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감당은 어떻게?…여야, 물고 물린 고발 전쟁

이유림 기자

입력 2019.04.27 05:00  수정 2019.04.27 06:19

한국당·민주당, 맞고발하며 "물러설 수 없다"

文의장·한국당 20명…취하 없으면 입건 불가피

한국당·민주당, 맞고발하며 "물러설 수 없다"
文의장·한국당 20명…취하 없으면 입건 불가피


자유한국당 임이자 의원과 정미경 최고위원이 26일 국회 의안과 농성장에서 문희상 국회의장 모욕 ·폭행·성추행 관련 고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대검찰청으로 출발하고 있다. ⓒ데일리안

선거제·공수처 패스트트랙 강행을 놓고 극한 대립 중에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서로를 향해 맞고발을 하는 등 진흙탕 싸움을 이어갔다.

통상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고소·고발은 문제가 해결된 이후 화해·타협 차원에서 취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양쪽 다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선공에 나선 건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26일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 18명과 보좌진 2명을 국회법 제165조 및 166조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국회법 165조와 166조에 따르면 국회의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부근에서 폭력행위 등을 한 사람은 경중에 따라 최대 7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처벌까지 갈 경우 내년 총선 출마나 공직 임용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회법 전문 변호사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형법에 긴급피난이라는 위법성 조각사유가 있는데, 한국당에서 이것을 주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한국당 역시 맞고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민주당 일부 의원 등이 한국당 의원과 보좌진·당직자를 폭행한 정황이 있다며 법률검토를 거쳐 관련자를 고발하기로 한 것이다.

선거제·공수처 패스트트랙을 저지하기 위한 자유한국당의 국회 점거가 계속되던 26일 오전 국회본청 의안과 앞에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대화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의 고발에 대해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우리도 (고소·고발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민주당에게) '전부 다 잡아가서 마음대로 해보라'고 할 결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국당은 충돌 당시 상황을 촬영한 채증 자료와 실제 피해 사례를 수집해 법리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한국당 임이자 의원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24일 의장실을 항의 방문한 자리에서 자신의 양 볼을 만졌다며 강제추행 및 모욕 등의 혐의로 이날 대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임 의원은 "그제의 일은 감당할 수 없는 수치심과 모멸감에 치가 떨렸다"며 "부적절한 신체접촉에 대한 경고에도 얼굴로 향하던 의장의 손은 결코 용서받지 못할 행동"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성추행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그 상황이 중인환시, 심지어 언론인들까지 지켜보는 상황에서 성적인 매개가 있을 턱이 없다"며 "상식적으로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가위 소속 민주당 의원 역시 "임 의원이 먼저 문 의장의 허리에 손이 가있었다. 여성이 몸을 들이대면서 성희롱, 성추행이라고 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성추행이라는 주장은 성추행 자체를 희화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역시 임 의원이 고소를 먼저 취하하지 않는 한 수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 면책특권은 발언 등에만 한하고, 형사소추 당하지 않을 권리는 대통령에게만 부여되기 때문이다.

변호사 출신 정치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문 의장이 무의식으로 볼을 잡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을 것 같다"며 "기소유예 혹은 벌금 100~200만 원 등 가벼운 처벌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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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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