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보다 실리’ 비난할 수 없는 무리뉴 철학
맨유, 아스날 원정서 패하며 4위 싸움 빨간불
3경기 남은 리그보다 2경기 치르는 유로파 올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아스날 원정에서 패하며 4위 경쟁에 빨간불이 켜졌다.
맨유는 8일(이하 한국시각),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아스날과의 원정경기서 0-2 무기력패했다.
맨유, 그리고 조제 무리뉴 감독 입장에서는 너무도 많은 것을 잃은 경기였다. 먼저 맨유는 아스날에 패하며 한 시즌 구단 무패 기록을 ‘25’에서 멈추게 됐다.
더불어 무리뉴 감독 역시도 아르센 벵거 감독과의 절대 우세 싸움에서 통산 2패째를 기록했다. 무리뉴는 첼시와 맨유 지휘봉을 잡으며 벵거 감독과 맞대결서 8승 7무 1패로 앞서있었다.
물론 예기치 못한 패배였지만, 경기 내용만 놓고 보면 의도된 전개라 할 수 있었다. 당초 맨유는 아스날에 이길 마음이 전혀 없어 보였다.
변화된 쓰리백을 들고 나오며 철저히 준비한 벵거 감독에 비해 무리뉴 감독은 언제나 그렇듯 4-2-3-1 포메이션을 꺼냈다. 선발 라인업에 포함된 선수들 역시 웨인 루니, 앙토니 마르샬 등 주력 선수들이 아니었으며 심지어 후안 마타는 부상 복귀였고, 19세 유망주 악셀 투안제베는 아예 1군 첫 선발 무대였다.
수비 라인을 깊숙이 내린 채 시종일관 방어적인 자세를 취한 맨유는 전반을 실점 없이 마쳤다. 지난 맨체스터 시티전을 연상케 하는 소극적 전술이었다.
그러나 벵거의 준비가 더 완벽했다. 아스날은 후반 8분 사카의 중거리 슈팅이 에레라의 등을 맞고 굴절돼 골문에 빨려 들어갔다. 행운이 깃들었지만, 상대 수비가 단단히 잠그고 있을 때에는 중거리 슛으로 돌파구를 모색하라는 축구의 정석을 그대로 따른 결과였다.
당황한 맨유를 상대로 3분 뒤 다시 골이 터졌다. 이번에는 웰벡이었다. 웰벡은 오른쪽 공간을 뚫은 체임벌린의 크로스를 정확한 헤더로 승리의 쐐기골을 박았다.
리그 1~2위 첼시와 토트넘을 제외한 3~6위 팀들은 2장뿐인 UEFA 챔피언스리그 티켓 확보 싸움에 매진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4위 경쟁의 결말을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3위 리버풀(승점 70)이 2경기 덜 치른 아스날(승점 63)에 가시권 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밀린 경기들을 모두 승리로 소화한다는 가정 하에 맨시티, 맨유까지 4팀의 순위가 복잡하게 얽히게 된다.
이 중 그나마 동떨어진 팀이 맨유라 할 수 있다. 유로파리그 4강 1차전서 승리를 거둔 맨유는 결승행을 바라보고 있다. 셀타 비고와의 원정서 1-0으로 승리, 안방서 비기기만 하더라도 스웨덴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된다.
결국 무리뉴 감독은 리그보다 유로파리그에 집중하는 길을 택했다. 사실 낯익은 프리미어리그 팀들과의 맞대결보다는 상대 분석이 어려운 유로파리그가 보다 수월한 일정일 수 있다. 게다가 유로파리그는 승점 룰이 아닌, 승리하지 않아도 우승이 가능한 넉아웃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맨유는 시즌 막판으로 치달을수록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올 시즌 최대 성과라 불리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무릎 부상으로 인해 이미 시즌을 접었으며, 거의 모든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풋볼 리그컵 우승에 이어 프리미어리그에서도 4위 경쟁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맨유의 올 시즌은 박수 받을 만하다.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무리뉴 감독은 소극적인 자세로 승리보다 지지 않는 길을 택했다.
그 결과가 충분히 이길 수 있었지만 무리하지 않고 얻어낸 리그에서의 14번 무승부다. 그리고 쥐어짜낸 힘은 어느새 결승행을 앞둔 유로파리그에 쏟아 부었다. 자신의 명예보다 실리를 챙기겠다는 무리뉴의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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