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가 어떠냐고예? 여긴 대군데 뭘 묻는교?"

<2016 총선 뜨거운 현장을 가다-대구 중남구>

20대 총선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지만, 표심은 여전히 부유(浮遊)하고 있다. 선거판을 주도할 이슈의 부재,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 상승으로 부동층만 30%에 이르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역대 어느 선거보다 ‘격전지’가 늘어나고 있다. ‘뚜껑’을 열어보기 전엔 그 누구도 승패를 확신할 수 없다는 것. 이에 데일리안의 정치부 기자들이 20대 총선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 지역을 직접 찾아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 편집자 주 >

대구 중남구는 대구의 정치 1번지로서 서울의 중구나 종로구와 비슷한 느낌의 곳이다. 중구의 위치한 서문시장은 유력한 지역 정치인들이 민심을 잡기 위해 반드시 찾는 곳 중 하나로 '여론의 중심'이라고도 불린다.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 의원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과 맞서던 후보 시절 대선이나 총선 등 큰 선거를 앞두고 항상 서문시장을 찾아 기를 받아갔다. 그만큼 이 지역은 대구 정가에선 상징적인 곳이며 새누리당에게 우호적인 곳이다. TK(대구경북)에서 유권자 수가 가장 많은 선거구이기도 하다.

이 곳의 현역 의원은 김희국 새누리당 의원이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김 의원은 경선에서 탈락했다. 김 의원을 포함해 곽상도, 배영식, 이인선, 조명희, 김휘일, 남달구, 남창모, 이상목, 이상직 예비후보가 나섰으나 승자는 곽상도 후보였다. 곽 후보는 현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던 인물로 '진박(진실한 친박근혜)'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10:1의 경쟁률을 뚫고 본선에 진출한 곽 후보는 김동열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최창진 노동당 후보, 김구·박창달 무소속 후보와 경쟁을 펼치게 됐다. '데일리안'이 현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의 마음은 일반적인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곽상도 새누리당 후보(대구 중남구)가 지난 3일 오전 '2016 대구국제마라톤대회'가 열린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을 찾아 참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정치 인맥 활용할 수 있는 힘 있는 후보가 돼야"

지난 4일 이른 아침 반월당역 사거리에서 출근길 유세를 마친 곽 후보를 인근 분식집에서 만났다. 곽 후보는 "밥 먹으러 오는 것도 선거운동"이라며 김밥과 우동을 주문했다. 그는 "유권자들은 변화하고 있는데 당의 변화가 늦다"며 대구에서 불어오는 새누리당 심판론을 경계했다.

그는 지형상 새누리당이 유리할 것 같다는 의견에 "주위에서 그렇게들 평가를 하는데 우리로서는 끝까지 최선을 다 해야 한다"며 "아직 유권자의 의사가 명확히 확인이 안 됐기 때문에 막판까지 자주 찾아다니면서 만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곽상도 캠프측 관계자는 "곽 후보가 청와대에서 근무를 하면서 중앙정치에 인맥이 많다"며 "대구 중남구가 도심개발이 안 돼 상대적으로 낙후된 상태로 앞으로 예산이 시급하다. 중앙정치와 연결고리가 있는 곽 후보가 예산 확보를 하는 게 타 후보보다 수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구에 위치한 관문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의 반응은 대체로 곽 후보에 우호적이었다. 좀 더 명확히 말하면 새누리당에 절대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야말로 '대구=새누리당'임을 체감할 수 있었다.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50대 남성 김모 씨는 "대구니까 새누리당이지예. 여기는 인물보다 당을 많이 봅니더"라며 "요즘에 40대 미만은 변화를 원하는 사람도 있는데 대구 자체가 새누리당이라 1번이 될깁니더. 저도 마찬가지고예"라고 말했다.

한약재를 파는 30대 남성도 "여긴 다 새누리당인데 뭘 물어봅니꺼. 아무리 바뀐다고 해도 요는 안 변합니더. 저예? 저도 뭐 대세를 따르겠지예"라고 했다. 의류업 종사자 72세 윤모 씨도 "나는 새누리당을 100% 지지합니다. 곽상도가 무조건 될깁니더"라고 거들었다. 화장품가게에서 일하는 정모 씨도 "기자님이 보기에도 새누리당 후보가 무난히 되지 않겠습니꺼"라고 오히려 반문했다.

20대 여성 이모 씨도 "인물이 마음에 안 들면 결국 당을 보고 뽑아야 하는데 그럼 새누리당 후보가 될 것 같다. 곽상도는 이미 지금 마음을 놓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곽상도 인물론'을 강조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달서구에 오래도록 살다가 3년 전부터 남구에 거주 중이라는 한 중년 남성은 "곽상도가 대구 서부지검장까지 한 사람인데 능력도 있고 될 것 같다"고 기대했고 족발가게를 운영하는 남성도 "다른 사람들은 알려지지도 않았어예. 곽상도 밖에 모릅니더"라고 말했다.

