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을, 4·15 총선 최대 격전지로 꼽혀
'文대통령 심판론' vs '文대통령과 원팀' 프레임 맞서
유권자들, 인물·공약이행 가능성 두고 의견 엇갈려
서울 광진을은 오는 4·15 총선에서 최고의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지역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으로 평가 받는 이 지역을 탈환하기 위해 미래통합당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라는 거물급이 출격한 가운데, 민주당도 청와대 대변인 출신의 고민정 후보로 맞불을 놨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청와대의 스피커 역할을 했던 고민정 후보가 나서는 만큼, 서울 광진을의 선거 결과가 '문재인 정권 심판'이라는 통합당의 기치에 대한 국민의 평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선거를 나흘 앞둔 11일 양 후보는 종일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오세훈 후보는 오전 7시부터 한강유원지 인근을 시작으로 화양동·자양동·구의동 일대를 돌며 유세를 진행했다.
저녁이 되자 오 후보는 주말 유동인구가 많은 건대입구역에서 지나는 시민들을 향해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난 3년동안 여러분의 주머니는 두둑해 지셨는가, 우리보다 경제 형편이 어려웠던 나라들도 호황을 누렸는데 대한민국만 불황에 허덕였다"라며 "이번 선거는 이렇게 경제를 망가뜨려 놓고도 손톱만큼의 반성도 없는 문재인 대통령을 심판할 마지막 기회다.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을 담아 문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을 알 수 있도록 경고해달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오 후보는 "문 대통령이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국민들이 회초리를 들어주셔야 남은 2년의 임기 동안 바른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여러분의 소중한 한 표가 대한민국을 구하고 국민들을 희망의 문으로 인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후보는 이후 구의역 마가로 일대의 식당가를 돌며 주말 저녁 식사를 하러 나온 유권자들에 인사를 건넸다.
구의역 근처에서 기자와 만난 50대 유권자 A씨는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을 할 때 모든 일을 추진력있게 잘 했던 기억이 선명하다"며 "이 곳 구의동도 그렇고, 개발이 필요한 지역이 너무 많은 것을 기자님이 보시기에도 느끼지 않는가. 저는 오 후보가 깔끔하게 많은 것을 바꿔놓을 거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근처에 있던 60대 유권자 B씨는 자양동에 거주한지 35년이 됐다고 밝히며 "추미애 의원을 비롯해서 여기서 민주당 의원들이 많이 해왔는데 본인들 스스로 지역을 위해 열심히 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며 "과거엔 나도 민주당 후보를 뽑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건대입구역에서 마주친 30대 유권자 C씨는 "저는 원래 투표도 잘 안 하는 사람인데, 어제 사전투표를 했다"며 "맞벌이 부부인데 오 후보가 키즈카페 등 각종 시설과 어린이집 개선에 힘쓴다는 공약을 보고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 오 후보가 급이 있는 정치인 아닌가, 믿음이 간다"고 했다.
같은 날 고민정 후보 또한 오전 7시부터 뚝섬유원지역 인근에서 민심 사로잡기에 나섰다. 오후 1시에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윤호중 사무총장,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 등 여권 핵심인사들이 고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광진을을 찾았다.
고 후보는 이들과 뚝섬유원지역 앞 한강출입구서 합동유세를 가지며 유권자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했다. 고 후보는 "대한민국의 정치가 바뀔 그날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며 "저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하나로 뭉치고 있다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인사 출신답게 고 후보는 문 대통령과 원팀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수많은 국무회의, 비공개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강조하신 말은 원팀이다. 그 원팀의 마음은 모든 참모들의 가슴을 울렸고, 저희는 원팀이 되어 서로 협의하고 양보하며 문제들을 해결해나갔다"라며 "저는 이 곳 광진에서 원팀의 힘을 보여줄 것이다. 서울시와 광진구와 정부부처와 청와대 대통령까지 원팀의 힘으로 이 곳 광진에서 반드시 성과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유세를 온 양정철 원장은 "오늘부터 문재인의 복심은 양정철이 아니라 고민정이라 표현해주길 부탁드린다. 이번에 고 후보가 당선되면 문 대통령이 참 좋아하고 기뻐하실 것"이라며 "국회에서 누구보다 문 대통령과 정부를 잘 지켜주고 뒷받침하며 그녀가 누구보다 사랑하는 이 광진을 발전시킬 능력과 자질을 갖춘 정치인이기 때문이다"고 격려했다.
이날 건대입구역에서 만난 20대 유권자 D씨는 고 후보의 스토리에 호감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고 후보가 아나운서를 할 때부터 참 이미지가 좋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있었는데, 청와대 대변인도 꿋꿋하게 잘 해냈다고 생각한다"며 "이 곳의 국회의원이 되셔도 잘 해낼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말했다.
주말을 맞아 뚝섬유원지를 찾았다는 40대 E씨는 "오세훈 후보도 그렇고, 통합당 후보들이 선거 내내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하는데, 과연 대안을 갖고 그렇게 얘기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저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해야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수월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에 투표도 그 생각에 따라 할 생각이다"고 했다.
구의역에서 만난 30대 유권자 F씨는 "저는 개인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왜 그렇게 심판해야 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이 동네에서 아이 둘을 키우며 살고 있다. 두 후보 다 각종 보육정책을 내걸었던데 아무래도 민주당 후보가 공약을 실천하기 더 쉬운 환경 아니겠는가"라고 고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