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NGO 탐방② - '학생연대' '북민포'>
동아리협의체 결성부터 '작은 통일'까지
한반도에 분단의 비극이 시작된 지 반 세기가 훌쩍 지나 올해로 분단 70년을 맞았다. 남북 분단의 현실은 여전히 아물지 않는 역사의 상처로 남아있지만, 남북 간 이질감이 점차 확대되면서 통일에 대한 의문을 갖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24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주최한 한 행사에서 “분단 이전에 태어난 세대는 전체 국민의 8%에 불과하다”며 “분단의 고착과 각종 분단 비용의 증가로 민족 동질성이 약화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통일부의 자체 조사 결과, 50대의 90.5%와 60세 이상의 92.1%가 통일을 열망하고 있던 반면, 10대와 20대의 ‘통일에 대한 열망’은 각각 77.2%, 68.8%로 나타나 세대별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명확히 드러났다.
그 중에서도 20대는 통일을 원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 ‘통일 비용 등 경제적 부담이나 경제상황 곤란’을 꼽았다. 젊음 세대의 통일에 대한 무관심은 '경제적 부담'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랫말이 무색할 만큼 젊은 세대의 통일에 대한 염원이 점차 사그라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인권학생연대’(이하 학생연대)와 ‘북한민주화청년학생포럼’(이하 북민포)은 청년 대학생과 청소년의 통일 공감대 형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하며 통일에 대한 불씨를 살리고 있다.
문동희 북한인권학생연대 대표는 지난 22일 '데일리안'과 인터뷰에서 “북한인권이나 통일 문제와 직접 맞닿아 살아갈 이들은 바로 지금의 대학생인데 이들이 북한인권 문제를 모르는 상태로 탈북자를 만나거나 통일이 된다고 하면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며 “대학생들이 북한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하는 차원에서 학생들과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준회 북민포 사무국장도 이날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자라서 통일시대 주역이 될 청소년들이 통일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통일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청소년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통일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연대, '대학동아리 협의체' 결성해 대학 내 통일 논의 활성화
북한 문제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 존재하던 2003년 ‘대학 내 북한인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알리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학생연대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유통일 아카데미’를 통해 통일과 국제정치, 동북아정세 등 포괄적인 영역에서 대학생 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전국 곳곳의 대학 안에 존재하는 30여개 북한인권동아리를 한데 모아 ‘전국대학생북한인권협의회’를 결성, 직접 소속단체로 참여하면서 대학생들의 북한인권 개선 활동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학생연대의 시작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단체 설립 초기 한 대학교 앞에서 북한인권을 주제로 공개토론을 진행했을 당시 소위 ‘운동권’ 대학생들의 항의와 반발이 있었다. 2005년에 한 여대에서 대학생 국제회의를 진행하려 할 때에는 한국대학생총연합회 소속 학생들이 교문을 막는 등 행사 개최에 반대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문 대표는 “여전히 학교 내에서는 북한인권에 대한 논의 자체를 막고 있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면서 “그래서 초창기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인식이 학생들에게도 많이 퍼져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인권문제가 단지 보수만의 가치가 아니라고 바라보고 있다”면서 “다만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 시각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함께 활동하는 학생들에게 이야기한다”고 했다.
2009년부터 대학생을 대상으로 북한전문 아카데미·자유통일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운영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는 학생연대는 최근 통일법 아카데미를 개설했다.
통일에 대한 당위성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통일 준비에 실제적으로 필요한 것을 공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이다. 국제법, 헌법, 국적법 등 다소 딱딱한 주제임에도 법을 전공하지 않는 학생들까지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하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최근에는 청계천 일대를 걸으면서 청년들이 쌓은 적립금으로 탈북 청소년들을 돕는 ‘통일유니워크’ 행사를 통해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젊은 세대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북한인권과 통일에 대한 청년, 나아가 기성세대의 관심도 얻을 수 있었다는 게 문 대표의 설명이다.
문 대표는 “얼마 전 용산역에서 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노동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지나가면서 보시더니 ‘(북한인권이) 이렇게 심각한 상황인데 나름 진보 영역의 사람들이 왜 관심을 갖지 않나’라고 물으시면서 본인이 활동하면서 북한인권운동을 해보겠다고 하셨다”며 “우리가 하는 활동이 변화의 움직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북민포, 남북 청소년 함께하는 프로그램 통해 '작은 통일' 이뤄
고등학생 위주의 남북 청소년들로 구성된 북민포는 이들 청소년들이 함께할 수 있는 행사를 진행하면서 단체 안에서의 ‘작은 통일’을 이루고 있다. 특히 북한 출신 탈북자 대표와 남한 출신 직원들이라는 독특한 단체 조직 구조도 작은 통일을 이루는 데 한몫 하고 있다.
구 사무국장은 “북민포 대표가 탈북자 출신이다 보니 통일교육 사업과 탈북 청소년을 위한 활동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며 “북한의 민주화는 탈북자들이 씨앗이 돼 북한 주민들을 변화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남한 출신이 탈북자와 함께 활동하면서 북한 민주화를 위한 자양분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12월 통일부 공식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된 북민포는 청소년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대원외고·한영외고·이화외고와 대전 크리스천 인터내셔널 스쿨(TCIS) 등 일반 학교와 협력을 맺어 학생들을 대상으로 통일교육을 진행하거나, 1년에 2차례 탈북 청소년을 위한 정기 음악회를 개최해 수익금을 탈북 청소년을 위해 기부하는 형식의 프로그램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남한 청소년들이 직접 탈북 청소년들의 학습을 도와주는 탈북 공부방 2곳을 운영, 남북 청소년들의 통일 공감대 형성과 남북 이질감 극복에도 기여하고 있다.
탈북 공부방과 관련해 구 사무국장은 “탈북 친구들이 학업에서 어려움을 느끼거나 부족한 부분에 대해 남한 친구들이 옆에서 지도해주고 있다”며 “직접 만나 서로를 이해하면서 아이들이 느끼는 게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공부방을 통해 탈북 청소년과 만난 일부 남한 학생들은 통일과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돼 관련 학과로의 대학 진학을 결정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구 사무국장은 “공부방에서 또래 탈북 청소년과 만났던 친구들이 인권에 대해 더 공부해 통일에 큰 역할을 하겠다고 미국에 있는 대학에 진학해 지금 인권학을 공부하고 있다”면서 “이런 친구들이 사회에서 정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굉장히 뿌듯했다”고 말했다.
북민포는 올해 탈북대학생 10여명과 청소년 20여명이 6박 7일간 함께하는 ‘백두에서 한라까지 불어라 통일바람’ 도보 순례를 계획 중이다. 남북 청소년들이 동고동락하며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했다.
북민포는 또 오는 10월에는 청소년 1000여명이 참여하는 ‘통일 골든벨’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쉽고 재미있는 통일교육의 일환으로 준비된 이번 행사에는 통일에 관심 있는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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