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의적' 조세형, '시대의 좀도둑'으로 전락

조세형, 상습주거침입절도 혐의로 징역 3년 선고

2013년 '대도' 조세형이 서초구의 고급빌라에서 귀금속 33점을 훔친 혐의로 조사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1970~1980년대 사회 고위층의 집을 골라 털고, 재물 일부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어 ‘대도’라는 별명을 얻었던 조세형 씨(78)가 출소 11개월 만에 또 다시 도둑질로 실형을 살게 됐다.

30일 서울서부지법은 주택에 침입해 귀금속을 훔친 혐의(상습야간주거침입절도)로 구속기소된 조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조 씨는 2015년 9월 서울 용산구의 한 고급 빌라에서 고가의 반지 8개와 명품 시계 11개 등 시가 7억 6000만원 상당의 물건을 훔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조 씨는 검찰 조사 당시 장물을 취득해 돈을 받고 판 혐의는 인정하나 이를 직접 훔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CCTV 등 증거를 토대로 조 씨가 피해 가옥에 직접 침입해 19점의 귀중품을 훔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가 발생한 건물의 2층은 외부와 인접해 있고 경비 시스템이 수년전부터 작동하지 않아 (고령의 피고인도) 베란다를 통해 바로 침입이 가능하다”며 “비록 외부 침입 흔적은 없지만 내부인의 소행으로 볼 수 있는 증거도 없어 피고인의 절도 범행 사실이 인정 된다”고 밝혔다.

1970~1980년대 사회 고위층의 집을 자주 털어 ‘대도’, ‘의적’ 등 별명을 얻은 조 씨는 15년 수감생활을 하다 1998년에 출소해 새 삶을 사는 듯했다. 조 씨는 사설 경비업체 범죄 예방연구소 자문위원으로 일했으며, 갈 곳 없는 노인들을 위한 봉사 활동 등도 벌여 국민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2001년 조 씨는 도쿄 시부야에서 주택 3곳을 털다가 현지 경찰에게 붙잡혔다. 조 씨는 자신의 범행이 한국에 알려지는 걸 피하기 위해 자신의 신상정보를 거짓으로 진술하기도 했으며, 실망한 국민들은 이때부터 ‘대도 조세형’을 ‘좀도둑 조세형’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2005년 조 씨는 마포구의 한 단독 주택에 침입해 165만원어치의 손목시계 6개를 훔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조 씨를 도우려고 애썼던 한 경찰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도벽이 굳어져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한 때 시대의 의적으로 칭송받던 그는 결국 좀도둑의 멍에를 안고 교도소 철장 안에서 인생의 말로를 맞이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 조 씨는 크고 작은 장물 취득, 절도 혐의에 연루됐으며 2013년 75세의 나이로 서초구의 고급 빌라를 털다 징역 3년을 선고받고 2015년 4월에 출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