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지식이 연결돼야 제대로 이해 가능
통섭, 진정한 이해에 도달하는 중요과정
꼬리에 꼬리 무는 질문으로 호기심 유발
단편 지식이 연결돼야 제대로 이해 가능
통섭, 진정한 이해에 도달하는 중요과정
꼬리에 꼬리 무는 질문으로 호기심 유발
심화 학습과 융합 수업에 다가가는 방법
‘교사열전’은 우리 학교 최고 선생님의 강의 기법과 중요 학습법을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학생들을 위해 매진하는 우리 학교 최고 선생님의 훌륭한 인성교육 및 최고의 공부법을 파악하기 바랍니다.
용산고 박종웅 선생님의 별명은 ‘갓종웅’이다. 그의 물리 수업은 물리와 수학의 경계를 넘나든다. 이야기와 삶을 끌어들여 물리에 관심이 없거나 어려워하던 학생들도 호기심과 관심을 갖게 된다고 한다. 박종웅 선생님을 만나 물리를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과 수능 대비 물리 학습법에 대해 들어봤다.
지금과 같은 물리 수업을 하게 된 동기는?
교사 생활을 처음 시작할 무렵 ‘공통과학’의 생물, 화학, 지구과학 영역을 지도했던 경험이 있다. 전공한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아는 것도 별로 없었고, 교과서 내용 외 추가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도 거의 없어서 영 재미없는 수업이었다.
전공 이외의 수업을 하는 것이 부정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2년 정도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생각이 거의 180도 바뀌게 되었다. 서로 다른 영역이라 별로 관계가 없을 것 같았던 현상들이 서로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관계를 깨달으면서, 비로소 어슴푸레 알고 있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게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과목 간의 통섭(인문사회, 자연과학을 통합해 새로운 학문적 분야를 만들어내는 범학문적 연구를 뜻함)을 통해 제대로 된 지식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통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생물 영역의 ‘광합성’과 지구과학 영역의 ‘태양 복사 에너지’ 내용을 지도하면서 느낀 점을 예를 들어 보고 싶다. 녹색 잎이 녹색으로 보이는 이유를 묻는다면, 물리를 전공한 사람들은 ‘잎이 빨간색 빛과 파란색 빛을 흡수하기 때문’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빨간색 빛과 파란색 빛을 흡수할까? 바로 빨간색 빛과 파란색 빛을 광합성에 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복사 에너지’가 주로 가시광선 영역이기 때문에, 식물이 이를 이용하기 위해 진화한 결과라는 것도 느끼게 됐다.
책에서 진화를 배웠고 진화가 옳다고 믿고 있었지만, 이때 비로소 ‘지구 위의 생물들이 진화의 결과에 의해 현재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구나!’라는 진정한 느낌을 갖게 됐다.
단편적인 지식들이 그물망처럼 연결될 때, 비로소 진정으로 이해에 도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서로 다른 과목에서 공통점을 찾고, 이들을 동일한 법칙으로 일관되게 설명하려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통섭은 진정한 이해에 도달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선생님의 물리수업에는 ‘감동’이 있다고 하는데?
‘물리 수업에 무슨 감동’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물리학의 뛰어난 발견이나 업적 뒤에는 무수한 물리학자들의 고뇌와 노력 및 뛰어난 통찰력이 있다. 유명한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가장 기뻤던 순간을 1907년 ‘등가 원리’를 발견했을 때라고 회고한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 ‘특수 상대성 이론’을 완성한 후, 특수 상대성 이론에 중력을 포함시키려는 시도를 한다. 그러나 등가 원리를 발견하기까지 약 2년간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다. 아인슈타인은 등가 원리를 발견한 순간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발견한 한 줄기 섬광’에 비유한다. 교과서에 단 몇 줄로 요약되어 있는 물리학 법칙을 발견하기까지 과정과 혁명적 결과를 이해하면 코끝이 찡한 감동을 느끼게 되고, 비로소 물리학 법칙을 이해하게 된다.
물리수업에서 ‘감동’을 느끼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문학 작품도 아니고 물리책을 읽으면서 감동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책에는 몇 줄로 정리되어 있는 물리 법칙을 자꾸 곱씹다 보면, 글을 처음 읽을 때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된다.
