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짓 퍼레이드' 검찰에 '오버하는' 카카오
검찰 작성했다는 문건 자체가 실현불가능 내용
키톡 측도 "영장집행 불응"은 치외법권 선포
‘카카오톡 검열’ 논란의 진원지인 검찰의 안이한 대응이 이어지면서 사태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이용자들이 해외 메신저로 갈아타는 ‘사이버 망명’ 물결이 이어지고 있고, 정부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여기에 카카오톡 측은 공식적으로 감청영장 집행 불응을 선언했다.
문제는 모든 사태가 검찰이 작성한 문건에서 촉발했음에도, 검찰이 해명이나 공보에 미온적이라는 점이다. 당초 검찰이 작성한 문건 자체가 실현 불가능한 것이었고, ‘실시간 모니터링’ 등 일부 문구가 ‘실시간 검열’로 오인됐음에도, 문건 내용에 대한 해명이 있기까지는 1개월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해명도 검찰이 아닌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몫이었다. 황 장관은 지난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메신저) 실시간 감청은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하다”며 “오해의 표현이 오가는 것은 아쉽게 생각한다. 아마 실시간 모니터링이라는 표현이 알려지면서 오해가 생긴 게 아닌가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후속조치는 없다. 황 장관이 직접 나서서 지난달 18일 배포된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사범 엄정 대응’ 보도자료의 내용에 대해 해명했음에도, 검찰은 내용이 정정된 수정본을 내놓지 않고 있다.
처음부터 현행법에 저촉되는 실현 불가능한 조치로 문건 작성
문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대표적인 문구는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실태 및 범죄예방 대책, 침해행위에 대한 신속한 권리구제 및 피해자 보호방안, 효율적인 유관기관 협력 및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내용이다. 이 문구는 같은 날 열린 범정부 유관기관 대책회의 배포 문건에서 ‘핫라인’이라는 단어로 표현됐다.
대책회의 참석자들에게 배포된 내부 문건에서 언급된 ‘핫라인’은 ‘실시간 정보와 관련 자료 공유’, ‘전담수사팀에서 해당 글 등의 명예훼손 모욕 여부 등 법리판단을 신속히 하여 포털사에 삭제 요청’으로 설명됐다. 이를 두고 야당 의원들는 검찰이 실시간 사이버 검열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핫라인’은 회의를 위한 내부 문건에만 사용된 표현으로, 언론 공개용 보도자료에서는 ‘실시간 모니터링 및 유관기관 협력체제 구축’ 정도로만 설명됐다. 하지만 회의 문건을 기초로 보도자료가 작성됐다는 점에서 ‘실시간 모니터링 및 협력체제 구축’이라는 문구는 충분히 실시간 검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특히 이 같은 문건이 카카오톡에 적용될 경우에는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에 저촉된다.
정보통신망법 제48조 1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해서는 안 된다. 또 동법 제49조는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해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보통신망상 전자문서에 해당하는 개인의 메신저 대화 내용 등을 수집하기 위해서는 압수수색영장 집행 등 사법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경우에도 감찰이 수집 대상을 한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임의제출물에 해당한다면 제출자가 대상을 한정한다는 점에서 실시간 메신저 검열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
여기에 회의 문건에는 “사이버상의 국론을 분열시키는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성 발언이 도를 넘어서고 있어 사회의 분열을 가져오고 있다”는 지난달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 인용됐다. 이 때문에 검찰이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여론을 차단하기 위해 검찰력을 남용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결과적으로 모든 논란은 검찰이 작성한 문건에서 비롯됐다. 문건에는 현행법상 불가능한 조치,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표현들이 정리되지 않은 문장으로 기록됐다. 문건의 내용이 실제 검찰의 방침이라고 해도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검찰이 당초 공개하지 않았던 이 문건이 뒤늦게 유출돼 논란만 증폭됐다.
카카오톡 "감청영장 집행에 불응할 것" 치외법권 논란 예고
이와 별개로 사이버 검열 논란의 당사자인 카카오톡 측은 프라이버시 보호를 내세워 앞으로 사법기관의 감청 영장(통신제한조치) 집행에 응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혀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7일부터 감청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향후에도 응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7일 이후에도 감청영장과 관련해 접수가 됐지만, 더 이상 응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용자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앞서 다음카카오는 수사기관의 요청이 들어올 경우, 이용자들에게 별도의 통지 없이 카카오톡에서 오갔던 3~7일간 대화 내용을 검찰에 제공해왔다.
이 대표는 “이제까지 (수사기관의 요청에 응하는 게) 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생각하고 협조해왔지만,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유저들의 준엄한 꾸짖음을 듣고 반성하게 됐다”면서 “법률 관련 규정보다는 프라이버시를 더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는 제공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의 이 같은 입장은 국가보안법 위반을 비롯한 적법한 범죄 수사에도 불응하겠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대표도 “공무집행방해 등 법률적으로 위반 행위라고 하더라도 대표이사인 내가 결정했기 때문에 그 벌을 내가 달게 받겠다“면서 위법 가능성을 인정했다.
실제 지난해 에드워드 스노든 전 국가안보국(NSA) 직원의 폭로 이후 개인정보 활용이 극도로 위축된 미국의 경우에도, 적법한 절차에 따른 제한적 개인정보·전자정보 수집은 허용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이 대표의 주장은 이례적인 경우다.
특히 이 대표의 발언은 사실상 카카오톡에 대한 치외법권을 주장하는 의미로도 해석될 소지가 있다. 감청영장 집행에 불응하겠다는 것은 살인, 강도를 비롯한 강력범죄와 국가보안법 위반 등에 대한 수사 협조에도 불응하겠다는 의미로, 이를 인정할 경우에는 카카오톡이 범죄의 온상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인터넷기업협회나 인터넷 기업들도 법에 대한 문제, 유저 프라이버시 문제, 기술적 조치 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감청영장 집행 불응에 상응하는 뚜렷한 대안은 내놓지 못했다.
한편, 경찰청에 대한 안전행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카카오톡 외에 네이버밴드 등 온라인 메신저에 대한 전방위적 사찰이 자행되고 있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다만 네이버 측은 “수사 대상자 이외에 타인에 대한 정보는 제공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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