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서열 1위' 황병서, 얼마전 김정은 앞서 뒷걸음질...
현정부 들어 최고위급 남북접촉 '도발방지'확답에 관심
22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북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의 만남은 전운이 감도는 한반도에서 ‘현정부 들어 최고위급 남북접촉’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특히 이날 고위급접촉에서 우리 정부가 김관진 실장의 협상 파트너로 북측에 김양건 당비서 대신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요구한 것은 팽팽한 기싸움과 함께 고도의 정치적 함의를 담고 있다.
우리측 안보 총괄책임자인 국가안보실장이 나오는 자리에 북한이 ‘대남 부서 책임자’를 대화 파트너로 보내는 것은 격이 맞지 않는다는 메시지다.
무엇보다 초미의 관심사인 북한의 도발방지에 대한 확답을 받기 위해서는 ‘군 서열 1위’인 황병서가 적합하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황병서는 북한 권력 서열 2인자이자 군부 1인자인 인물이다. ‘김정은의 측근’으로 꼽히는 황병서는 김정은 제1위원장의 권력 인계 작업을 추진할 때 앞장서 손발을 맞춰 가까운 사이가 됐다.
황병서는 지난해 5월 총정치국장 자리에 올라 군 조직을 장악했고,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자리에 이어 노동당의 모든 사업을 조직하는 정치국 상무위원자리까지 차지하며 명실상부한 북한 내 권력서열 2위가 됐다.
황병서와 함께 회담에 참석한 김양건 노동당 비서는 북한에서 대남정책을 총괄해온 인물이다. 이날 김 비서가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김양건은 지난 2007년 열린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직전에는 서울을 극비 방문해 정상회담 의제를 합의했을 만큼 대남 업무에 있어 핵심 인물로 평가받는다. 대남정책 뿐 아니라 대중국, 대일본 외교 등 대외정책까지 총괄하는 북한 내 대남정책의 1인자다.
앞서 북한은 지난 21일 오후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비서간의 접촉을 제의했으나, 우리 정부는 김양건 당비서 대신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요구했다.
10시간 마라톤 협상 정회…오늘 오후 접촉 재개
이번 회동에선 우리측 김 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북측 황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접촉에 나서 22일 오후 6시30분부터 다음날 새벽 4시15분까지 마라톤협상을 벌였지만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새벽 긴급브리핑을 통해 “남북은 오늘 오전 4시15분 정회했으며 쌍방 입장을 검토한 뒤 오늘 오후 3시 접촉을 재개해 상호 입장을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화 내용에 대해선 “쌍방은 최근 조성된 사태의 해결 방안과 앞으로의 남북 관계 발전 방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며 “상호 입장의 차이에 대해 계속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해 남북 간 입장차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10시간에 가까운 마라톤협상에서 남북은 서로 다른 의견으로 대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은 이미 남북 고위급접촉 이전부터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과 포격도발에 대해 “남측의 조작극”이라며 자신들의 소행을 전면 부인해왔다. 이와 함께 대북 심리전 방송 중단과 확성기의 철거를 계속 주장해왔다.
이에 우리정부는 북측의 지뢰도발과 포격도발에 대한 시인과 사과가 필요하고 북측의 추가도발방지 약속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오후 접촉에선 이산가족 상봉 등 비군사 분야의 남북관계 현안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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