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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구조조정, 민주노총에 의해 좌초 위기


입력 2019.05.30 10:33 수정 2019.05.30 11:11        박영국 기자

영남권 금속노조 노동자까지 주총장 집결…충돌시 대형 피해 우려

업계 "노동계, 조선업 몰락 위기 무시한 채 '현상 유지' 고집" 비판

조선업 몰락 위기 무시한 채 '현상 유지' 고집
영남권 금속노조 노동자까지 주총장 집결…충돌시 대형 피해 우려
업계 "노동계, 조선업 몰락 위기 무시한 채 '현상 유지' 고집" 비판


29일 오전 울산시 동구 한마음회관 앞에서 집회를 연 현대중공업 노조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노조는 회사의 법인분할에 반대하며 지난 27일부터 주주총회 장소인 한마음회관을 점거해 농성하고 있다.ⓒ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29일 오전 울산시 동구 한마음회관 앞에서 집회를 연 현대중공업 노조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노조는 회사의 법인분할에 반대하며 지난 27일부터 주주총회 장소인 한마음회관을 점거해 농성하고 있다.ⓒ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세계 1~3위 조선업체간 과당 경쟁에 따른 출혈 수주 및 생산설비 과잉. 대우조선해양 부도를 막기 위한 막대한 혈세 투입. 이런 조선업계의 난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되는 조선업 구조조정이 노동계의 떼쓰기로 시작도 전에 좌초 위기에 놓였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7일부터 30일 현재까지 전면 파업을 단행하고 현대중공업 주주총회가 예정된 울산시 동구 한마음회관을 불법 점거한 채 사측과 대치하고 있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영남권 금속노조 소속 근로자들까지 지원을 위해 일대에 집결한 상태다. 민주노총 최대 조직인 현대자동차 노조도 확대간부와 1직 현장조직위원 등 1000명 가량을 현대중공업 노조 총파업 집회에 파견했다. 현대차 노조는 공권력 투입을 통한 강제해산이 이뤄질 경우 전면 파업하고 전 조합원이 지원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번 현대중공업 주총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을 흡수 합병한 뒤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양대 조선소를 물적 분할하는 의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는 비단 현대중공업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중대 사안이다. 우리 산업의 중요한 한 축인 조선업 구조조정의 핵심이 바로 양대 조선소의 합병 및 물적분할이다.

그동안 우리 조선업계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세계 3대 조선업체가 한 곳에 몰린 상태에서 과당 경쟁과 생산설비 과잉에 따른 문제점이 속출했다.

지난 5년간 해운업계 불황과 유가하락에 따른 석유개발업체들의 투자 위축 등 외부 요인까지 더해지며 이들 조선 빅3는 각각 수조원의 적자를 냈다.

특히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등이 지분을 보유한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부도에 따른 대량 실업사태를 막기 위해 13조원에 육박하는 혈세가 투입됐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상황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은 조선업 구조조정의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산업 측면에서는 경쟁력 강화 및 출혈경쟁 완화 효과를, 정부에는 고용 유지와 국책은행의 부담 완화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이런 국가적 중대사를 노동계에서 막아서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조선업계의 현실을 외면하고 ‘현 세대에서의 현상 유지’를 고집하는 노동계의 아집이 이런 결과를 불러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빅3 체제가 유지되면 합병 주체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물론, 삼성중공업까지 우리 조선업 전체가 공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면서 “이를 막아서는 노조의 행위는 나중에야 회사가 망하건 말건 자신이 직장을 다니는 동안만 기존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막대한 혈세 지원을 통해 연명해 온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경우 합병 반대가 계속 산은의 품 안에서 혈세로 연명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우리 조선업은 한창 성장기에 있던 2000년대 초반, 과거의 조선 선진국이었던 스웨덴에 큰 굴욕을 안겨줬다. 스웨덴 말뫼의 세계적 조선업체 코쿰스가 문을 닫으며 세계 최대 규모의 골리앗 크레인을 매물로 내놓았고 이를 현대중공업이 단돈 1달러에 사들였다.

말뫼 주민들은 크레인이 해체돼 운송선에 실려 바다 멀리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한없이 아쉬워했고 스웨덴 국영방송은 그 장면을 장송곡과 함께 내보내면서 ‘말뫼의 눈물’이라고 했다. 이는 지금까지 조선업의 쇠퇴를 상징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지금은 우리 조선업이 비대해진 덩치와 고임금 저효율 구조로 ‘말뫼의 눈물’을 흘릴 위기에 처해있다. 그걸 막기 위해서는 선제적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29일 성명을 통해 “노조의 이러한 비합리적인 반대와 불법적 파업행위로 기업결합이 무산되고 지장을 받게 되면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경쟁력은 쇠퇴의 길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며 “말뫼의 눈물을 안겨줬던 우리 조선산업이 종국적으로 말뫼의 눈물을 스스로 흘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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