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 꼬셔 회삿돈 60억 빼돌리게 한 30대 유부남

해외 선교 자금인 줄 알고 여자친구가 준 돈으로 태국서 현지 여성과 결혼까지

코스닥 상장사 직원 여자친구에게 해외선교 자금이 필요하다고 속여 회삿돈 수십억 원을 빼돌리게 한 30대 남성이 구속됐다.

강남경찰서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과 국외재산도피, 외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박모 씨를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박 씨는 모 코스닥 상장사 재무과장 이모 씨로 하여금 2009년 3월부터 2014년 1월까지 회삿돈 60억 원을 빼돌리게 한 뒤 이 중 59억 원을 1374차례에 걸쳐 본인 계좌로 이체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초 박 씨와 이 씨는 지인 소개로 만나 연인 관계가 됐고 박 씨는 해외 선교 활동을 한다며 자주 해외로 나갔다.

독실한 기독교도인 이 씨는 “미국에서 포교활동을 해 하나님의 뜻을 이루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박 씨의 말에 회사 회계장부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이 방법으로 이 씨는 5년간 무려 60억 원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해당 회사는 주식거래가 정지되고 상장폐지 심사를 받는 등 심각한 피해를 봤고 경찰은 지난해 1월 이 씨를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했다.

이 씨는 법원에서 징역 8년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박 씨는 애초 미국에 간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박 씨는 태국을 드나들며 이 씨로부터 받은 돈으로 여행사를 차렸고 태국 현지 여성과 결혼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씨는 이 씨에게서 받은 59억 원 중 25억 원을 환치기 업자를 통해 태국 현지 은행에 불법 송금한 뒤 태국인 부인 명의로 토지를 구입하고 여행사를 운영하는 비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박 씨는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태국으로 달아났다가 인터폴 공조 수사를 편 경찰에 붙잡혀 지난 10일 강제송환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박 씨는 이 씨가 회삿돈을 횡령해 돈을 보내준 사실을 몰랐고, 이체받은 돈도 25억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