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고발한 정인봉 "큰 사람인척, 정치해선 안돼"
<직격인터뷰>정인봉 종로구 당협위원장
"경선 앞두고 비열하게 상대후보 폄훼"
"박진을 상대라고 생각한 적 없다. 오세훈만 상대로 본다."
13일 '데일리안'과 전화인터뷰를 진행한 정인봉 서울 종로구 새누리당 당원협의회 조직위원장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고발한 이유를 묻자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오 전 시장이 정치를 해서는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지속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진 전 의원은 상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전날 오 전 시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오 전 시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올 초 박 전 의원은 정치를 안 한다"고 했다는 것. 그래서 박 전 의원에게 확인해보니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오 전 시장과 박 전 의원이 내년 20대 총선에서 종로 지역 출마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 종로를 지키고 있는 정 위원장이 왜 오 전 시장을 공격했는지 궁금했다.
정 위원장은 이에 대해 "특별한 정치적 의미는 없다. (오 전 시장이) 정치를 올바로 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경선을 앞두고 이런 식으로 비열하게 언론 앞에 상대 후보를 깎아 내릴 뿐 아니라 거짓 사실을 갖고 비방하는 것을 초창기에 잡지 않으면 앞으로는 더 험해질 것 같았다"며 "오 전 시장의 발언이 나를 향한 것이 아니라서 고소장 대신 고발장을 냈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고발을 말리는 사람도 많았지만 처음에 잡지 않으면 또 무슨 야비한 이야기를 할지 모른다"며 "오 전 시장은 '박 전 의원이 당선될 것 같으면 후보직을 양보할 수 있다'고 했는데 양보하지 않을 거면서 자신이 큰 사람인 척 얘기하는 자체가 같이 정치하는 사람으로 참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현재까지 종로의 새누리당 후보를 놓고 오 전 시장과 박 전 의원의 양자대결을 벌이는 구도에서 정 위원장의 고발은 박 전 의원에게 이로움을 주는 것이라는 의견을 제기했다. 그러나 정 위원장은 "절대 아니다"라고 부인하며 박 전 의원은 자신과의 상대가 안 된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정 위원장은 "박 전 의원을 상대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오 전 시장만 상대로 본다"며 "현재 언론에는 양자대결로 나오고 여론조사에도 내가 빠져있지만 난 박 전 의원이 내 상대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종로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나온데다가 당협위원장을 3년 째 맡고 있어 당원 투표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정 위원장은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시 4선의 현역 이종찬 후보를 누른 경험이 있다. 그는 그 때의 경험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기적을 이루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오 전 시장에 대해선 대단히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었다. 정치적으로도 인격적으로도 매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오 전 시장은 인지도가 워낙 높고 인물도 잘생겼다. 키가 나보다 15cm는 더 클 것이다. 그런 면에서 부담이 있다"면서도 "서울시장 선거 때 박근혜 당시 대표가 습격을 당한 덕분에 당선된 것 아닌가. 또 어려운 선거에서 강남 3구의 도움을 받아 이겼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실제로 어렵고 고단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새누리당을 증오하게 만들었다. 당연히 모든 사람을 끌어안고 따뜻하게 가야 하는데 새누리당이 (돈과 권력)있는 사람 편에 있다는 낙인을 찍게 했다"며 "오 전 시장처럼 따뜻한 애정이 없는 사람은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수위를 높였다.
이어 "오 전 시장은 16대 의원을 같이 했고 내가 종로의 당협위원장인데 종로 출마를 결정하며 전화 한 통 없었다"며 "예전에 종로 출마 권유를 받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그 곳은 정인봉이 활동하고 있는 곳인데 어떻게 거길 가느냐'고 했던 것을 생각하면 오세훈은…"이라고 말을 줄였다.
그러면서 "나는 지금 모든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 하고 있으며 언제 공개적으로 오 전 시장과 토론할 기회가 있다면 정면으로 이야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 위원장은 2000년 16대 선거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종로에서 승리를 따냈지만 총선 전 방송사 카메라 기자들에게 수백만원대의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당선무효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이후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시엔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해 친박 인사로 분류된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