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남성의 학문"…대학 강단에 '성차별' 여전
동국대 총여학생회 “교수님, 안 되는 걸 알면 하지 마세요”
동국대 총여학생회 “교수님, 안 되는 걸 알면 하지 마세요”
“철학은 남성의 학문이다. 철학과 남녀 비율이 비슷해지는 것이 우려스럽다” “여학생들 당연히 삼국지는 안 읽어 봤겠지?”
대학교에서 교수들의 여성 혐오 발언이나 성차별, 성소수자 혐오, 인종차별 발언 등이 여전히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국대 총여학생회 ‘동틈’은 ‘동국총여’ 페이스북 페이지에 “교수님, 안 되는 걸 알면 하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올렸다.
이는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9일까지 강의 도중에 벌어지는 성차별/혐오·비하 발언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강의실 모니터링을 진행한 것으로 그 결과 29건의 여성 혐오 발언, 9건의 성소수자 혐오발언, 2건의 장애인 혐오 발언, 2건의 인종 혐오 발언이 드러났다.
한 전공과목 교수는 “여자가 제사도 지낼 줄 모르면 시집가서 어쩌려고”라는 발언을 했고, 또 다른 교수는 “지하철에서 일부러 여자 승무원이 보이는 곳에 앉는다”는 말을 했다는 제보가 있었다.
또한 교양과목 교수가 수업 중 여학생들을 향해 “매일 스마트폰으로 예쁜 옷이나 구경해 불행한 것” “지하철에서 화장하지 말라. 프랑스에서는 몸파는 여성들이나 그렇게 한다” 등 직접적으로 발언을 한 것은 물론, 여학생들이 있는 자리에서 남학생들에게 “좋은 거(성인비디오) 있으면 공유하자”고 말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성소수자 혐오 발언도 이어졌다. 한 전공과목 교수는 “동성애자는 유전적으로 돌연변이”라고 근거 없는 발언을 했고, 또다른 교양과목 교수는 “프랑스에서는 발찌 차고 다니는 여성들을 레즈비언이라고 생각하니 발찌하고 다니지 말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인종 차별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마이클잭슨이 백인처럼 하얘지고 싶어서 수술을 했다”는 루머를 사실처럼 이야기하며 흑인들이 백인들처럼 흰 피부를 가지고 싶어하는 것을 문화라고 설명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동틈은 “강의실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강의자의 폭력적인 발언들이 사소한 문제가 아님을 알리기 위해 발언을 공개한다”며 “강의 중 느낀 제보자의 불편함은 ‘예민한’ 한사람의 몫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외국인 등 특정 정체정이라는 이유로 행해지는 혐오·차별 발언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었다”며 “이번 모니터링 결과를 모든 교수님께 발송할 예정이며 인권센터에 전달해 후속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이런 성희롱, 성차별 발언이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대학 자체적으로 노력을 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성균관대는 강의평가 항목에 ‘성차별’ 항목을 추가하고 ‘교수님은 성차별적 언어사용이나 행동을 하지 않으셨으며 학생들의 인격을 존중하였습니까?’라는 질문을 추가했다. 또한 한양대는 ‘강의의 내용 혹은 설명 등이 성차별이나 인종차별 등과 관련된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면 구체적인 내용 및 의견을 작성해 달라’는 문항을 추가했다.
서울시립대는 수업 중 “30살 넘은 여자들은 자신이 싱싱한 줄 알고 결혼을 안 한다” 등 지속적으로 성차별, 인종차별 발언을 일삼은 교수를 파면하기도 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