뿐만 아니라 MRI나 GPS 등의 첨단 기술에 물리 이론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이해하게 되면, 글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알게 되었다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대단한 보물을 발견한 것과 같은 희열을 느끼고, 물리 법칙의 심오함에 감동을 받게 된다. 내가 경험했던 이러한 희열과 감동을 학생들도 느낄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내가 교사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다.
학생들의 심화학습에 도움이 될 방법을 추천한다면?
감동이 있는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학생과의 호흡, 호기심 유발, 적극적인 참여 등이 매우 중요하다. 학생과의 호흡을 유지하기 위해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문답법’이다. 보통은 쉬운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러면 여러 학생들이 답을 하고, 그 답으로부터 유도되는 좀 더 심화된 질문을 한다.
이러한 과정이 몇 번 반복되다 보면, 굉장히 집중하는 학생들이 생긴다. 답하지 못하는 질문에는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예나 적당한 힌트를 제공하여, 학생들이 답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돕는다.
이와 같이 질문을 반복적으로 제시하면서 학생들 스스로 꽤 심도 있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어느 정도 결론에 도달하면, 그 법칙에 포함되어 있는 심오한 얘기들을 쭉 풀어준다.
예를 들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배울 때 ‘10m/s로 달리는 자동차 A에서 같은 방향으로 20m/s로 달리는 자동차 B를 보면 속도가 얼마로 보일까’같은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하여 ‘1억m/s로 운동하는 우주선에서 같은 방향으로 2억m/s로 운동하는 우주선을 보면 어떻게 보일까?’ 질문을 하면 학생들은 1억m/s가 광속에 가까운 속도라는 것을 알아챈다.
그리고 광속에 가까울 때는 속도 연산 방법이 다르므로, 1억m/s가 아니라는 것을 얘기한다. 그러면 ‘달리는 자동차에서 물체의 속도를 구하는 방법을 제시한 사람은 갈릴레이였다. 20세기 초까지 이 방법이 옳다고 믿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에 의해 그 믿음이 옳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는 점을 정리하고 다시 ‘그렇다면 갈릴레이가 제시한 방법에 어떤 오류가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하는 식이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통해 학생들은 아인슈타인 이전에 믿었던 시간, 길이 등의 개념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을 이해하고, 상대성 이론의 의미에 대해 심화 학습을 하게 된다.
수능 대비 수험생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수능에서 30분 동안 20문제를 모두 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기출 문제를 분석하여 적절한 학습 전략을 세워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2등급 정도 실력이 되는 학생이 부적절한 학습 전략을 세워 4등급 이하의 성적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기출 문제를 분석해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15문항 정도는 비교적 쉽게 출제되고 있으며, 둘째 약 3문항 정도는 물리 문제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계산이 복잡하다. 그리고 고난도 문항이 특정 단원에서만 출제되고 있다.
만점을 목표로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1번 문항부터 16번 문항까지 10분 이내에 풀 수 있도록 연습해야 한다. 물리 공부를 많이 한 학생이라면 문제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상투적인 단서와 문제 풀이에 중요한 정보를 충분히 구분할 수 있다.
문제를 읽을 때 중요하지 않은 상투적인 단서는 건너뛰고 중요한 정보를 파악하는 데 치중하면 문제를 읽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또 계산 과정이 복잡하고 긴 문제를 푸는 연습을 많이 하면 계산 속도도 빨라지고 실수 없이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는 집중력과 끈기를 기를 수 있다.
고난도 문항은 등가속도 운동, 역학적 에너지 보존, 돌림힘, 유체 법칙, 베르누이 정리와 관련된 내용이 거의 주를 이룬다. 따라서 이들 내용에 대해 정확히 알아둘 필요가 있으며, 기출 문제를 충분히 풀어서 비슷한 패턴의 문항이 출제되는 경우에는 바로 풀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특히 수능이나 모의 수능의 18번에서 20번 기출 문항을 문항 당 1분 이내로 풀 수 있도록 시간을 재어가며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물리를 처음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전해줄 한마디?
물리 공부를 이제 시작하는 학생이라면 속도보다는 정확함을 추구해야 한다. 정확한 개념 이해를 토대로 자주 출제되는 유형을 정복하는 것부터 목표로 삼아야 한다.
1번 문항부터 16번 문항까지 20분 정도에 해결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문항을 꼼꼼히 읽고 계산을 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준비하자. 처음부터 욕심을 부리는 것보다는 아는 내용을 실수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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