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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9시 등교' 시행 3주째…현장은 지금 '카오스'


입력 2015.03.17 11:27 수정 2015.03.17 11:45        하윤아 기자

교육청 "9시" vs 학교 "안해" 학부모들 "...?"

통지문 발송됐지만 모르는 학부모, 혼선 조장

서울 시내 초중고교가 9시 등교를 시행한지 3주째가 지나고 있지만 아직도 현장에서는 이를 모르는 학부모와 학생까지 있는 지경이다. ⓒ연합뉴스

“우리 아이 학교에서 9시로 등교시간을 늦췄다고요? 처음 듣는데요?”

경기도에 이어 서울에서도 본격적으로 9시 등교가 시작된 지 3주째를 맞이한 16일 오전 8시,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9시 등교에 맞춰 학교에 도착하는지 지켜보기 위해 올해 신학기부터 9시 등교를 시행키로 한 서울의 D 초등학교를 찾았다.

9시 등교에 맞춰 오전 8시 40~50분쯤 학생들이 몰려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곧 이 예상은 빗나갔다. 1~3학년 저학년은 물론 4~6학년 고학년까지 상당수의 학생들이 예상 시각보다 더 이른 시각인 8시 10분에서 30분 사이 학교에 속속 도착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이날 기자가 자녀의 등교를 돕던 학부모에게 다가가 9시 등교에 대해 물으니 예상치 못한 응답이 나왔다.

“이번 학기부터 9시 등교를 시행한다고 해서 돌봄 교실을 알아봤다”는 한 학부모를 제외하고 기자가 인터뷰한 5명의 학부모들은 모두 “9시 등교를 시행하고 있는 줄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심지어 한 학부모는 “여기는 9시 등교 안 해요”라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지난 2월 16일 서울특별시교육청이 배포한 ‘3월 신학기 서울 초중고 559교 등교시간 늦춘다’는 제목의 보도자료에 첨부된 ‘초등학교 등교시간 조정(9시 등교) 현황’에는 D 초등학교의 이름이 정확히 기재돼 있었다.

D 초등학교는 서울시 내 초등학교 598교 가운데 올해 신학기부터 등교시간을 9시로 조정키로 한 447교에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정작 학부모들은 ‘학교로부터 등교시간 조정 통지문’을 받지 못했다고 했고, 천진난만한 얼굴로 학교에 등교하는 학생들도 ‘8시 40분까지 등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청 “9시 등교”, 학교 “9시 등교 아냐” 학부모는? “...”

실제 이날 3학년 자녀의 등굣길을 함께하던 학부모 박모 씨(여, 39세)는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9시 등교 통지문은 잘 모르겠고 그냥 시간표가 적혀 있는 것만 봤다”며 “수업은 9시에 시작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아침에 가면 독서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박 씨의 손을 꼭 붙잡고 등교하던 학생은 “8시 30분까지 안 가면 지각이에요”라며 30분 전까지 교실에 도착해 수업 시작 전까지 책을 읽는다고 부연했다.

8시 25분쯤 등교하던 한 여학생(4학년)에게 다가가 9시 등교에 대해 묻자 “8시 40분까지 등교해야 한다”면서 “9시 등교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 아울러 비슷한 시각에 친구와 함께 나란히 등교하던 남학생(3학년)도 “8시 40분까지 가야한다”며 “1교시 시작 전까지는 독서를 한다”고 말했다.

D 초등학교는 서울교육청이 공개한 등교시간 조정(9시 등교) 학교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 있었지만, 직전 학기처럼 등교시간은 사실상 8시 40분이었다.

실제 관찰 결과, D 초등학교는 8시 10~20분 사이에 본격적인 등교가 시작됐다. 특히 이 시간 대에 여러명의 학생들을 태운 15~25인승 노란색 버스가 줄줄이 학교 앞에 도착했고, 버스에서 내린 학생들은 곧장 교문을 통과했다.

8시 20~30분은 등교하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간대였다. 이 때 정장 차림의 학부모와 함께 손을 잡고 오는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자가용으로 자녀를 교문 앞에 내려주는 학부모들도 상당수였다.

8시 40분이 지나자 학생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간혹 등교하는 학생들은 바쁘게 헐레벌떡 뛰어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8시 45분이 되자 횡단보도 앞에 서서 학생들의 교통 지도를 하고 있던 학부모 등교 도우미들이 모두 퇴장했다. 그리고 그 뒤 9시까지 단 한명의 학생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와 관련, D 초등학교 측은 “우리 학교는 9시 등교가 아니다”며 “그렇기 때문에 학부모들에게 공문을 보낸 바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청이 배포한 9시 등교 학교 현황에 포함돼있다고 이야기하자 D 초등학교 측은 “직전학기에서는 8시 40분을 넘어서 오면 지각이라고 했는데, 이번 신학기부터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늦게 와도 9시까지만 오면 지각처리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서울교육청은 해당 학교를 9시 등교 학교로 명시하는 데 반해, 정작 학교는 등교 시간을 조정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때문에 학부모들 사이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학부모들 반대한 9시 등교 시행…교육청, 모니터링은 하고 있나?

9시 등교 시행 자체에 대해서도 학부모들 대다수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4학년 자녀를 두고 있는 40대 학부모 신모 씨는 “9시 등교 별로라고 생각한다”며 “9시 등교를 하면 하교 시간이 그만큼 늦어지게 되는 것 아닌가. 그렇게 되면 학원 시간도 늦춰지고 밤에 아이들 쉴 시간이 줄어든다. 어차피 아침에는 일어나야 하니까 빨리 학교에 보내는 게 좋은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신 씨는 “나는 직장을 다니지 않지만, 주변에 직장 다니는 엄마들 얘기 들어보면, 아무래도 아침 출근 때문에 아이를 데려다 줄 수 없다면서 9시 등교가 별로 좋지 않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자녀를 둔 40대 학부모 김모 씨도 “이래저래 불편한 점이 있다”며 “직장을 다니면서 출근하기 바쁜데 아이를 집에 혼자 놔둘 수 없으니 항상 같이 일찍 나오게 된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특히 김 씨는 “학교에서 돌봄 교실을 한다고는 하는데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맞벌이 사정상 이른 아침 학교에 보내야 하는 자녀를 걱정하기도 했다.

앞서 서울교육청은 보도자료에서 “등교 시각 조정에 따라 학생들은 아침 시간을 좀 더 여유 있게 활용할 수 있어, 건강한 생활습관을 형성하고, 더욱 즐거운 학교생활을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조기등교 학생 돌봄 프로그램 운영과 녹색교통안전활동을 위해 9시 등교 실시 학교에 80~1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D 초등학교처럼 일부 학교가 등교시간을 기존과 동일하게 운영하고 있다면 서울교육청이 기대한 ‘학생들의 여유 있는 아침 시간 활용’은 실제 현실화하지 못할뿐더러 9시 등교 실시 학교에 지원키로 한 예산만 교육청 곳간에서 새어나가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9시 등교 시행에 대한 교육청의 적절한 모니터링과 실태조사가 수반돼야 하는 이유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11개 지역청에 모니터링 조사를 협조한 상태”라며 “지역청에 있는 장학사에게 9시 등교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문제점이 무엇인지 조사해달라고 협조를 부탁해 이후에 나온 것을 보고 지원방안이나 개선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9시 등교 관련 예산에 대해 교육청 측은 “2월 말에 지역청에 예산을 보냈고, 지역청에서 각 학교에 예산을 재배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원을 희망한 학교에 한해 평균 100만원을 배정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교육청 측은 예산만 배정받은 채 실제 9시 등교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학교에 대한 실태조사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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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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