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인민재판 칭송 교사' 특채 과정 못밝히는 이유
교육부 "비공개 특채 절차상 문제 있어" 임용취소 요구
서울시교육청 "특채 요건 맞는 사람 윤씨 유일" 거부
‘인민재판정을 만드는 게 민주공화국을 앞당기는 지름길’이라는 SNS 글로 파문을 일으킨 서울시교육청 특별채용 교사 윤희찬 씨에 대해 교육부가 채용 과정에서의 부적절성을 들며 임용을 취소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교육부는 9일 서울시교육청이 특별채용 과정으로 임용한 윤 씨와 관련, 오는 11일까지 임용취소 이행계획을 제출할 것을 서울시교육청에 요구하고, 기한일까지 제출하지 않을 경우 직권으로 임용취소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번 임용취소를 요구한 사유로 △해당 교사가 이미 지난 2006년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의원면직자로서 특채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 점 △사면·복권 이후에도 공무원 재직 중이라면 임용결격으로 당연 퇴직되는 징역1년(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은 경력이 있는 점 △교육청이 특정인을 지정해 비공개 특별채용을 한 점 등을 들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10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의원면직자가 특채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명문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2006년도 당시 교육청이 이와 관련한 사항을 적시해 교육부에 제출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의원면직이란 공무원 자신의 사의 표시에 의해 공무원 관계를 소멸시키는 행위를 뜻한다. 즉, 법정형을 받아 징계 해임이 되거나 타의에 의해 퇴직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만둔 경우를 말한다.
실제 윤 씨는 2001년 사학비리 투쟁을 벌이다 재판에 넘겨졌을 당시 재직 중이던 사립학교가 1년 6개월간 수업을 배정하지 않자 학교에 사표를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2006년 당시 교육청에서도 이러한 부분이 고려돼 사립학교에서 받아주지 않으면 공립특채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추측된다”며 “의원면직과 당연 퇴직은 아주 큰 차이기 때문에 (이번 지정 취소 요구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변수”라고 부연했다.
2006년 윤 씨가 근무했던 사립학교 재단이 그의 복귀를 거절하고, 이에 대해 교육청도 ‘의원면직자는 특별채용의 대상자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해 사안을 종결했음에도 이번에 새롭게 특별채용을 한 것은 과거 사례에 미뤄 타당하지도, 적절하지도 않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아울러 관계자는 해당 교사가 2008년도에 공무원이었다면 당연퇴직되는 형을 선고받은 이력이 있다며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당시 공무원이었다고 하면 당연퇴직될 분인데 지금에 와서 특채가 돼 오히려 유리한 조건에 있다는 점”이라고 재차 채용의 타당성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교육부는 교육공무원의 임용은 교원으로서 자격을 갖추고 임용을 원하는 자에 대해 능력에 따라 균등한 임용 기회를 보장하도록 하는 교육공무원법 제10조에 따라 비공개 특별채용 과정이 부적절하다고 보고, 이 부분을 이번 임용 취소에 결정적 요건으로 제시했다.
본래 제한경쟁 특별채용은 모든 과정을 공개적으로 진행해야 하지만, 교육청은 이미 윤모 교사를 임용하겠다는 내부 결재를 마친 뒤 교육부에 공문을 제출했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제한경쟁을 하게 되면 대상자를 지명해서는 안 된다. 보통 몇 가지 조건을 걸고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이 응모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제출하는데 이미 우리가 받은 문서에는 그 분(윤 씨)의 이름이 들어가있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교육청이 이미 특정인을 임용하기로 지정하고는 부당함에 대한 지적을 불식시키기 위해 공개 채용을 비공개로 돌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교육청 “공개 채용할 필요가 없었다”…임용 취소에 대한 법적 공방 조짐도 보여
그러나 교육청의 입장은 달랐다.
교육청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비공개 채용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한 데 대해 “(교육부와) 생각이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교육청이 특별채용의 대상으로 제시한 요건에 모두 해당하는 사람이 윤 씨 한 명뿐이었기 때문에 공개채용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교육청 측은 그 외 교육부가 제시한 다른 문제점에는 “채용당시의 판단과 비교해 검토하겠다”, “세밀하게 정리할 예정이다”라는 등의 대답으로 일관했다.
또한 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논란이 됐던 윤 씨의 교사 자질과 관련해서도 “신원조회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채용과정에서 검토할 부분이 아니었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윤 씨는 교육부의 취소 요구가 있던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막가파 교육부, 박근혜 정부”라며 “나는 성실한 교사였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법적 절차에 따라 임용했는데 무슨 임용취소일까?”라며 교육부의 방침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교육부가 법적 타당성이 없다며 언급한 일부 문제점에 대해 교육청이 의견을 달리하고 이에 더해 해당 교사도 반발하고 있어, 향후 교육부-교육청, 교육부-교사 간의 공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더욱이 교육부의 직권 취소에 대한 취소를 구하는 소송도 제기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윤 씨의 임용을 둘러싼 논란이 법정 다툼으로 번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현재 윤 씨는 지난 1일부터 일선 교육현장으로 복귀해 서울 송곡중에서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다.
2001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교권국장으로 활동하던 윤 씨는 사립학교 재단 퇴진을 요구하는 상문고 교사들과 함께 사학비리 투쟁을 벌이다 형을 선고받아 해직됐다 2005년 광복절에 사면·복권됐다.
그는 복직을 희망했으나 과거 재직했던 사립학교 재단에서 특별채용을 거부하면서 교단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교육청은 학교로의 복귀를 희망한다는 해당 교사의 민원을 받아들여 특별채용 방안을 검토하고, 윤 씨의 ‘사학민주화’ 공로를 인정해 지난 1일 특별채용을 최종 결정, 교사로 임용 발령했다.
그러나 복귀 이후인 지난 4일 윤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민의 힘으로 인민재판정을 만드는 게 민주공화국을 앞당기는 지름길이지 않을까?”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 자질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그가 과거에 게재한 글도 함께 조명됐고,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위 높은 비난·체제 부정·사법체계 부정 등의 발언이 담긴 글에 시민단체는 물론 교육계에서도 비판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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