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질에서 디자인으로 확전, TV 대전 펼쳐지나
퀀텀닷과 OLED 경쟁에 두께와 소재 전쟁
삼성-LG, 치열한 경쟁 예고 속 경쟁국 변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향후 TV시장의 판도를 가늠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이는 2016년 TV시장에서 대격돌을 펼친다. 시장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상호 경쟁에서 승리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절박함 속에서 치열한 대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전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6'에서 삼성과 LG가 각자의 무기인 퀀텀닷(QD)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올해 경쟁이 보다 심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행사 개막에 앞서 4일(현지시간) 별도로 신제품 공개 행사를 개최하고 2세대 퀀텀닷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2016년형 수퍼초고화질(SUHD) TV로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던졌다.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회사측의 판단이다.
지난해 퀀텀닷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제품을 출시하면서도 퀀텀닷이라는 용어보다는 SUHD라는 이름을 내세웠던 것과는 달리 올해는 퀀텀닷을 강조하는 분위기로 확실히 기술력에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다.
김현석 삼성디스플레이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사장)도 행사에서 "지난해의 경우, 구현된 기술력이 아직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어서 전면에 부각시키지 않았지만 이제는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LG전자도 초고화질(UHD) OLED TV로 프리미엄 시장 선도 업체로서의 입지를 굳힌다는 계획이다. 이번 행사에서 2016년형 OLED TV 제품라인업을 공개하며 밝기와 명암비 등 모든 요소들이 잘 조화돼 화질에서 액정표시장치(LCD)보다 앞선다는 점을 강조했다.
OLED가 백라이트 없이 픽셀 하나하나가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완벽한 블랙을 표현할 수 있고 명암비를 높여주는 하이다이내믹레인지(HDR) 효과를 극대화시킨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또 HDR과 와이드컬러가뭇(WCG) 기술을 결합해 일반TV 대비 월등한 명암비와 색상을 구현하는 돌비의 HDR 기술 표준인 '돌비 비전'을 적용, 경쟁력을 향상시켰다.
권봉석 LG전자 홍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장(부사장)은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올해 OLED TV 판매량을 전년도에 비해 3배 이상 늘릴 것"이라며 야심찬 목표를 밝혔다.
또 이번 행사를 통해 기존 화질뿐만 아니라 디자인도 부각되면서 경쟁접점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TV 두께를 줄이는 슬림화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한편 메탈 소재를 채용하고 외부에서는 단 하나의 나사도 보이지 않도록 하는 '360도 디자인'을 선보이는 등 디자인에 보다 무게를 두는 전략을 내세웠다.
LG전자도 단순히 두께를 줄이는 슬림 경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고 신소재나 신조형 적용 등을 통해 사용자 편의성에서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 디자인을 개선 시켜 나가는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제 소비자들은 화질에서의 밝기나 디자인에서의 두께 등 미세한 스펙 차이를 잘 체감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결국 승부는 적은 비용으로도 소비자들에게 보다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느냐에 따라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상호 경쟁뿐만 아니라 TV시장의 더딘 회복과 일본 중국 업체들의 추격 등 여러 변수들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일본 업체들은 소니와 파나소닉 외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소니가 신 기술로 내놓은 '백라이트 마스터 드라이브(Backlight Master Drive)'가 주목을 받았다. 높은 밝기로 인한 소비전력 이슈로 상용화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지만 과거 시장을 이끈 기술력 만큼은 여전히 위력적임을 증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업체들도 눈에 띄는 신기술과 신제품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추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번 전시회에서 스카이워스 창홍은 HDR을 적용한 LCD TV를, 하이센스와 TCL은 퀀텀닷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QUHD TV를 내놓았다. 스카이워스와 창홍은 연내에 OLED TV 라인업 확대도 계획하고 있어 전방위적인 추격전이 전개될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행사에서 가장 화두가 됐던 HDR의 경우, 중국 업체들은 기술 구현력과 양산성에서 국내 업체들과 분명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기술적으로 많이 따라 왔고 디자인도 슬림을 많이 강조하는 등 예전보다는 격차가 많이 줄었다는 것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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