객정보 7800만건(국민카드 5370만건, 농협카드 2430만건)을 팔았다. 또 대출중개업자 김씨(400만건)와 한씨(70만건)에게 판매했다. 이렇게 조씨가 팔아치운 개인정보만 8270만건이다.
검찰 관계자는 "개인정보를 넘겨받은 4명을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14일 구속했다"며 "추가 유통이 확인된 개인정보는 대출 등 영업목적으로만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유출이 확인된 개인정보는 비밀번호와 CVC(카드인증코드) 등이 없어 위변조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카드사 정보 유출로 구속된 사람은 2명에서 6명으로 늘었다.
이번 검찰 발표는 추가 유통은 없었다는 검찰과 금융당국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특히 빠져나간 정보로 카드복제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처사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정보유출로 가장 우려되는 건 카드복제 문제가 아니다"며 "사실상 국민 대부분의 정보가 빠져나갔다는 사실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번에 빠져나간 정보로 카드복제가 불가능하다며 국민을 안심시키는 검찰과 금융당국의 태도는 사태의 심각성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카드업계에서도 개인정보가 이미 시중에 유통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추가 유통은 없었다는 정부의 말을 믿었다"며 "하지만 추가 유통이 확인된 상황에서 이제 비난의 대상은 카드사에 정부로 옮겨갔다. 정부의 말을 더는 신뢰할 수 없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이번에 4명이 추가로 구속됐지만, 더 늘어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미 해외에서 유통되고 있는 개인정보가 이번에 빠져나간 정보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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