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때려잡아 뇌사상태 빠트린 집주인, 2심도 ‘유죄’
재판부 “공격의사 압도적, 방위 위한 행위 아니었다”
집에 침입한 도둑을 때려 뇌사 상태에 빠뜨렸다가 치료 중 사망하게 한 집주인에게 항소심 법원이 이번에도 유죄를 선고했다.
29일 서울고법 춘천 제1형사부는 29일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집주인 최 씨(22)의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24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2014년 3월 새벽에 귀가한 최 씨는 거실에서 서랍장을 뒤지던 도둑 김 씨(55)를 발견해 알루미늄 빨래 건조대, 허리띠, 손과 발을 사용해 김 씨를 제압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 과정에서 김 씨는 뇌사 상태에 빠지는 중상해를 입었고, 검찰은 최 씨가 과도하게 폭행을 행사했다며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흉기등상해) 혐의로 최 씨를 기소했다. 이에 춘천지방법원은 "아무런 저항 없이 도망만 가려고 했던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장시간 심하게 때려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로 만든 행위는 방위행위로서의 한도를 넘어선 것" 이라며 최 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항소심이 시작되자 정당방위의 범위를 놓고 각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네티즌들은 “도둑이 집에 들어오면 가만히 당하고만 있으라는 거냐”고 반발했고, 한 의원은 국정감사장에 빨래 건조대를 들고 와 "이게 어떻게 흉기입니까, 이게"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2심은 "피고인의 행위는 공격의사가 압도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도 없어 정당방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피고인이 1차 폭행으로 피해자를 제압한 후에도 빨래건조대와 허리띠를 동원해 재차 폭행해 방위를 위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어서 "다만 피해자가 피고인의 집에 무단 침입해 절도를 하려던 것이 최초의 원인이 된 점, 피고인이 유족을 위해 500만 원을 공탁한 점, 초범인 점과 스스로 이 사건으로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점 등을 반영했다"며 "피고인만 항소해 '불이익변경의 원칙'을 적용, 원심인 1년 6월을 초과할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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