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전혁 "모래알 보수, 진보교육감 영원히 못이겨"
<인터뷰>"흩어진 다수가 똘똘 뭉친 소수에게 진꼴"
"학부모가 공감하는 아젠다 발굴 실패도 패배 원인"
“이번 교육감 선거는 무지의 장벽 속에서 치른 느낌이다. 흩어진 다수가 똘똘 뭉친 소수를 이길 수 없는 형국이었다.”
지난 6.4지방선거 중에 치러진 교육감선거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교육감이 대거 당선된 결과를 놓고 후보 단일화를 못 이룬 ‘보수의 자멸’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에 대해 경기교육감 선거에서 낙선한 조전혁 명지대학교 교수는 “보수 우파 시민단체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평했다.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시절 대학생들의 비뚤어진 역사관을 보면서 전교조 교육의 폐해를 통감해 시민운동에 뛰어들었고, 이후 18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에도 전교조 명단을 공개했다가 강제금 납부 명령을 받을 정도로 단 한 번 몸을 사리지 않았던 조전혁이 보수 우파에 가하는 일침이다.
그는 이번 교육감선거의 결과에 대해 우선 “교육감이라는 자리 하나 얻으려고 나간 게 아니었고, 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에 출마했지만 선거운동기간 내내 무너진 공교육의 실상을 알리다가 끝이 났다”면서 “하지만 ‘깜깜이 선거’로 불리는 교육감선거에서 110만 표를 얻은 것은 결코 의미 없는 숫자가 아니었고, 찾아가는 선거였던 만큼 보람이 있었다”고 평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이번에 선거를 치른 뒤 가장 큰 아쉬움이 다른 선출직도 아니고 교육감 자리를 전과자에 내 준 것”이라며 “정치자금법 위반이라는 전과 기록이 있는 이재정 당선자를 내세운 진보 진영의 뻔뻔함이나 이를 용납한 보수 진영 모두 비난받아야 마땅하다”고 했다.
범 보수 진영의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그는 “후보 단일화는 예비후보 시절에 끝냈어야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후보 단일화를 이끌어낼 만한 시민단체가 없었던 결과로 이번에 보수 우파 시민단체가 뿌리를 못 내린 것으로 확실히 판명 났고, 이에 대해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당 후보가 아니라 개인자격으로 출마하는 교육감선거는 정당의 도움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시민사회의 지지가 특히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보수 우파 시민단체들은 주도권 다툼에 몰두하면서 각각 다른 후보를 내세우는 데 급급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사실을 지적하는 그는 “보수 우파가 내세우는 가족 가치의 중요성이나 애국심 고취, 올바른 역사교육, 또 ‘공짜는 없다’는 가르침은 훌륭하지만 국민에게 각인될 일관된 아젠다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더 신랄하게 말하면 보수 우파 진영에는 교육·사회 문제에 대한 컨센서스 없이 시민단체는 마치 흩어진 모래알과 같았다”는 것이 그가 밝힌 이번 선거를 치른 소감이다.
보수 진영에 학생·학부모와 공감하는 아젠다 부족
보수 시민사회의 대오각성을 요구하는 조 교수는 시민사회에 무감각 한 현재 여당의 행태도 지적했다.
“현재 여당은 시민단체에 전혀 관심이 없지만, 야당 의원들은 시민단체와 호흡을 맞추는 데 참 열심이다. 지금 민주당에 시민단체에서 성장한 인물이 많은 것만 봐도 그렇다”고 지적하는 그는 “대표적으로 정신대 문제 대책협의회에서 22년간 1100회를 넘게 이어온 수요집회처럼 장기적인 과제를 꾸준히 실행해올 수 있었던 것은 당과 시민단체의 같은 목표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교육감선거에서도 진보 좌파 진영에서는 혁신학교, 학생인권조례, 무상급식으로 승부를 걸었던 점을 상기시켰다. “이런 아젠다들은 전교조와 민주노총 등이 주축이 되어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발전시켜온 것으로 국민들도 이미 어떤 제도인지를 충분히 알게 됐지만 이를 깨뜨릴 만한 우파의 아젠다가 부족했기 때문에 판을 깨기에도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절실히 깨달은 것은 누가 플레이어가 되느냐와 상관없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선거에 패배한 지금이야말로 보수 진영의 관심과 힘을 모을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보수 시민단체 출신으로 보수층의 지지를 받아 선거에 나섰던 그가 시민사회를 향해 주문하는 체질개선 요구는 절실해 보였다. 그는 ‘반전교조’와 ‘교학사 교과서 살리기’에 투신해온 지난 행보에 대해서도 시민사회를 넘어서 국민의 동의를 받는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현재 그는 전교조 명단 공개에 따른 법원의 배상판결과 관련해 세비를 차압당한 상태이다. 전교조는 대법원으로부터 교원노조법을 따르도록 명령을 받고도 전임자들의 소속학교 복귀를 거부한 채 법외노조의 길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 교수는 “현 질서에 저항할 목적으로 비밀을 원하는 단체의 권리가 학부모들의 알권리보다 더 중요한 건지 되묻고 싶다”고 운을 뗐다.
