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사재 털어 삼성엔지니어링 구하기
주주 아님에도 그룹 총괄자로 책임경영 면모 보여
3000억 사재 출연으로 조성...시장 신뢰 향상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에 참여, 회사를 살리고 주주를 보호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그룹 총괄자로서 사재를 출연해 책임경영의 면모를 보인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7일 삼성엔지니어링의 약 1조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서 기존 주주들의 미청약분(실권주)이 발생하면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 3000억원 한도로 일반 공모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3000억원은 이번 유상 증자의 25%에 해당하는 규모로 이 부회장은 사재 출연을 통해 이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 미청약분에 대해 일반투자자들과 동일한 조건으로 일반 공모에 참여할 계획으로 투자 차익이나 지분 확보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주가 아닌 이 부회장이 실권주 발생시 일반공모를 통해 유증에 참여하기로 한 것은 현재 회사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는 한편 기존 주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3분기 1조5127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본사 사옥 매각(장부가 3500억원 상당)과 함께 유상증자를 추진,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2015년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인 내년 3월까지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상장폐지를 당하는 위기에 처해 있다.
유상증자가 상장폐지 위기 탈출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지만, 증자 규모가 워낙 큰 데다가 현재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기존 주주들의 미청약 발생 우려를 배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삼성엔니지어링의 1대 주주는 삼성SDI로 약 13.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삼성물산이 2대주주로 7.8%를 갖고 있으며 삼성화재가 보유한 1.1%의 지분을 포함하면 삼성 계열사의 지분은 약 22% 수준이다.
이들은 모두 증자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으로 우리사주조합원 우선배정비율 20.0%까지 감안하면 구주 청약 지분은 약 42%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하면 기관투자자들이나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아 대규모로 실권주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 구주주 청약에서 미달이 발생하면 일반공모에 참여해 방어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대규모 실권주 발생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주주가 아님에도 그룹 오너가 직접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면서 회사의 가치를 재부각시키고 시장에서의 신뢰를 높이겠다는 포석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실권주 발생시 일반 공모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직접 밝혀 왔다"면서 "오너가 계열사 증자에 직접 참여해 회사와 주주 모두 살리겠다는 책임경영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날 삼성엔지니어링은 이사회를 개최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의결했다. 유상증자를 위한 신주발행 주식수는 1억5600만 주, 예정발행가는 7700원으로 책정됐다.
구주주 청약은 내년 2월 11일과 12일 양일간, 우리사주조합 청약은 첫 날인 11일 진행된다. 일반공모 청약은 같은달 15~16일에 걸쳐 진행될 예정으로 신주상장예정일은 내년 3월 2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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