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도 인연 끊어라”...6만 → 20만 촛불집회
<현장>1차 집회보다 규모 10배 증가...대규모 인원 속 평화적 마무리
박 대통령 대국민담화 풍자 이어져..."이러려고 부모가 됐나"
1차 집회보다 규모 10배 증가...대규모 인원 속 평화적 마무리
박 대통령 대국민담화 풍자 이어져...“이러려고 부모가 됐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국민의 성난 민심이 촛불이 돼 활활 타올랐다. 5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문화제에 최대 20만 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지난달 29일 열린 1차 촛불집회 때보다 무려 10배가 넘는 규모다.
이날 오후 4시부터 개최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는 광화문광장부터 세종로까지 가득 메운 20만 시민들의 참여로 오후 9시가 넘어서야 마무리됐다. 현장에는 교복을 입은 청소년뿐 아니라 대학생,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 종교인 등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함께했다.
당초 주최 측인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10만 명, 경찰은 3~4만 명이 집회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집회가 시작되고 행진이 진행되자 이후 합류하는 시민이 계속 늘어 집회가 마무리 될 즈음인 오후 9시께는 주최측 추산 20만 명, 경찰 추산 4만 5000명까지 급증했다. 대규모 인원이었지만 큰 사건사고 없이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문화제는 공연과 시국연설 등으로 이뤄지는 1부 행사에 이어 종로와 을지로를 거쳐 광화문 광장에 재집결하는 거리행진, 이후 2부 촛불집회로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집회 내내 분노 속 “박근혜 퇴진”, “몸통은 박근혜”, “사과 말고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분노를 토해냈다. 저마다 손에 쥔 피켓에는 ‘이게 나라냐’, ‘정답은 박근혜 하야’, ‘새누리도 공범이다’ 등의 문구가 적혔다.
대학생과 일반 시민들이 연단에 올라 직접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전국 69개 대학 총학생회가 모인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의 안드레 공동대표는 “과거 일제 치하의 항일투쟁과 4·19 혁명에 앞장선 대학생 정신을 이어받아 이 정권을 무너뜨리고 반드시 국민이 주인 되는 나라를 찾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은혜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박근혜 정권이 퇴진하면 국정 공백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정체 모를 사람에게 넘겨 남용하게 하는 것보다 더 나쁜 일이 있나”라고 꼬집었다.
바로 전날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를 풍자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자신을 ‘세 아이의 어머니’라고 소개한 시민은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나,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해 “아이들이 대통령이 누구냐고 묻는데 대답할 수가 없다”면서 “이러려고 부모가 된 게 아닌데 아이들에게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전국대학생시국회의를 만든 김무석 건국대 학생도 “박근혜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최순실과의 사사로운 연을 끊겠다고 했다. 제발 저희와의 연을 그만 끊어 달라. 이것은 사적인 일이 아니라 공적인 일이며 당신이 우리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오직 유일한 일”이라며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고 내려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거리행진이 진행됐다. 행진은 청계광장-종로-을지로-명동-남대문-시청-광화문을 통해 진행됐고, 특히 종로, 을지로 일대는 행진 인파로 가득 찼다. 시민들은 “우리가 민심이다. 민심을 들어라. 대통령은 내려가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발걸음을 계속했다.
이때 길가의 시민들은 행렬을 향해 손을 흔들고 박수를 치며 응원했고, 행진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같은 반 친구와 함께 행진에 나선 중학생 최영아(15) 양은 “꿈꾸고 공부하는 이유가 한 순간에 없어지는 것 같았다. 가만히 있으면 왠지 불안한 느낌이 들어 나와야만 될 것 같았다”고 집회에 참가한 이유를 밝혔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집회에 나온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전동휠체어에 몸을 싣고 행진에 참여한 김은영(52·여) 씨는 “국민들이 거리로 나오지 않으면 위에 계신 분께 목소리를 전할 방법이 없지 않나. 나라도 힘을 보태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고 전했다.
가족들과 집회에 참가한 박성용(43·남) 씨는 “아이들에게 착하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야한다고 가르쳐왔기에, 이런 말을 하기가 부끄러워진 현실을 바꾸고 싶었다. 최순실이 누구냐, 대통령이 뭘 하는 사람이냐고 물어오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고 싶은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 이외에 전국 곳곳에서도 촛불집회가 열렸다. 민중총궐기 투쟁본부에 따르면 △부산 △울산 △대구 △대전 △광주 △전북 전주 △경북 경주 △경남 김해·진주 △강원 강릉·원주 △제주 등에서 이날 저녁 시국대회와 촛불집회가 진행됐다.
주최 측은 주중 촛불집회를 이어가는 한편 12일 민중총궐기대회에 100만 인파를 결집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최종 목표 인원은 15만 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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