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 지역지 ‘볼티모어 선’은 17일(한국시각) "KBO리그의 외야수 김현수가 2년 700만 달러(약 82억 5000만 원)에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입단 합의했다. 이제 메디컬 테스트만 거치면 된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입단이 확정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3년 포스팅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안착한 류현진 이후 KBO리그 출신 선수들의 빅리그행 러시는 붐을 이루는 모양새다.
지난 시즌 후에는 강정호와 김광현, 양현종이 한꺼번에 도전, 이 가운데 강정호만이 계약에 성공했고, 이번 겨울에는 박병호와 손아섭, 황재균, 이대호, 김현수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보다 큰 꿈 실현을 위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도전의 벽이 낮아진 이유는 역시나 류현진의 성공을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KBO리그는 마이너리그 더블A와 트리플A 사이의 수준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였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서의 연이은 호성적과 류현진이 2년 연속 14승을 거두자 스카우트들의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도전의 문은 활짝 열렸지만 그렇다고 메이저리그 입성의 벽이 낮아진 것은 결코 아니었다. 스카우트들이 시즌 내내 선수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영입할만한 대상이라고 판단할 경우 구단에 보고한다. 그러면서 수뇌부들이 직접 방한해 최종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류현진과 강정호는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이에 걸맞은 계약 규모가 주어진 반면, 계약이 성사되지 못한 김광현과 양현종은 활짝 웃지 못했다. 그리고 스카우트들의 눈은 지극히 냉정하면서도 정확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올 시즌 후에는 비슷한 스타일의 두 타자가 도전에 나섰다. 김현수와 손아섭이었다. 김현수는 KBO리그 통산 1131경기에 나와 타율 0.318 142홈런 771타점이라는 걸출한 성적을 기록했다. 프로 9년차의 손아섭는 현역 통산 타율 1위(0.323)라는 타이틀을 지닌 교타자다.
두 선수 모두 콘택트 부문은 경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높은 타율과 결정적 순간에 안타를 만들어 내는 능력은 KBO리그를 넘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또한 같은 좌타자에 코너 외야수를 맡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나이에서도 김현수가 한 해 먼저 입단했지만 태어난 시기는 두 달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진출 여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김현수는 2년간 700만 달러라는 주전급 대우를 받게 된 반면, 포스팅에 나선 손아섭은 ‘무응찰’이라는 굴욕적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운명이 엇갈린 가장 큰 이유는 도전 방식의 차이였다. 김현수는 FA였던 반면, 손아섭은 포스팅 비용 발생 대상자였다. 한국은 물론 일본 출신의 선수들도 웬만한 특급 선수가 아니라면 거액의 단독 교섭 비용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기량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두 선수는 비슷한 유형의 타자였지만 김현수가 보다 많은 것을 갖추고 있었다. 일단 김현수는 드넓은 잠실 구장을 쓰면서도 20홈런 이상 기록한 시즌이 세 차례나 됐다. 이와 달리 손아섭의 커리어 하이는 18홈런에 불과하다.
선구안에서는 제법 큰 격차를 보인다. 김현수는 KBO리그 통산 볼넷과 삼진이 각각 597개와 501개인 반면, 손아섭은 383개-555개다. 김현수가 훨씬 더 볼을 잘 골라냈고 삼진을 덜 당했다는 뜻이다. 이는 KBO리그보다 몇 수 위인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상대할 때 제법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중요시하는 피지컬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김현수와 손아섭의 차이는 향후 메이저리그 도전을 준비 중인 선수들에게 가이드라인이 될 전망이다. 특급 기량은 당연하고, 각 구단들에게 어필할만한 자신만의 장점이 뚜렷한 선수들만 메이저리그의 부름을 받았다. 다시 봐도 혀를 내두를만한 메이저리그의 분석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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