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명예로운 퇴진 어딨나" vs 이인제 "사퇴"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중진연석회의, 유승민 거취 의견 엇갈려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 불참
청와대와 새누리당 친박근혜계로부터 거센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두고 당내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연석회의에서 비박계에 해당하는 이재오·이병석 등 중진의원들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반대한 반면 최고위원들은 유 원내대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재오 의원은 비공개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여당발 정쟁을 중단하고 국정현안에 몰두할 때"라며 "유 원내대표의 사퇴는 불가하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메르스, 가뭄, 추경, 그리스 디폴트 등보다 중요한 일인가. 당청이 '니가 나가 내가 나가' 하며 싸울 때가 아니다"라며 "퇴진에 명예로운게 어딨나"라고 강조했다.
앞서 당내 일각에 따르면 유 원내대표가 오는 6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 재의의 건이 처리되면 명예롭게 퇴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이 의원은 이어 "정치인은 서로 다른 견해를 모아서 하나의 최선의 견해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것이 정치이고 정당"이라며 "자기와 같은 생각만 존재하고 자기와 다른 생각은 나가라고 그러면 정당이 존재할 수 없다. 그건 사당이 되는 것"이라고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누구 나가라 들어가라 하는 말은 그만 두자. 여당 내부가 갈려서 싸우는 것을 국민이 바라지 않는다"며 "민주정당이고 민주정당의 길을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병석 의원도 "의총에서 나온 의원들의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 최고위를 따로 소집해 유 원내대표 사퇴를 논한 것은 좋지 않다"며 이재오 의원의 발언에 힘을 실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우 대변인에 따르면 이병석 의원은 "유 원내대표에게 협상권을 위임했던 것 아니냐. (원내대표는) 의총 결과로 선출한 자리"라며 "당 지도부에 당청 간 소통을 요청한다"고 했다.
정병국 의원 역시 "원내대표의 사퇴와 관련된 일을 의원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공개적으로 최고위원이 이야기 해서 되겠느냐. 최고위는 당을 수습해야 하는데 더 키워가는 것 같다"며 "우리 모두의 책임을 한 사람이 지게 해서는 안된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위원 "유승민 사퇴하는게 맞다"…서청원·이정현 불참
반면 이인제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는 파국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이 최고위원은 "원내사령탑은 야전사령관이라면 대통령은 총 사령관"이라며 "결국 원내지도부가 조율에 실패한 채 (국회법 개정안을) 밀어부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이번 사태의 본질은 공무원연금 개혁이나 거부권 행사의 문제가 아니고 대통령과 국회가 충돌하면서 벌어진 결과"라며 당의 새출발을 위한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호 최고위원도 "이런 유례 없는 상황에 대해 빨리 결론을 내려야 한다"며 유 원내대표의 퇴진을 요구했다.
김 대변인은 김 최고위원이 "개인으로서 유 원내대표를 존중하지만, 원내대표로서는 다른 소신을 이야기하면 안 된다"며 "국회법 개정안을 주도적으로 처리할 때, 청와대 의중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에 의하면 김 최고위원은 "그리스 디폴트 등으로 세계 경제가 위기인데 (새누리당이) 자중지란에 빠져 있는 게 문제"라며 "국정이 표류되고 있다. 반드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방법은 다 아는데 왜 외면하는가"라며 유 원내대표의 사퇴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편, 이날 회의는 김무성 대표의 요청으로 모두발언 없이 전면 비공개로 진행된 가운데 유 원내대표의 퇴진을 주장한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은 불참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비박계와의 충돌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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