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에 주홍글씨 새기나....웃고 있는 해외 기업
<이재용 운명은③>경영공백 장기화 우려...주요 현안 대응력 저하
부패방지법 적용 불이익 가능성...국가경제 악영향 우려
<이재용 운명은③>경영공백 장기화 우려...주요 현안 대응력 저하
부패방지법 적용 불이익 가능성...국가 경쟁력 악영향
"반도체·디스플레이는 TV와 가전 등 완제품에 비해 다소 여유가 있지만 빨라진 기술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안심할 수 없다. 특히 대규모 적기 투자가 매우 중요한 산업의 특성상 경영자의 판단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어 경영공백은 큰 악재가 될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선고공판을 앞두고 실형 선고로 자칫 경영공백이 장기화될 우려를 나타낸 전자업계 한 관계자의 말이다.
이미 TV 등 가전에서는 미국·일본·유럽에 이어 중국의 추격을 받으며 무한 경쟁에 내몰린지 오래고 초격차기술로 압도하고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도 언제까지 경쟁적 우위가 지속될지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타 산업에 비해 변화가 많고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전자업계의 특성상, 경영적 판단이 매우 중요한데 이러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오너의 공백은 경쟁자인 해외 기업들만 좋은 일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같은 우려는 비단 전자업종만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을 따라 잡으려는 금융업에서도 발목을 잡히는 모습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9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발행 어음 사업 인가 심사를 보류당했다. 금융당국은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이 0.06%에 불과함에도 삼성증권의 대주주 적격성을 문제 삼았다.
발행어음 사업은 초대형 투자은행(IB) 핵심 사업의 일환으로 국내 증권사들이 앞다퉈 추진 중이다. 초대형 IB로 부상해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사들과의 경쟁을 꿈꿨던 삼성증권으로서는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이 때문에 1심 선고여부에 따라 이 부회장의 경영공백이 장기화되면 삼성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큰 악영향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삼성을 범죄 집단으로 낙인찍으면서 해외 기업들만 좋은 일 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오는 25일 1심 선고를 앞두고 국내 최대 기업 오너의 장기 경영공백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일 결심공판에서 특검은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한 상태다.
특히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실시간 전세계 주요 언론에서 빅이슈로 다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고공판이 TV생중계까지 될 경우, 이 부회장은 물론 삼성 전체에 평생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가 새겨질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실형까지 선고받을 경우, 경영리더쉽을 발휘해보기도 전에 경영에 대한 꿈을 접을 수도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럴경우, 그룹 미래전략실 해체로 리더십이 약화된 상황에서 오너 부재까지 겹칠경우,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 주요 계열사들의 경영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다.
일상적인 경영사안들은 각 사 전문경영인들이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지만 오너의 결단이 필요한 미래 비전과 장기 추진 과제 등에 대한 결정은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오너 부재 상황에서 전문경영인들이 최소한의 방어적 투자만 하고 신성장동력 발굴과 같은 미래 먹거리에는 소극적 행보를 보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 부회장이 지난 2014년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인수합병(M&A)이나 신사업 추진 등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많은 역할을 해 왔다는 점에서 그의 공백으로 인한 악영향은 예상보다 클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 주요 그룹과 대기업들이 시스템을 어느 정도 갖추면서 위기관리나 대응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아직까지 오너가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이 커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경영차질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이미 국내를 넘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상황이라 국내보다는 해외에서의 악영향이 클 것으로 삼성과 재계는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지난 3년간 주로 해외기업들의 M&A를 추진해 왔고 글로벌 정재계 인사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온 터라 범죄의 낙인 효과가 더욱 크게 체감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 등 기업 윤리를 중시하는 선진 시장에서 삼성과 이 부회장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글로벌 시장 개척에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특히 글로벌 파급효과가 커 가장 중요한 시장인 미국의 경우, 해외부패방지법(FCPA·Foreign Corrupt Practices Act)을 적용하고 있어 이 부회장의 유죄 판결시 그 악영향이 바로 나타날 수 있다.
FCPA는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거나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하게 돼 있는 기업 또는 기업의 자회사가 적용 대상이다. 하지만 미국법의 적용을 받는 현지법인을 통해 FPCA 위반을 이유로 높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비윤리적 기업이라는 낙인효과로 제품 수출과 프로젝트 입찰, 현지 기업 M&A 등에서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경제계 한 관계자는 "해외부패방지법과 같은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더라도 알게 모르게 각종 불이익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특히 상대 기업들이 이슈화되지 않도록 은밀하게 제재를 가할 것으로 보여 삼성으로서는 더욱 답답한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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