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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자가격리자 문제? '니맘대로' 정부 무능이 문제!


입력 2015.06.14 06:57 수정 2015.06.14 12:03        문대현 기자

겁 먹는 우리 정부 외국은 의심만 들어도 시설격리

전문가 "개인 희생 감수하더라도 철저히 격리시켜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랑구 신내동 서울의료원 음압격리병실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들의 모습이 CCTV로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책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이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미국 일부 주의 경우 자가격리자로 지정되는 사람에게 감사를 표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며 '무엇을 하거나 하지 말라'는 생활 지침을 구체적으로 전달하게 돼 있다. 격려나 응원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만 할 경우 격리자의 신뢰와 순응성이 떨어져 이탈자가 생기고 사태 진정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9일 대전 서구에 거주하는 자가 격리자(57·여)는 자택을 벗어났고 보건당국과 두절됐다. 확인 결과 해당자는 집에서 5km 가량 떨어진 지인의 집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 당국의 감시가 소홀하고 강제성이 없다 보니 자가 격리자 출타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다.


해외와 우리나라의 자가격리 사례를 비교한 결과 그 차이는 컸다. 해외의 경우 당국이 강력한 통제와 함께 격리자가 당국 조치에 잘 따를 수 있도록 도움을 줘 비교적 격리자 통제가 수월하지만 우리나라는 시민 정신에만 호소해 이탈자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 자가격리자의 감시와 그 수위는 국가에 따라 다르지만 관리법은 우리나라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철저하다. 해외의 경우 격리 시설을 미리 지정해놓고 의심 환자 발생 시 곧장 강제 격리를 시킨다. 확진 판정을 받고 나서야 시설 격리자로 분류되는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다.

에볼라와 사스 등을 거쳤던 미국은 감염병이 돌자 자가 격리에 대한 상세한 기준과 범위를 정해놓고, 격리기간 동안 겪을 수 있는 심리적·경제적 스트레스, 사회적 낙인에 대해 지원책을 충분히 제공했다. 이에 자가 격리 이탈자에 의한 추가 감염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미국과 인접한 캐나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또한 미국의 경우 자가 격리자가 단독으로 방을 쓸 수 있고, 가족에게 전파가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에 의해 충분히 판단될 경우에만 자가 격리를 시킨다. 이러한 조치가 있다 보니 격리자는 자율적으로 격리에 임하게 되고, 추가 감염은 최소화 된다.

싱가포르는 미국과는 조금 다르다. 강력한 공권력을 이용해 이탈자를 막았다. 당국이 경찰력과 폐쇄회로(CCTV)를 이용해 감시하므로 자가 격리자는 쉽사리 격리 조치에 저항할 수 없다.

2003년 사스가 불어닥쳤던 때 고촉통 당시 싱가포르 총리는 강력한 국민담화문을 발표해 확산을 방지하고자 애썼다. 담화문에는 '자택 격리 조치 명령을 받은 사람이 보건 당국의 전화에 응답하지 않으면 즉각 달려가 전자 팔찌를 채우고, 이런 사태가 반복되면 구속할 것'이라는 강력한 표현이 담겼다.

당국의 압박에 싱가포르 자태격리자는 쉽사리 집 밖으로 나설 수 없었고 이같은 강경 대응 결과, 싱가폴은 그 해 5월 말 사스 종식을 선언할 수 있었다.

2013년 6월 싱가포르에 메르스가 퍼졌을 때는 호텔 투숙객이 확진 판정을 받자 30분 만에 의료진과 경찰을 동원해 호텔을 봉쇄해 추가 감염을 막았다. 한 자가격리자가 버젓이 골프를 치러가는 우리나라와는 천지차이다.

어처구니 없는 국내 자가 격리자 관리, 이탈자 속출·추가 감염자 확산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기관 내 정보공유가 미흡하고 방역체계도 허술한 상황이지만 당국은 시민 정신에만 호소하고 있다. 자가격리에 불응할 시 300만원 이하 벌금 처분이 가능하지만 출타 자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다.

메르스 확진 환자를 진료해 자가격리 대상이 된 전북 순창 모 병원 의사 A 씨 부부는 지난 6일 필리핀으로 출국했다가 익일 오후 귀국했다. 자가격리 대상인 A 씨가 임의로 출국한 것도 문제지만 보건 당국은 A 씨의 출국 사실도 몰랐고, A 씨가 거주 중인 광주광역시에 연락을 하지도 않아 허술함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뿐 아니라 자가격리 대상자로 분류된 대전 거주 50대 여성도 지난 5일 밤 당국과 연락이 두절된 이후 이틀이 지나서야 위치추적에 성공, 울릉도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 4일에는 마을 전체가 외부와 격리된 전북 순창군의 한 마을 이장 아들인 B 씨 역시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5일까지 광주 모 사회복지인력개발원에서 공익 직무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체계의 총체적인 허술함을 드러난 것이다.

자가격리자에게는 보건소 직원이 해당 집을 방문해 마스크와 손소독제, 안내문 등을 나눠준다. 하지만 기본적인 생활 필수품은 전혀 지급이 되지 않는 실정에 격리자들은 스스로 인근 마트에서 장을 보고, 병원으로 이동을 할 때에도 자가 차량이 없는 경우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추가 감염 확산 가능성은 겉잡을 수 없이 증가하고 있다.