“교사는 공인이고, 적어도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자신의 소속을 알리는 게 맞다. 그런데도 전교조 측의 논리는 자신의 정보를 공개할지 말지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했고, 동시에 노조로서의 단체권을 침해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조의 단체권이 국민의 알권리를 우선할 수 없다”는 것이 조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기업 노조라면 국민들이 관심도 갖지 않는다. 하지만 교사이니까 학부모들이 궁금해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사적인 침해가 공적인 이익을 넘어설 수 없다”면서 “이 사건은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가 ‘떡값 검사’의 실명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해 손배소송을 당했지만 민사책임은 없다라고 판결받은 것과 같은 구도”라고 설명했다. “‘검사도 공직인 만큼 그 정도의 견제는 필요하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라는 것이다.
그는 재차 “전교조의 명단 공개는 단순한 호기심 차원이 아니라 그들이 위법행위를 하기 때문에 공개를 요구했던 것”이라면서 “우리나라는 국가교육과정을 채택하고 있고, 이는 국가와 국민 간 사회적 계약이 체결된 것인데도 전교조는 계약에 없는 내용을 가르쳐서 문제를 낳아왔다”고 했다.
그는 대표적으로 소위 ‘계기 수업’이라고 해서 제주 4.3사건이나 5.18민주화운동, 효순·미순 사건까지 때만 되면 자체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학생들에게 참가를 독려하고 인증샷을 찍어서 올리면 ‘태도 가산점’을 주는 교육 방식을 지적했다. “이런 전교조의 행태는 마치 ‘주인 몰래 물건을 파는 종업원’과 다르지 않다”고 그는 강조했다.
조 전 의원은 이번 교육감선거에 나서기 이전부터 ‘교학사 교과서 살리기 운동본부’의 본부장을 맡아서 교학사 교과서 읽기운동을 전개한 바도 있다.
그는 “교학사 교과서를 포함해 모든 교과서를 뒤져보면 오류는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관의 문제”라면서 “교학사 교과서를 비난하는 측에서도 교과서를 한번 읽어보지도 않고 비난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과서라면 역사적 질곡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자랑스럽게 여길 ‘성취의 역사’를 가르쳐야 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좌파에서는 그런 게 마음에 안 든다고 비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측면에서 좌파는 과거 70년대 운동권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언제까지 우리 사회를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지배자와 피지배자, 착취자와 피착취자로 나눠서 투쟁하던 그 시절에 민중이 억압받는다는 사고의 틀에다가 오늘날의 현실까지 대입해서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한민국의 역사는 대한민국을 구성하고 있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공감하는 ‘국민의 역사’가 되어야 한다. 60~70년대 독일에 파견된 우리 광부와 간호사들, 80년대 중동 사막에서 땀 흘리던 산업역군들, 월남전에 참전해서 죽어간 국민들, 그리고 민주화 투사와 기업인까지 포함시켜야 비로소 국민의 역사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민중 투쟁의 역사만 역사로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저항과 분노를 심어주는 것이 지금의 역사 교육”이라고 그는 판단했다. “1970년 봉제노동자로서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가 노동운동을 상징하는 훌륭한 인물인 것은 맞지만 역사교과서의 2페이지를 차지할 정도인지 묻고 싶다. 또 이승만 대통령이 부정선거만 일삼은 인물로 평가절하될 간단한 인물인지도 생각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앞으로 보수 진영의 아젠다는 넓게는 ‘공교육 살리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조 교수는 “우선적으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높이고, 교사의 자긍심을 살리는 제도가 필요하다. 성적으로 학교나 학생이나 줄을 세울 게 아니라 학교는 서비스 경쟁을 해야 하고,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머리를 맞대서 교육 방식도 정하고 학칙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 출신 교육감들이 추진하는 혁신학교가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혁신학교의 교육 방식이 학생과 학부모, 교사로부터 나오는 게 아니라 정책으로 위에서 만들어가니까 문제”라면서 “지금 혁신학교는 교사도 교장도 아닌 교육청의 혁신부장이 주도해서 운영하고 있는 형편으로 이러다보니 닭 7마리를 키우는 창의체험프로그램에 500만원의 예산이 줄줄 새는 현상을 불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립적 교육하려면 교육감 직선제 폐지 맞다”
아울러 이번에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른 교육감 직선제 폐지 주장에 동의하는 조 교수는 선출제를 반대하는 이유로 이미 다른 선진국에서도 교육감을 선출하는 예가 없는 점을 꼽았다. 즉 “우리보다 민주주의가 뿌리 깊고, 지방자치제의 역사가 오래된 나라에서 교육감 선출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 이유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방자치의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안전과 교육이 꼽힌다. 즉 지자체장이 가장 신경을 많이 써야하는 게 치안과 교육이다. 따라서 경찰서장과 교육감은 지자체장이 임명하는 게 맞다고 본다”면서 “이런 원칙에서 벗어나니까 교육감 선거가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거는 아젠다 싸움이다. 누가 가장 선명한 아젠다를 갖느냐에 따라 결과가 좌우된다. 이러려면 선명한 정치구호가 필요하다”며 “결국 교육감선거는 가장 정치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정말 중립적인 교육을 하고 싶어서 교육감 직선제를 도입했다면 이 제도를 당장 폐지해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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