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선심성 '특례입학' 애꿎은 세월호 생존 학생들 '몰매'
여야 "인원도 많지 않고 정원외 선출은 괜찮다는 의견"
형평성 논란에 단원고 생존학생들 "살아돌아온 게 죄"
지난 7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과 관련, 국회의원들의 ‘선심성’ 합의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특별법에 ‘대학이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2학년생에 대해 정원 외 특별전형 실시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형평성에 어긋난다”, “지나친 특혜를 받는다”는 등의 여론이 빗발치며 생존학생들을 향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생존학생과 그 가족들은 “요구한 적 없다”며 난감함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단원고 학생들의 대학 특례입학과 관련된 논란은 비단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앞서 지난 7월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 ‘세월호 침몰사고 피해학생의 대학입학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과잉특혜’ 논란에 휩싸이면서 세월호 피해 보상 관련 법안의 주요 쟁점 사안으로 떠올랐다.
세월호 피해학생 대학입학 특별법은 당시 지원대상의 범위(사고 당시 단원고 3학년 재학생 500여명과 희생자의 직계비속이나 형제·자매 중 3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 20명)를 두고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받았다.
이 법안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했으나 당시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본회의 개회가 무산돼 결국 법안 처리에 실패했다.
이를 기점으로 이후에도 단원고 학생에 대한 특혜논란은 대중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불거졌고, 우리 사회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번 특별법 합의안을 도출해낸 세월호 참사 피해자 배·보상 TF(태스크포스) 소속 국회의원들과 합의안을 가결시킨 농해수위 소속 의원들은 ‘배·보상 국고 투입’에만 온 신경을 집중할 뿐 특별전형 실시 규정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서는 무신경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마치 선심을 쓰듯 세월호 참사 당시 직접 피해를 입은 2학년 학생들에 한정해 특별전형을 실시하는 내용의 합의안을 이끌어내 이번에도 여론의 비난은 고스란히 단원고 2학년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앞서 세월호 배·보상 TF 소속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과 안효대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정책위의장과 유성엽 의원은 지난 6일 TF 회의를 열고 사고 당시 2학년이었던 70여명의 단원고 학생들이 2016년 대입에서 정원 외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갈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 담긴 최종안을 합의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교육부장관과 교육감이 단원고의 교육정상화를 위한 지원계획을 수립·시행하는 한편, 대학이 필요에 따라 참사 당시 단원고 2학년생에 대해서는 정원 외 특별전형을 실시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토록 했다.
TF의 최종안은 다음날인 7일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으로 명명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결됐다.
전날 TF회의에 이어 이날도 어김없이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금을 국가가 지급하도록 하는 부분에 대해 여야 간 충돌이 빚어졌으나, 단원고 2학년생 정원 외 특별전형에 대한 사회적 논란과 관련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TF소속 여당 의원실의 관계자는 8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지난 7월 최초로 나온 정원 외 특별전형에 대해 특혜라는 논란이 있어 이번에 2학년에 한정하게 된 것”이라며 “인원도 많지 않고 정원 외로 뽑는 것이기 때문에 ‘그 정도까지는 괜찮다’라는 의견을 나눠 특별히 쟁점이 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특별법에는 배상에 국고를 투입하느냐 문제가 가장 쟁점 사안이었기 때문에 이 부분(단원고 정원 외 특별전형)과 관련해서는 여야가 회의 초반부터 합의가 진척이 된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관계자는 “교육부에서도 경기도 소재 30개 대학에 정원 외 특별전형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고, 대학에서 고통분담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의향이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하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특례입학과 관련된 부분이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이런 부분은 여야 의원들이 논의할 당시 전혀 이야기가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TF 소속 야당 의원실의 관계자 역시 본보와의 통화에서 “범위를 단원고 2학년으로 한정하는 문제는 ‘사회 통념상 이 정도 배려는 해도 괜찮지 않나’라는 의견으로 잘 정리가 돼서 원만하게 진행이 됐다”며 “이 부분은 여야 의원들이 크게 쟁점 사안으로 다루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과거 한 차례 논란이 불거졌던 것과 관련해 “과거에는 지원 범위가 확장되면서 논란이 됐고 내부적으로도 의원들 사이에서 ‘그 정도까지 해야하느냐’는 의견을 주고받았었다”면서 “그래서 이번에는 교육평등을 고려해 국민들이 이 정도는 지원해줘도 되겠다고 생각하는 선에서 합의를 도출해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조항은 대학에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특별전형을 실시하도록 하되, 대학에서 학생들이 충격으로 학업을 계속하지 못했던 것들을 감안해 지원을 하겠다고 하면 100분의 1 범위 내에서 정원 외로 특별전형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단원고 생존학생의 가족들은 대학 특례입학에 대한 논란이 또 다시 불거지면서 비난의 화살이 학생들에게 돌아오고 있는 상황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장동원 생존학생가족 대표는 8일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희 부모들은 아이들이 이번 관련기사와 그 기사에 따른 많은 댓글들로 커다란 심적인 혼란과 힘겨움을 가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희들은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동안 그날 그 시간 이후로 속에서 난 상처가 밖으로 드러나는 것에 대한 치료지원을 일관되게 요청해왔다”며 “아이들이 이후 이 나라와 사회에서의 건강한 삶과 온전한 적응을 해나가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경근 세월호가족대책위 대변인도 이날 오전 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생존학생과 그 가족들, 특히 학생들이 특례입학 내용을 전달받고 나서 굉장히 분노를 하고 있다. 학생들은 ‘우리가 언제 대학 보내달라고 했냐’, ‘왜 이런 것을 해서 살아 돌아온 게 무슨 죄라고 이렇게 욕을 먹어야 하냐’라고 반응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단원고 2학년 학생에 대한 대학 정원 외 특별전형실시 이외에 △배·보상 및 위로지원금 지원을 심의·의결하기 위한 국무총리 소속 심의위원회 설치 △ 4·16 재단 설치 △트라우마센터 건립 등의 조항을 담은 특별법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예정이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