자가 격리 매뉴얼 존재하지만 사실상 무용지물

자가격리자는 메르스 확진 환자와 밀접접촉자 중 체온이 37.5도 이하이고 호흡기 증상이 없을 경우 조치되며 시설격리자는 밀접접촉자 중 발열 및 호흡기 증상으로 양성판정을 받았을 경우 이뤄진다.

자가격리자는 메르스 증상을 보이지 않으므로 직접적인 감염자라고 볼 수는 없지만, 환자와 직·간접적인 접촉이 있었기 때문에 잠재적 감염 요소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자가격리자도 타인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시설로 격리시켜 엄격하게 관리를 해야 하지만 현재 국내에는 메르스 환자 치료를 위한 전문의·장비·격리 병상 등 시설이 부족해 자가격리자가 계속해서 늘고 있는 실정이다.

자가격리자는 △자택 내에서도 다른 사람들과 떨어져 있어야 하고 △화장실도 단독으로 사용해야 하며 △기침과 재채기를 할 때에는 휴지로 입과 코를 가리고 하고, 사용한 휴지는 일회용 비닐을 씌운 쓰레기통에 버리고, 손은 즉시 비누와 물로 씻어야 한다.

또한 만약 발열 등의 의심 증상이 나타날 경우에는 곧바로 관할 보건소나 메르스 핫라인으로 연락해 치료를 받아야 하며 보건 당국은 하루 두 번 전화로 해당 격리자의 증상을 확인해야 한다. 자가격리를 한 지 2주가 지나도 증상이 없을 시 관할보건소장은 자가격리를 해제할 수 있다.

그러나 보건 당국의 관리가 소홀하다보니 자가격리자 마음대로 외출하는 경우가 속출해 이로 인해 2차, 3차 감염의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전문가는 자가격리를 개인 의지에만 맡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 "의심 되는 순간부터 강력하게 격리해야"

우리나라 역시 외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엄격하게 격리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생각이다. 최양오 중앙대 겸임교수는 개인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공공의 안전을 위해서는 보다 강력하게 격리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스스로 자가격리를 한다는 것이 사실 말하기는 쉽지만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며 "강제성을 띠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메르스가 발생했을 때 가벼운 증세에도 강력하게 격리를 시킨 사례를 설명하며 "감염 증세가 있는데도 보고하지 않으면 굉장히 많은 벌금을 부과했다. 제재 조항이 없으면 자가격리는 잘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격리 시설이 이미 구비돼 있는 외국과 달리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반복하는 우리나라의 대처를 지적했다. 해외의 경우 해당 지자체장이 고소를 당하더라도 강력하게 조치를 하는데 우리도 이를 참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미국은 격리 시설이 이전에 다 준비돼 있어 (조그마한 증상에도) 강제로 격리를 시킨다"며 "우리는 사스 등 감염병이 돌 때 관련 예산을 높이는 법이 국회에서 통과가 안 됐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는 최종 음성 판정이 나더라도 이틀이 지나야 퇴원한다"며 "더 이상 우리나라에 감염병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앞으로 격리 시설을 더욱 확충해야 하고 의심이 가는 상태 때부터 (시설)격리를 시작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은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병원을 어떻게 통제하는 가가 요점"이라며 "병원이 선의의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는데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지도층에서 설득하고 보상하는 등 소통을 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보건복지부에서 '보건'이 빠져 복지부라는 이야기도 있다"며 "일부 격리자의 희생이 있더라도 초기에 희생이 있어야 잡을 수 있다. 더 강력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국, 자가격리자 전원 공무원 1대1 밀착 관리키로

다만 그럼에도 자가격리자 스스로의 태도는 굉장히 중요하다. 정부 당국과 의료인의 노력이 동반되더라도 국민의 협조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개인 사생활 침해 논란 우려에 외국처럼 자가격리자의 집에 CCTV를 설치할 수도 없다.

최경환 직무대행은 7일 "메르스 사태를 조기에 종식시키기 위해 정부가 강화된 대응 체제를 갖출 것"이라며 "휴대전화 추적 등으로 불편한 점이 있겠지만 잠복기가 길지 않기 때문에 국민 건강과 불안 해소를 위해서 협조해달라"고 한 바 있다.

정부는 자가격리자 전원을 보건소와 지자체 공무원과 1대1로 연결해 관리하는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한 명의 직원이 한 명의 자가격리자를 책임지고 관리해 격리자가 외출하거나 연락이 끊기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밀착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다소 뒤늦은 면이 있더라도 당국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 나름의 조치를 하려는 것으로 풀이되는 면이다.

메르스 사태로 국정과 함께 내수시장까지 얼어붙고 국민의 공포감은 더욱 커져 가고 있다. 길거리를 거닐다보면 대다수 마스크를 낀 채 몸을 움츠리고 다니는 행인들을 볼 때에는 재난 영화 속 한 장면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당국의 보다 철저한 관리와 강력한 감시체계, 이와 더불어 국민의 자발적인 협조가 동반된다면 우리 사회에 감염병으로 인한 불안감은 머지 않아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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