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소사이어티 칼럼>심각한 '교육의 정치화' 현상
올해로 교육감 직선제를 도입한 지 9년째가 된다. 두 차례 실시된 지방 선거 과정에서 좌파 교육감들은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 학업성취도 평가 반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우파 교육감들은 학력신장, 고교연합고사 부활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좌파교육감이든 우파교육감이든 모두가 보다 나은 교육을 해보겠다는 공약들이지만 교육감직선제 도입 이후 교육 현장의 상황은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다.
학생체벌문제, 학생인권조례, 자사고 문제, 역사교과서 문제 등으로 교육부와 교육청의 충돌이 생길 때마다 그 혼란과 피해는 학교와 학생들에게로 돌아온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다. 교육감 직선제를 통하여 교육의 중립성을 추구하고자 했던 본래의 취지는 사라지고, 선출되는 교육감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좌우되는 교육 정치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일반고 위기가 수월성 교육 때문?
일반고가 위기라고 한다. 좌파교육감들은 교육 격차와 일반고 위기의 원인이 특목고 등 수월성 교육과 자사고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사실을 살펴보면 억지주장이다.
일반고가 위기라고 하는데 사실 일반고의 위기는 평준화 교육 때부터 시작되었다.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박탈하고, 교육을 마치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이 만들어 버린 것이다. 학교 간 경쟁이 제한되어 있으니 학교는 발전의 동력을 잃고 정체될 수밖에 없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교육의 평등을 주장하면서 평준화교육을 금과옥조로 여긴다. 교육에서의 평등이란 무엇인가?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우수한 교육을 시키고 부진한 학생에게는 맞춤형 교육을 시키는 것이 진정한 교육의 평등이 아닌가. 천편일률적인 하향평준화 교육은 우수한 학생이나 부진한 학생이나 양쪽 모두에게 불만족을 안겨줄 뿐이다. 모두가 불만족스런 일반고에 위기가 오지 않는다면 그것이 이상한 일이다.
잘 알다시피 전교조의 등장은 일반고의 위기를 더욱 악화시켰다. 그들은 학생들을 의식화시키고, 학교를 정치투쟁의 장으로 만들었다. 전교조 교사들만이 학생들을 진정으로 위한다는 동지의식을 주입시켜 미래의 우군을 만들어내는 등 교육을 정치화시킨 것이다. 일반고의 학업수준이 저하된 것은 물론이고 일탈과 왕따, 학교폭력 등 심각한 수준의 위기가 찾아 온 것이다.
하향평준화 교육의 부작용, 좌파 교육의 진실을 아는 학부모들은 스스로 자구책을 찾기 위해 아이들을 특목고와 자사고 등으로 보낸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교육열에 비추어 볼 때 당연한 현상이다. 그런데도 좌파교육감들은 엉뚱하게도 일반고의 위기가 특목고와 자사고 등 수월성 교육 때문이라는 주장을 한다. 그들은 특목고와 자사고를 없애자면서 혁신학교라는 또 다른 ‘특혜’를 받는 학교를 만들었다. 공부보다 풍물놀이, 생태체험, 마을학교, 지역교육공동체 네트워크 등의 그럴듯한 이름으로 학부모와 학생들, 시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정작 학교에는 인권이 없다
좌파교육감들은 학생인권보호를 명분으로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 학생인권조례로 학교에서는 선생님에 대한 저항의식과 불만, 자기 권리 주장만이 난무하고 있다. 학생인권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교권은 위협받게 되고 교사의 학생지도권과 선량한 학생들의 인권과 학습권은 침해 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과거에는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과 제자에 대한 사랑이 있었다. 지금은 그러한 신뢰와 존경 관계는 사라졌고 교사는 있어도 스승은 없고 학생은 있어도 제자는 없다는 말이 나온다. 이런 것이 학생인권조례가 탄생한 이후에 달라진 학교 현장의 모습이다. 학교를 교육 현장이 아닌 정치 현장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지금 학교는 무상복지의 역습을 받고 있다. 무상급식비 증가로 시설비가 삭감되고 노후화된 교실을 개선하기 위한 비용도 턱없이 부족하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이 불결하고 악취가 심해도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특히 학교 건물 안전 등급이 'E등급'이 나왔는데도 개수 비용이 없어 무방비 상태다. 안전사고가 언제 일어날지 모른다.