박창달 대구 중·남구 예비후보(무소속)가 설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2월 10일 대구 동성로에서 복면을 쓴 채 선거운동에 나서 눈길을 모았다. 15, 16, 17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박 예비후보는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취지로 꽃 모양의 복면을 제작, 사용했다. (박창달 후보 선거사무소 제공) ⓒ연합뉴스

무소속 김구 후보(대구 중·남구)가 지난 5일 오후 대구광역시청 앞을 지나며 이색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김 후보는 유세에 나설 때 한복을 입은 채 전동 세발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벼 눈길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

무소속 박창달, 김구 후보에 단일화 제안, 더민주선 김동열 분전 중

곽 후보가 사실상 앞서고 있는 가운데 무소속 박창달 후보의 선전 여부도 관심거리다. 박 후보는 15대 신한국당 소속으로 국회에 입성해 16, 17대엔 한나라당으로 3선에 성공했다. 2년 전 김무성 대표를 탄생시킨 전당대회 땐 원외인사로는 유일하게 후보로 나서 완주하기도 했다.

그는 "40년 당직 생활을 거치면서 닦은 경륜을 지역 발전을 위해 쏟아붓겠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는 맞춤형 노인복지을 위한 '실버청년' 복지종합센터 건립과 앞산공원에서 신천과 김광석거리를 잇는 복합문화·공원벨트 조성 등을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박 후보는 예비후보 시절 유세 도중 "새누리당의 '친박', '진박' 난장판 싸움이 보기 싫어 탈당했지만 당선되면 복당하겠다"며 "이번에 당선되면 4선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여당 후보를 제외한 타 후보들 가운데서는 인지도는 앞선다고 볼 수 있지만 '무소속'이라는 점이 취약점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한 50대 시민도 "박창달이가 여기서 오래하긴 했지만 대구는 인물보다는 당을 본다 아입니꺼"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을 인지한 듯 박 후보는 지난 4일 무소속 김구 후보에 단일화를 제안한 상황이다. 그러나 아직 김 후보의 답변은 없는 상황. 단일화 여부가 선거 결과의 영향을 줄 지 지켜볼 일이다.

더민주에선 김동열 후보가 분전하고 있다. 더민주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맡고 있는 그는 야당 입장에서 험지 중의 험지인 대구 중남구에 벌써 두 번째 도전이다.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으로 나섰지만 낙선한 경험이 있다.

그는 지난달 21일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대구는 공천만 하면 당선시켜 주는 거수기 노릇을 이제 그만하자는 목소리가 크다"며 "지루한 정치독점을 중남구에서 먼저 끝내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중구의 도심 공동화 현상을 극복하고 대구의 역사적인 인물을 복원하는데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역에서 더민주에 대한 반감이 강하다는 점은 그가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상대적으로 여당 후보에 밀리고 있는 후보들은 정치 불신에 가득 차 있는 사람들의 표심을 잡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관문시장에서 건어물을 판매하는 한 남성은 "나는 정치 몰라예. 관심 없습니더"라고 외면했고 요식업에 종사하는 한 남성도 "나는 그런거 관심 없어예"라고 손사레를 쳤다. 방앗간에서 만난 중년 여성도 "정치인들 뭐 허구헌날 싸우기만 하는데 관심 가져서 뭐하노"라고 차갑게 반응했다.

토론회 불참한 곽상도 "흠집내기,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한편 곽 후보는 지난달 31일 대구 남구선관위 주관으로 열린 '20대 국회의원선거 후보자 법정 토론회'에 불참해 선관위로부터 과태료 400만원을 부과 받았다. 이 지역은 토론 초청 대상 후보가 곽 후보와 김동열 후보 밖에 되지 않아 김 후보의 단독 대담형식으로 진행됐다.

박창달, 최창현, 김구 등 3명의 비초청 후보는 정견 연설로 대신했다. 이후 박 후보는 성명을 내고 "집권여당 후보가 토론회에 불참한 것은 중·남구민들과 유권자들의 알 권리를 철저히 무시한 것"이라며 "과태료 400만 원을 감수하면서까지 후보 검증 책무를 회피하는 것은 곽 후보 스스로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시인한 것"이라고 퍼부었다.

이에 대해 곽 후보는 "야당 쪽에서 이념적인 것과 개인적인 문제를 가지고 공격하려고 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정희 후보도 박근혜 후보 흠집내기만 하고 들어가지 않았나"라며 "토론회에서 상식에 부합하는 얘기를 하려고 하면 얼마든지 했을텐데 우리 입장에선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