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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vs 안희정, '호남민심'의 향배는?


입력 2017.02.05 11:11 수정 2017.02.05 11:47        이슬기 기자

문재인의 '대세론'과 안희정의 '확장성' 호남표심 누가 끌어안을까

민주당 대선 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경선을 앞두고 표심 경쟁에 한창이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누가 ‘호남 민심’과 ‘박원순 표’를 붙잡느냐 여부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불출마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는 각각 ‘표 결집 효과’, ‘충청 대망론 이동’이라는 반사이익을 톡톡히 봤다. 최근 문 전 대표와 함께 안 지사가 민주당 내 2위 후보로 껑충 올라선 이유다. 상황이 이런 만큼 두 사람은 정책과 현안을 두고 연일 차별화 경쟁에 한창이다.

민주당 주자로서는 무엇보다 야권의 성지인 호남의 표심을 끌어안기가 첫 번째 과제로 꼽힌다. 물론 현재 지지율 상으로는 문 전 대표가 월등한 수치로 앞서고 있어 ‘불가능한 게임’으로 읽힐 수도 있다. 여론조사 기관 알앤써치가 지난 1일 공개한 정례조사에 따르면, 문 전 대표는 전남·광주·전북에서 42.5%의 지지를 받아 독보적인 1위를 지켰다. 안 지사는 3.6%였다.

반면 안 지사가 반 전 총장의 충청 지역 표심과 중도보수층을 얼마나 끌어안느냐에 따라, 확장성을 근거로 호남 지지를 노려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1월 25일과 지난 1일 발표된 동일 조사 결과, 안 지사는 충청에서 각각 18.6%, 15.9%를 얻어 반 전 총장과 비등한 수치를 보였다. 여기에 반 전 총장이 사퇴를 선언한 1일 긴급 여론조사에선 5-6%대에 머물렀던 전국 지지율이 10%대까지 반등했다.

민주당 내 유일한 호남 인사인 이개호 의원은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안희정 지사가 보수·진보와 상관없이 충청권을 끌어와서 본인 지지로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며 “호남에서 반문(반 문재인) 정서가 상당히 완화된 것도 문 전 대표가 높은 경쟁력을 보여줬기 때문인데, 같은 맥락에서 안 지사가 확장성을 제대로 보여준다면 호남 민심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이 의원은 호남에서도 여전히 반문 정서를 갖고 있는 유권자의 표가 안 지사에게 이동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표의 이동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 두고 봐야 아는 것이지만, 지금으로써는 그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또 최대 관건은 안 지사가 ‘확장성’을 얼마나 보여주느냐에 달렸다며 “표 확장성으로 가능성을 보여줘서 호남이 ‘이 사람도 해볼 만하네’ 하면 뜰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야권과 중도층의 정권교체 열망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만큼, 밴드왜건(지지율 상 당선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밀어주는 심리) 현상으로 인해 ‘문재인 대세론’을 넘기는 어려울 거란 전망도 적지 않다.

이 의원은 호남에서의 안 지사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호남의 특성상 전략적 투표를 한다는 전제를 놓고 본다면, 안 지사의 확장성이 상당한 영향을 발휘하긴 하겠지만 대세는 문재인이라는 상황 자체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당내 전략 전문가 A의원도 “지금 호남은 '되는 쪽'으로 간다”며 “후보가 문재인이라서, 또는 안희정이라서 이런 이유보다는 진짜 정권교체 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한테 표를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꿈이룸학교에서 '4차 산업혁명, 새로운 성장의 활주로'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안희정 충남 도지사가 2일 오전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에서 대선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뒤 개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지 기반 확장 카드 ‘박원순 표’는 어디로?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지층을 끌어안기 위한 두 후보 간 경쟁도 치열하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모두 ‘친노(친 노무현)’라는 공통 분모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만큼, 박 시장 측을 통해 지지 기반 확장을 노리고 있다.

특히 안 지사에 비해 안티 세력도 많은 문 전 대표 입장에서는 본인의 확장성을 키우는 동시에 ‘친문(친 문재인) 일색’이라는 비판을 극복해야 한다. 아울러 대세론이라 하기에 현재 지지율인 30%대는 다소 낮은 수치라는 지적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측면을 고려해서라도 박 시장 측 지지층을 끌어안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문 전 대표는 지난달 26일 박원순 시장의 불출마를 선언한 직후 "박원순 시장님과 함께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내겠다"고 밝힌 뒤, 같은 달 31일 ‘박원순표’ 복지 사업인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복지수준을 높이고 복지공무원이라는 공공일자리도 늘려나가는 모범적인 사업을 배우려고 왔다"며 이른바 박 시장의 정책에 대한 호평을 쏟아냈다.

또 "현 정부에서 후퇴한 복지를 지켜준 게 우리 당 소속 지자체들이고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박 시장이 이끄는 서울시"라며 "제가 박 시장과 친하다. 우리 박 시장이 참 잘하고 있다"고 박 시장을 재차 추켜세우기도 했다. 이어 지난 3일에는 세운상가 내 '팹랩'을 방문해 "서울시가 만든 팹랩이 아주 활발하게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다시 한 번 박 시장을 언급했다.

안 지사는 ‘인물 영입’을 통해 박원순 끌어안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박 시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권오중 전 서울시 정무수석을 올해 초에 영입해 선거캠프에 합류시켰고, 박원순계 핵심 인물인 박홍근·기동민 의원 등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계에도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박 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지 열흘도 지나지 않은 시점인 데다, 민평련 그룹이 그간 문 전 대표로 대표되는 친문계 측과는 ‘결’이 다른 행보를 보여 왔던 만큼, 이들이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이기까지는 그룹 차원의 논의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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