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상정 앞둔 북인권법, 들여다보니 '너덜너덜'
북한 주민의 '알권리' 부재, 북인권기록센터 '유명무실' 가능성
전문가 "북 주민에게 인권자각하게 하는 '알권리' 보장 필요"
북한인권법이 지난 2005년 김문수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최초로 발의한 이후 11년 만에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지만 법안의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대한민국 정부차원의 역할을 법으로써 최초로 명시했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해당 법안이 실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본회의 상정을 앞둔 북한인권법을 두고 야당과 이어진 논의로 인해 "너덜너덜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인권을 외면했던 책임에 대한 '면피법안', '반쪽법안'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번의 북한인권법으로 △정부 차원의 북한인권증진 계획 수립 △남북인권대화 추진 △북한인권대외직명대사 임명 △북한인권 자문위원회·지원재단·기록센터 설치 △북한인권 시민단체에 대한 지원 등 정부가 북한인권 개선 활동을 위한 외연적인 시스템은 갖추게 되지만 많은 한계와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가장 큰 한계는 실효성 있는 북한인권 개선 방안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북한인권 개선활동을 벌여왔던 전문가 및 운동가들은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인권을 자각할 수 있도록 북한인권 개선 활동을 '정보유입'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실제 지난 2012년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북한인권법안 제15조는 북한 주민에 대한 정보유입을 위해 △통일부 장관은 북한주민이 인권관련 정보와 인간다운 삶에 필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시행할 것 △북한인권개선활동 관련 단체가 방송통신설비를 이용한 방송통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 등 정부의 역할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 합의를 통해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내놓은 북한인권법 대안법안에는 이같은 '정보유입' 관련 내용이 수록되지 않았다. 2012년 9월부터 2014년 11월까지 발의된 11건의 북한인권 개선 관련 법안을 여야가 조율하는 과정에서 해당 조항이 제외된 것이다.
이와 관련 이광백 국민통일방송 상임대표는 29일 '데일리안'에 "북한인권을 개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인권을 자각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정보를 유입시켜주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번 북한인권법안에는 이 같은 내용이 없다"면서 "북한인권법에 북한주민의 알권리 및 정보접근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미디어를 활용한 북한 변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일부 산하에 설치하기로 한 북한인권기록센터도 △통일부의 대북협상 능력 약화 △사법기관의 북한인권 범죄에 대한 능동적 조사 및 수사 불가 △향후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 미흡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당국 차원에서 일삼고 있는 인권 침해와 관련된 조사를 사법기관인 법무부에서 직접 담당하지 않으면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유명무실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올바른북한인권법과통일을위한시민모임(올인통)은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인권법의 핵심인 기록센터를 '통일부에 설치하고 3개월마다 법무부에 자료를 보내 관리하자'고 절충한 부분은 기록센터를 반신불수로 만드는 것"이라면서 "(또한) 억지로 통일부를 끼워 넣으면서 남북대화, 교류협력의 주무부서인 통일부의 기능마저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그동안 정부에서 방치하고 있었던 북한인권 수집·기록·보존 사업을 정부가 맡는다면 현재 민간영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북한인권 수집·기록·보존의 업무가 중복되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그동안 민간기관인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부설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정부가 손을 놓고 있던 북한인권 침해 사례를 수집·기록 및 보존 사업을 도맡아왔다. 특히 하나원으로 들어오는 탈북자 조사 사업을 정부로부터 위탁 받아 인권 침해 사례를 기록·분석하는 작업을 전문적으로 진행해왔다. 2003년부터 해당 사업을 진행해 온 NKDB는 14년여 동안 5만 5866건의 북한 인권 침해 사건과 이 사건에 연루된 3만 1634명의 정보 등 북한인권 침해 기록을 수집 및 보존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인권법안 제13조에 '북한주민의 인권상황과 인권증진을 위한 자료 및 정보의 수집·연구·보존·발간 등의 업무를 담당하기 위하여 통일부에 북한인권기록센터를 설치하도록 한다'라고 명시돼 있어 정부와 민간 영역 간 마찰도 예상된다.
정부가 민간이 진행하던 사업을 하루아침에 빼앗아가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정부로 해당업무가 이관된다고 해도 관련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이 확보돼 있을지도 미지수다.
윤여상 NKDB 부설 북한인권기록보존소장은 본보에 "현재 정부 위탁사업으로 하나원의 탈북자들을 인터뷰하면서 인권 침해 사례를 조사하고 있는데 정부가 해당 업무까지 도맡는다면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이 결여될 수 있다"면서 "통일부가 조사사업까지 맡는다면 그동안 해당 영역을 도맡고 있는 민간의 역할이 위축되고 축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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