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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 '삼시세끼' 그리고 '소박'한 '진수성찬'


입력 2015.11.19 10:29 수정 2015.11.19 10:48        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미니멀리즘의 사회 도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한 장면 tvN 방송화면 캡처

진수성찬(珍羞盛饌)은 소박함과는 거리가 있는 말로 인식되는데, 최근에는 이런 모순적인 두 단어가 결합되고 있다. 섬이나 산골에 들어가서 삼시 세끼 밥을 해먹기도 한다. 캠핑문화가 붐을 이루는 상황일 때 그곳에서 준비되는 음식들은 진수성찬으로 보이기 보다는 소박했다. 많은 식재료가 아니라 몇몇 식재료를 가지고 충분히 음식을 만들 수 있어야 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는 당시 밥상과 간식이 등장하는데 오늘날에 비하여 볼 때 간소하고 소박하지만, 충만한 느낌을 주기에 족하다. 또한 그 음식들은 서로 나눔의 정과 미학이 있어 만족감이 크다.

비록 감자나 고구마 그리고 집에서 막 무친 나물마저도 나누어 먹는 분위기가 나온다. 소박한 음식을 먹는 사회일수록 단순한 음식 미학에 있는 사회일수록 나눔이 가능하다. 장식과 치장의 음식 미학이 많을 수록 나눔은 쉽지 않게 된다.

집밥 트렌드의 유행은 이를 잘 말해준다. 외식 산업이 한풀 꺾인 현상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외식 산업이 팽창할 때는 많은 이들의 호기심과 기대감을 폭증시켰다. 온갖 다양한 음식들을 즐길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일은 없을 듯 했다.

그러나 곧 정체가 되었다. 외식업계에서 내놓을 수 있는 메뉴들은 비록 매우 화려하고 다채로운 듯 했지만 곧 획일화되었다. 물론 가격은 갈수록 올라갔고, 저렴해도 그에 거꾸로 만족감을 주기는 힘들었다. 무엇보다 강하고 자극적인 음식들이 부담스럽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주변에서 쉽게 먹을 수 있으면서도 색다른 음식들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화려한 비주얼이나 특이한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들은 건강에도 좋고 간편하다는 인식 때문에 선호의 대상이 되었다.

물론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창조적인 레시피들이 등장해서 눈과 뇌를 모두 즐겁게 만들어주었다. 즉, 흔히 먹는 된장찌개나 김치 찌개맇지라도 색다른 맛과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차라리 해외 요리 소리보다는 '집밥선생'에 열광했다. 

이러한 점은 '삼세세끼'같은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주변에 있을 법한 식재료를 통해 오로지 밥을 챙겨먹는데 신경을 쓸 뿐이다.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는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 그대로를 사용하는 요리가 눈길을 끌었다. 

이제 이런 먹방이 쿡방으로 트렌드가 넘어간 상황에서 새로운 음식 트렌드는 무엇일지 예측하는 경우가 많다. 정확한 포맷이나 그 콘텐츠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제 미니멀리즘의 푸드 컬쳐가 그 방향이라는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부풀려지고 거품이 잔뜩 들어있는 외식 문화 자체가 이제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단순 미학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제는 무조건 포장을 하거나 마케팅에 전적으로 의지하던 흐름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비록 단순하고 소박하고 어떤 때는 너무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근본 진리나 본질을 담고 있는 사물이나 사람에 대해 주목을 하고 있다. 진정성이 이제 있어야 음식도 각광을 받는다. 특히 스마트 모바일을 통해 모든 정보가 공개 되고 공유되기 때문에 과장이나 거품은 곧 드러나게 마련이다. 

본질의 원리나 특성을 통해 사람들에게 필요한 점을 담고 있는 콘텐츠가 결국 선택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소박한 성찬, 미니멀리즘 푸드가 잘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먹방이나 쿡방, 그 자체는 본질이 될 수 없다. 그것은 형식 이기 때문이다.

음식에 관한 콘텐츠는 영원할 것이다. 사람이 음식을 먹어야 하는 한에서는 어쩔 수 없다. 남들이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아주 일상과 분리 되는 음식은 외면 받을 것이고 이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모두 해당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미니멀리즘, 단순하지만 본질을 담고 있는 대상에 대한 경도가 더 강화될 것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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