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3년, 강인한 지도자 위한 뒷수습에만 전념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정은 정권 3년 평가와 2015년 남북관계 전망’ 학술회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집권한지 3년을 평가하는 학술회의에서 대북 전문가들은 “지난 3년은 김정은의 강인한 지도자상을 내세우기 위해 벌인 여러 일들을 수습하는 기간이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연 ‘김정은 정권 3년 평가와 2015년 남북관계 전망’ 학술회의에서 발제를 맡은 현성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009년 김정은이 후계자로 지목받은 뒤 2010년 천안함·연평도 도발을 감행한 것이나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것 모두 강인한 지도자 이미지를 심기 위한 것 외에 다른 목적이 없어보인다”고 했다.
현 수석연구위원은 이어 “지난해 말 장성택을 처형한 이후 올해까지도 장성택과 연계된 간부들이 처형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지난 10월 중앙당과 지방당 간부 10여명이 유일영도체계를 위반했다는 죄목으로 강건군관학교에서 총살당했으며, 이들은 장성택과 연계된 인물들이다. 또 9월에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부부장과 당 선전부 간부 20여명을 반당 종파행위와 뇌물 수수, 여자 문제 등의 혐의로 총살했다. 당 재정경리부 일부 간부들도 노래방에서 김정은 찬양노래를 개사해 부르다가 총살된 일도 있다.
이런 차원에서 향후 북한의 숙청사가 반복될 것이고, 숙청을 통해 김정은이 정권을 유지시켜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북한에서 반복되는 숙청사로 미루어볼 때 김정은은 앞으로 2년 안에 장성택을 복권시켜야 하는 과제가 있다”면서 “장성택 숙청에 가담했던 현재 기득권 세력을 제거해야 공포정치를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발제 전 라운드 테이블에서 토론한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도 “과거 화폐개혁을 주도한 책임을 물어 박남기 전 노동당 재정부장을 공개 처형했듯이 다른 정책을 내놓으면 모두 처형된다”며 “리영호 총참모장을 처형한 김정은도 다르지 않아 보이고, 그렇다면 김정은 정권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독재정권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원로급 대북전문가들이 모인 라운드 테이블에서 김석우 전 통일부 차관은 “지금은 북한 정권이 맞은 두 번째 위기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 위기가 동유럽의 공산권이 무너질 때였고, 당시에는 우리가 북한에 대한 정보를 너무 몰랐다”면서 “지금은 당시와 다른 만큼 남한이 주도하는 적극적인 통일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전 국회의원)은 “우리가 남북관계를 전망할 때 세계적인 시각으로 봐야 실용적인 접근이 이뤄진다. 북한의 미래를 예측할 때에도 결정론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 “북한을 제외한 세계의 공산국가들이 모두 붕괴되거나 와해됐고, 북한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제자로서 광복 70년이자 분단 70년을 맞는 내년도 남북관계를 전망한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독재정권 유지는 김 씨 일가뿐 아니라 김정은을 옹위하는 기득권층이 3대째 내려오며 충성하는 데서 기인한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체제가 쉽게 붕괴될 것으로 낙관하는 인식을 경계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내년에도 북한은 핵을 내세워 한국을 인질로 하는 대미전략을 구사해나갈 것이고, 남북관계에서도 간헐적으로 평화적인 제스처를 구사하겠지만 기존 입장을 크게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 대북정책이 지도층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북한주민 생활을 개선시키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맞다”고 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이번에 유엔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자 북한이 자체적으로 인권보고서를 내는 것을 보더라도 북한을 더욱 국제사회로 끌어들여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북한 지도부가 요구하는 평화협정 문제를 먼저 논의해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으며, 이런 전략적인 유연성으로 대북정책을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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