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선거운동 개소식은 챙기고 남 공천은 나몰라라
<기자수첩> 공천 결과 지켜보며 애가 타는 후보들 있는데
일부 공관위원들 자기 개소식 참석하러 자리 비워 '눈살'
친박계와 비박계 간의 갈등 속에 파행을 빚어왔던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사흘 만인 19일 재개됐지만 드문드문 비어있는 공관위원들의 자리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김무성 대표의 '공천 비난 기자회견'에 격분해 퇴장했던 외부위원들이 돌아오자 이번에는 내부위원들이 개인 사정을 이유로 자리를 비운 것이다.
오전 9시 35분께 공관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당사로 들어서는 황진하 사무총장의 얼굴은 밝았다. 황 사무총장은 대기하고 있는 취재진들을 향해 "굿모닝~"이라고 인사를 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이날은 황 사무총장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이 있는 날이었다. 이미 마음은 개소식 현장에 가 있는 듯 '회의 정상 가동 여부' '경선결과 발표' 등의 쏟아지는 질문에 "이한구 위원장이 오셨으면 잘 되었네. 하여튼 좀 있다 이야기해요"라고 대강 답하며 자리를 떴다.
개소식이 예정된 3시가 가까워지자 황 사무총장은 공관위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그는 "경선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빨리 발표해야지"라고 말하면서도 "난 지금 우리 사무실 개소식에 간다. 김무성 대표, 서청원 최고위원 모두 초대했고 원유철 원내대표도 올 것"이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도 산적해 있는 공천 심사를 뒤로 하고 황 사무총장의 선거사무소로 향했다.
박 부총장은 평소에도 당사 4층에 위치한 기자실에 내려와 업무 중인 취재진들의 모습을 찍으며 "SNS에 올려서 이렇게라도 선거운동을 해야되지 않겠느냐"며 이렇게 밖에 선거운동을 할 수 없음이 안타깝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18일에는 공관위 회의가 취소되자 약 30분 만에 여의도 당사를 나서며 "(김 대표의 사과 등) 상황 변화가 없는데 회의가 열리겠느냐. 선거운동을 하러 가야겠다"고 말했다.
공관위원인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은 회의가 시작된 지 5시간이 지나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홍 부총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개인적으로 집안에 좀 일이 있어서...지금 다 왔어요"라고 밝혔다. 경선 여론조사 결과 5차 발표 시각을 10분 앞둔 시간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날 회의에서 끝까지 자리를 지킨 내부위원은 이한구 공관위원장과 김회선 의원 뿐이었다.
새누리당 공천은 시간이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상황이다. 당은 전체 253개 지역구 가운데 249곳의 공천 방식을 결정했지만 경선과 단수 공천 등을 통해 후보가 확정된 지역은 197곳에 불과하다. 남은 56개 지역구 대부분에서는 아직도 후보가 확정되지 않아 같은 당 예비후보들끼리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다. 총선 후보 등록(24~25일)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본선에서 경쟁할 야당 후보들은 속속 공천을 확정 짓고 선거운동에 들어가는 것과는 상당 부분 대조된다.
남은 뇌관은 또 있다. 지역구 압축 심사에서 유일하게 남은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대구 동구을)와 경선에서 원천 배제된 윤상현 의원의 지역구(인천 남구을)의 재공모 여부등이다. 공관위는 유 의원의 지역구에 대해서는 이날도 심사를 하지 못했고, 김 대표가 의결을 보류한 이재오·주호영 의원 등의 낙천 결과에 대해서도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남구을에 대해서는 21일 하루에 한해 재공모를 받기로 했다. 하지만 심사를 거치는 것을 감안하면 24~25일까지 충분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국회의원과 원외 예비후보들은 피 말리는 심정으로 자신의 정치생명이 걸린 공관위의 결정만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지역구에서 선거운동을 이어가던 유 의원은 현재 이를 중단하고 잠적한 상태다. 낙천됐던 인사들이 무소속 연대 등을 꾸려 조직적으로 행동에 나서려해도 시간이 부족하다. 일각에선 공관위가 이같은 돌발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공천 결정을 지연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제 공천은 이미 따놓았으니 남의 공천 심사에는 충실할 생각이 없는 것일까. 경선 결과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며 후보들의 선거운동은 발목을 잡은채 본인들의 선거운동에만 열중하고 있으니 말이다. 앞서 '시간이 촉박해 공천이 불가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은 "정당은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가능하다. 번갯불에 콩도 구워먹을 수 있다"며 "의지의 문제"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해당 발언을 작금의 공관위 행태에 비춰보았을 때 이런 해석도 가능할 것 같다. '새누리당 공관위는 공천할 의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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