학교현장을 덮친 무상복지의 역습
또한 무상복지에 재원이 빨려 들어가면서 영어 원어민 강사와 학습부진아 전담 강사 인건비도 급감했다. 특성화고 실험실습 기자재 지원비도 줄었다. 사회적 약자 보호와 학생인권을 운운하면서도 정작 지원받아야 할 기초수급자 자녀에 대한 지원도 줄어들었다. 이뿐 아니다. 서울시 고등학교 1,2학년 학생이 1년에 4회에 걸쳐 보던 학력평가가 예산부족으로 3회로 축소되었다.
혁신학교는 일반학교와는 달리 혁신교육지구, 마을학교 등으로 이중삼중의 지원 구조를 갖추고 연간 1억 원에 달하는 교육예산을 더 지원 받고 있다. 혁신학교 예산 사용 내역을 보면 일반고에서도 필요한 학교기본운영 예산을 유독 혁신학교에서만 풍요롭게 사용하고 있는 상황을 발견할 수 있다.
혁신학교는 알다시피 성과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금년도 혁신학교 모집에서 신청한 서울시내 고등학교는 단 2개인데 그 중에서 한 학교는 학부모의 반발로 지정 취소되었다. 일부 언론에서 홍보하는 것처럼 혁신고등학교의 성과가 우수하다면 왜 혁신고등학교를 신청하는 수가 적은 것일까? 그렇게 성과가 우수하다면 서울 시내 일반고들이 모두 혁신학교 지정을 선택했을 것이다. 학부모들도 혁신학교를 지정 받을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모두들 외면하고 있지 않은가.
상황이 이런데도 좌파 교육감들은 오로지 혁신학교 확대만이 일반고 위기의 해법이라는 등의 정책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 교육감은 혁신학교만의 교육감이 아니다. 학부모들이 꺼려하는 혁신학교, 언제까지 국민의 세금을 투입할 것인가.
9시 등교, 학교자율화의 무력화
서울시에는 초중고 1300개 학교가 있다. 올해 오전 9시 등교하겠다는 학교는 초등학교 364개교, 중학교 14개교, 고등학교 1개교다. 이미 초등학교는 9시 등교 말이 나오기 전에도 8시 반에서 9시 사이에 등교를 하고 있었다. 고등학교는 1개교가 9시 등교하겠다고 했는데 이 학교는 인문계고가 아닌 특성화고이다. 현실성 없는 정책을 만들어서 괜한 혼란과 소모전만 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지 않는 정책들을 만들어서 학교 현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교육기본법에 따르면 등교시간은 학교장이 정한다. 학교장이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여 필요한 시간에 등교하도록 정하면 된다. 그런데 좌파교육감들이 법을 무시하고 9시 등교를 강제하는 초법적인 행위들이 일어나고 있다. 보수교육감 시절에는 그토록 학교 자율권을 주장하며 투쟁하던 사람들이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에 맞는 정책들을 강요하고 있는 실정이다.
선거에 따라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정책도 달라져 혼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결국 힘들어지는 것은 학교 현장이고 그 피해는 학생들이 본다. 교육감은 정치적 입맛에 맞는 일부 학생과 일부 학교의 교육감이 아닌 전체 학생과 전체 학교의 교육감이어야 한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사고를 없애는 일은 중지해야 한다.
또 혁신학교 등 자신의 입맛에 맞는 학교에만 편향적으로 예산을 지원하는 일도 교육감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지역 내의 모든 학생과 학교를 위한 교육에 매진하는 것이 교육감 본연의 임무이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학교현장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교육감 직선제가 갖는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이다.
교육 자치는 학교장을 중심으로 학교구성원들의 합리적인 합의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그래야 자율성과 특색 있는 학교 운영이 가능하고 교육이 발전할 수 있다. 교육감은 학교의 교육 역량을 강화하고 학교자치를 도와주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학교는 교육감 개인의 이념을 실험하는 실험실이 아니다.
글/김소미 용화여고 교사·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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