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에 뺨 맞아도 말로만 큰소리 '비노계의 굴욕'
"공천 사심과 타협 없어" 문재인 작심 문건
구심점 없고 백가쟁명만...비노계의 한계
15일 새정치민주연합 비노계 인사들은 ‘부글부글’ 끓는 속으로 이를 가는 수밖에 없었다. 문재인 대표의 ‘입장표명 문건’ 유출 파동으로 분통은 터지지만, 그렇다고 문 대표를 성토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답을 내놓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전날 문 대표는 최근 재·보궐선거 패배로 인한 당 내홍과 관련해 ‘당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서신을 작성해 오후 2시경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최고위원들과의 논의 과정에서 시기와 내용이 부적절하다는 일부 주장을 수용해 발표를 보류했다. 하지만 해당 문건이 외부로 유출되면서, 비노계를 향한 문 대표의 적대적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일단 동교동계 원로들이 아침부터 날을 세우고 나섰다. 민주헌정포럼 대표인 정대철 상임고문을 비롯해 권노갑·김상현·이용희 상임고문은 이날 오전 남산 부근에서 조찬회동을 갖고 문 대표의 문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표했다. 이 자리에서 이 고문은 “참 웃기는 사람이다. 무슨 공천나누기냐. 10개월 남았는데 그때까지 그사람이 대표 하라는 보장 있나”라고 문 대표를 비난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원로’라는 명예직일 뿐, 동교동계 인사 중에 당장 현역 의원이 거의 없기 때문에 문 대표에 대한 조직적 대항 역시 쉽지 않은 탓이다. 실제 이날 이 고문은 “현역이 따라와야하는 건데 원외에서 이렇게 백년을 떠들어야 뭣 하나”라며 “넷이서 뭘 하겠나. 구테타를 하겠나”라고 되물었다.
전날 민주헌정포럼 오찬에서 문 대표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위한 소위원회 구성권을 위임받은 정 상임고문 역시 “옛날에는 주류가 정권을 잡으면 비주류와 더불어 갈 수 있도록 6대4나 7대3으로 당직도 일부 줬다. 옛날엔 그랬다”는 말 외에는 이렇다 할 카드를 내놓지 못했다. 문 대표에 대한 비판 역시 “이전에 김한길·안철수도 완패한 것도 아닌데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손학규도 그랬다. 정치는 결과에 대한 책임이다”라는 정도에 그쳤다.
비노계 의원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문 대표가 그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조차 금기시됐던 ‘공천권’과 ‘공천지분’ 등의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비노계를 패권주의 세력으로 규정,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지만, 민집모 차원의 보도자료를 통해 반박성명을 내는 것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특히 문 대표는 서신에서 “공천지분을 챙기기 위해 지도부를 흔들거나 당을 흔드는 사람들과 타협할 생각이 없다. 그런 행태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비노계의 요구를 '부조리나 불합리와 타협하는 행태'라고 결론 지었다. 이는 최근 당 안팎에서 계속되는 신당론 및 분당설에 대해 문 대표가 ‘나갈테면 나가라’는 식의 전면전을 선포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비노계의 당내 기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구심점이 확고한 친노계와 달리, 비노계 의원들 대부분이 개인전을 펼치고 있는 만큼, 문 대표의 선전표고에 대항해 탈당 등의 파격적인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은 희박한 상태다.
이에 대해 이동형 시사평론가는 전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문 대표가 아무런 준비가 안돼있었다. 오죽하면 분당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데 정말 문 대표가 대권에 의지가 있다면, ‘나갈 사람 나가라’고 강력하게 말해도 된다”며 “문 대표가 그렇게 말해도 정작 나갈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16일 비노계와 원외 인사들을 향해 “국민 앞에서 떳떳하게 요구할 수 있다면 해보라. 너무나 황당한 요구들을 하고 있지 않느냐”며 ‘공천 지분 요구’에 대해 강하게 규탄했다. 혼란 속에서 전열을 정비한 셈이다.
이용득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이같이 성토하며 “선거 패배 책임에 대한 요구가 너무 황당한 것들이 있다. 내가 들어도 너무 황당하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서 이야기할 수도 없는 요구들은 절대 있어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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