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부터 육아까지...국회의원들 다양한 '취미' 들여다보니
"애들 아침 먹이는 게 즐거워" 요리 취미인 의원부터 '궁도', '역도' 등 종류도 다양
20대 국회는 의원들의 출신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일찍이 주목을 받았다. 프로 바둑기사부터 게임업계 큰손, 홍보기획전문가까지 영역도 제각각인 만큼, 이들이 보유한 취미 특기의 종류도 천차만별이다.
국회 상임위원회 홈페이지 내 각 상임위원별 홈페이지에서는 의원들의 취미와 특기를 볼 수 있다. 공란으로 비워둔 의원도 있지만, 절반 이상은 자신의 특기를 직접 소개했다. 권위적이고 딱딱한 이미지의 의원들이 예상 외의 취미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유권자들에게도 한층 친밀함으로 다가온다.
남성 의원들 "'요리', '육아' 좋아해요" 이색 취미
"딱히 요리를 정해서 하는 것보다 제가 개발한 레시피로 애들 아침 밥 먹여 보내는 게 즐겁더라고요. 허허허"
국회 산업통산자원위원회 소속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부산 남구갑)의 취미는 '요리'다. 몇해 전부터 요리하는 남성 쉐프가 등장하는 방송이 급부상하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각종 새로운 레시피가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김 의원은 화려한 요리와는 거리가 멀다. 그가 일찍이 앞치마를 두르기 시작한 건 '애들 아침 먹이기' 때문이었다.
김 의원은 취미특기를 되묻는 기자를 향해 한참이나 호탕한 웃음을 터트린 뒤 "내가 집에 있을 때는 애들이 바빠서 아침밥도 못 먹고 나가는 게 좀 뭣해서, 내가 만든 독자적 레시피로 간단하게 먹이고 보낸다"고 말했다. 주요 메뉴는 샌드위치와 닭가슴살 샐러드다. 레시피는 때마다 조금씩 다르다. 간편하면서도 든든해 각각 학생, 직장인인 두 자녀가 즐겨 먹는다.
'육아'를 취미로 적어낸 이도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김 의원은 유독 아이를 좋아하지만, 지역구인 부산과 국회가 멀어 자녀들을 자주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아들과 딸을 한 명씩 둔 두 아이의 아빠다.
보좌진이 상임위 홈페이지에 게재할 취미를 물어와 김 의원이 직접 '자신 있게' 대답했다고 한다. 그는 "애들이랑 같이 놀아주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의정 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서울에 올라와 있어서 많이 놀아주지를 못한다"며 "애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늘 있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가 소개한 취미는 ‘매력발산’, 구체적으론 심크러쉬다. 심크러쉬는 강인하고 독립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여성을 뜻하는 ‘걸크러쉬’와 심 대표의 성을 합성한 단어로, 심 대표의 공식 팬클럽 이름이기도 하다. 심 대표는 평소 여성의 권익향상에 힘을 실어온 정치인으로 꼽힌다. 또 ‘전통적인 여성성’과는 거리가 먼 낮은 톤의 목소리로 지지자들은 그를 ‘형님’이라 부르기도 한다.
단골 메뉴는 '독서'와 '등산' 점잖은 취미가 대세
이처럼 눈에 띄는 취미와 특기들도 있지만, 국회의원들의 단골취미는 역시 ‘독서’와 ‘등산’이다. 공교롭게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더민주 추미애 대표·우상호 원내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공개한 취미는 모두 독서다.
독서만큼이나 많은 의원들을 사로잡는 취미는 등산이다. 일단 중진 의원들이 주로 자리를 잡고 있는 외교통일위원회에서는 등산이 단골 메뉴다. 새누리당 이주영 정양석 의원과 원혜영 더민주 의원이 여기 해당된다. 또한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인 새누리당 원유철 서청원 이철우 의원과 이인영 더민주 의원은 모두 같은 취미를 적어냈다.
아울러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새누리당 이장우 유성엽 한선교 의원, 산통위 새누리당 이채익 유기준 홍익표 곽대훈 의원, 기획재정위원회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과 김태년 더민주 의원, 법제사법위원회 새누리당 권성동 여상규 정갑윤 의원과 더민주 이춘석 의원도 등산을 즐긴다.
‘바둑’도 인기 종목이다. 당장 프로바둑기사 출신인 조훈현 새누리당 의원을 필두로 같은 당 박성중 의원도 취미 소개란에 ‘아마추어 5단’이라 적을 만큼 바둑을 즐긴다. 그 외 산통위 소속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 교문위의 더민주 김민기 의원, 기재위원인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도 바둑 애호가다.
구기 종목의 경우, 접근이 쉽다는 점에서 많은 의원들이 선택했다. 보건복지위 소속 김명연 새누리당 의원은 축구·야구·족구, 교문위의 더민주 김병욱 의원은 탁구, 더민주 안민석 박홍근 의원은 축구가 취미다.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이종걸 더민주 의원은 축구·농구를 취미란에 공개했다.
흔치 않은 종목도 종종 눈에 띈다. 기재위원인 더민주 윤호중 의원은 궁도(弓道), 같은 당 소속 법사위원 정성호 의원은 역도가 취미다. 아울러 사진 찍기가 취미인 정무위 소속 민병두 더민주 의원은 “특히 인물사진을 잘 찍는다”고도 적었다. 그만큼 애착이 있단 의미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물론 보여주기식으로 적는 의원들도 있지만, 보좌진에게 자신의 취미나 특기를 직접 알리고 공개하는 의원들도 많다"며 "상임위 홈페이지 작은 공간에서도 자신의 취미를 공개해 유권자에게 어필하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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