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내용 공개' 논란 속 삼성바이오 증선위 재개
'대심제 적용' 두 번째 정례회의 시작…마라톤 공방 재현 전망
"2015년 회계 변경 전부터 문제" 증선위 의견 두고 해석 분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여부를 가리기 위한 두 번째 정례회의를 시작했다. 지난 1차 정례회의에 이어 이번에도 문제를 제기한 금융감독원와 삼성바이오 측이 직접 논쟁을 펼치는 대심제가 적용돼 치열한 마라톤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증선위가 쟁점 사항인 2015년 회계 변경뿐 아니라 이전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며 논란을 한껏 키운 와중 열리는 회의라는 점에서 그 여파에 관심이 집중된다.
20일 금융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부터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삼성바이오 회계부정 의혹 안건을 다루는 2차 증선위 정례회의가 진행된다.
지난 7일 열렸던 첫 정례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회의에도 금감원과 삼성바이오 측이 맞서 논쟁을 펼치는 대심제가 적용된다. 대심제는 금감원 검사부서와 제재 대상자가 동등하게 진술을 할 수 있도록 소명기회를 보장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이날 증선위도 밤늦게까지 계속되는 장기전이 예상된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됐던 삼성바이오 관련 1차 정례회의도 종일 이어지는 논쟁 끝에 당일 자정이 다 돼서야 마무리된 바 있다.
이날 모임에 남다른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최근 증선위가 예정에 없던 회의를 연 뒤 이례적으로 일부 논의 내용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증선위에 앞서 지난 달 세 차례에 걸쳐 열렸던 감리위원회는 물론 이번 달 초 증선위에 이르기까지 위원들의 발언이 새 나가지 않도록 철통보안을 유지해 온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증선위는 지난 12일 금감원의 특별감리팀을 불러 삼성바이오의 회계부정 혐의에 대한 임시 회의를 개최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증선위는 삼성바이오의 2015년 이전 기간의 회계처리 적정성 여부도 함께 검토해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이 같은 해석이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금감원이 증선위에 낸 조치안에는 삼성바이오의 2015년 회계변경에 대한 지적만 담겨 있어서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기준을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꾸고 이로 인해 대규모 흑자로 돌아선 것을 고의적 분식으로 판단했다. 삼성바이오가 이에 대한 근거로 삼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에 대해 타당성이 없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의 합작 파트너인 미국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적거나 실제 일어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삼성바이오가 이처럼 회계 처리를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바이오젠은 2012년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공동 설립하면서 '50%-1주'까지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 권리를 받았다.
그런데 증선위원들 중 일부는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을 고려하면 삼성바이오가 애초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의 최초 회계 위반 시점이 금감원의 주장대로 2015년이 아니라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한 2012~2014년 사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삼성바이오 회계부정의 최대 쟁점인 고의성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삼성바이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할 때부터 관계회사가 아닌 종속회사로 둔 부분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과실이나 중과실로는 볼 수 있지만, 고의성을 입증하긴 더욱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가 받게 될 징계의 수위도 크게 변할 수 있다. 고의라면 대표이사 해임이나 검찰 고발, 상장폐지 등 최고 징계가 불가피하지만 중과실이나 과실로 결론난다면 과징금이나 감사인 지정 정도의 징계로 그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증선위는 이날 회의에서 금감원, 삼성바이오와의 질의·응답을 통해 쟁점별 사실관계 파악과 증거 확인을 일단락 지을 예정이다. 이런 계획대로라면 다음 달 4일로 예정된 증선위 정례회의에서는 삼성바이오에 대한 징계 여부와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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